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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락 유월 장미의 그날에 숨 가쁘게 찾아온 행복 도둑이 아니길 빌었다 계절의 사선(射線)에서 방황으로 그칠 걸 알면서도 손끝을 찌르고 마침내 눈을 맞추었다 울 넘겨다 볼 사랑 고혹적인 얼굴이 영원(永遠)에서 영원이기를 머리 위 태양이 익기도 전에 유혹이 내리다 7월 염천 사나운 날에 가는 뒷모습 보이기 싫어 돋친 가시 숨기고 애타게 떠나고 싶어 권태의 조각들이 널부러진 후미진 곳에서 가슴을 쓸다가 비겁하게 원을 긋고 발뺌을 하다 그 사랑이 영원했다면 지겨워 내가 먼저 떠났을 거라고 2023. 6. 6.
길 힘들고 외로우면 오세요 바람 불고 눈 비 내려도 굳세게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터벅터벅 당신이 오는 날 그대의 눈 그대의 호흡 마침내 그대의 생각까지 스캔해 드립니다 덤으로 얼킨 실타래도 풀어 드립니다. 2023. 6. 4.
5월애 유혹 밤하늘 별과 같다 해도 내 헤아리는 날이 얼마랴 머리에서 끓는 하오의 태양처럼 잠시 머무르다 가고 마는 뛰는 가슴 심장이 터진다 해도 젊음이 유혹으로 서는 날 삶을 물린다고 해도 주저하지 말라 5월 장미로 피다가 스치는 바람처럼 무지개로 스러지는 청춘 2023. 5. 24.
이별은 언제나 내곁에 사랑한다는 말 영원히 함께 한다는 그 말 하늘이 써 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차용증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고리대금 고리금을 끊어줄 애절하고 간절한 이별 두 줄기 눈물은 슬픔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장 떠남은 신이 끊어준 1등석 차표 가장 화려한 그 날 말미에 오고 오는 님의 인증 때문에 자필 서명을 해야 한다 아픔도 설움도 아닌 신이 허락한 최고의 선물을 위해 2023. 5. 18.
5월의 빛 5월의 빛 5월엔 그대가 보지 않아도 하늘이 열리고 파란 멜로디가 쏟아집니다 나무가 두드리는 실로폰 소리 숲이 그린 오선지에 세상 모든 사랑이 매달려 춤을 춥니다 한때 고단하였으므로 나는 빛을 떠나 어둠에 숨었지만 새벽 창가에 서성이는 햇살이 살포시 손 내민 5월 청음 (淸音)에 들을 귀 있어 손을 잡았습니다 우리가 속삭인 사랑은 5월이 귀띰한 옹알이 잎이 쏟아 놓은 전설이 가 없어 나목이 된 그날에도 밤하늘 별들이 주워 담은 호주머니에 사랑의 속삭임이 끝없이 쏟아져 내립니다 5월엔 그대가 듣지 않아도 나무가 쓰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비가 되어 내립니다 모두 무상입니다. 2023. 5. 16.
5월 야생화 바닷가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어도 한 계절 서성이다 떠날 수 있어 누군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슬프지 않다 비와 바람 점점이 떠가는 구름이면 족한 삶 나는 이름 모를 산야에 피어나 가는 몸 곧추 세우고 여남은 날의 일기를 쓴다 청록 나무잎에 냉큼 올라앉은 초여름 손등을 간지리던 곰살맞은 햇살마저 슬그머니 낯빛을 바꾸어 옆구리를 찌른다 꽃잎 이제 떠날 시간이야 짧은 해후 긴 기다림 바람이 부쳐준 고원 우체통에 들꽃의 연서가 가득하다. 화담숲 그곳에 희야가 산다 내가 왔다고 꽤 요란하게 치장을 하고 나왔다 깊게 패인 섣달 주름을 가려 아리송 긴가민가 아차 ᆢ 홀랑 속았어 뽀얀 얼굴 넋 놓고 보다가 배시시 웃는 얼굴에 아ᆢ 홀딱 반했어 그곳엔 희야가 산다 늙어 져 눈이 흐려도 너를 보면 가슴이 울렁울렁.. 2023. 5. 16.
멸치 조림 멸치 조림 웃기네 태평양을 누볐는데 넙데데한 프라이팬에 팔자에 없는 꽈리고추라니 몸뚱이 하나에 말도 많아 아줌마 국물 멸치 철수 영이 조림 멸치 좋을 시고 안주 멸치 눈 멀어버린 내 동포야 말년에 등 휘지 말고 시퍼런 동해에서 요절을 하지 이국만리 객사가 好喪 (호상)이냐 몸매 푸짐한 아지매가 그래 개살구 갈치 따위 폼 잡지 말고 멸치 만큼만 살면 그 인생 보증 수표 그래도 바다가 그립다 마트 진열장에 등 구부리고 듣는 쏴아 차디찬 파도 소리 하루 종일 쏟아지는 냉장고 파도 소리 감자 부침개 어물전 망신 꼴뚜기 과일전 망신 모과라지만 못 생겨도 개성 만점 모과 같은 감자 성형 하는 날 목욕 재개하고 하얗게 분 바르면 왕년의 끝순이가 아니지 번드르르한 제비가 잡아준 네 개의 다리 하나의 심장 뒤집개 탱고에.. 2023. 5. 10.
5월은 비를 타고 5월은 비를 타고 5월은 우물에 빠진 해와 달 두레박으로 퍼올린 파란 하늘에 가만히 손 담그면 창포로 스미는 얼굴 오랜 인연을 배웅하듯 그해 4월의 모진 바람에 꽃의 탄식이 깊었더니 너는 하얀 신부가 되어 내 앞에 섰구나 지독한 몸살이 남기고 간 깊게 패인 傷痕에 우유빛 살이 돋으면 꿈으로만 살 수 없어 삶의 거리로 나선 季節 봄의 뒤안길로 숨는 이야기들이 토닥토닥 연두빛 눈물로 나린다. 2023.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