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356 여름 이야기 9 위안 우리가 가진 지식이 많고 생각이 깊어도한줄기 맑은 바람과하늘을 관조하는 붉은 열매 하나가 건네는 위안을 이기지 못 한다. 2025. 7. 13. 여름 이야기 7 *대관령 삼양목장의 여름 한때어떤 것이라도하늘을 가르는 별똥별처럼반짝 빛날 때가 있다그 짧은 순간을 위하여잠시의 숨고르기를 멈추지 않았듯이빛이 사라진 뒤에도오고 감은 죽지 않는다 우리가 계절에게 빚진 것이 있다면봄이 오고 가을이 저물어꽃이 피고 지기까지화려한 꽃과 빛 바랜 낙엽을 가슴에 깊이 담아두지 못한 것이다수십 수백년의 일기가 저장된잘라진 나무의 선명한 나이테를 보지 못한 것이다. 2025. 6. 24. 여름 이야기 4 꽃은 나를 보지 않는다나는 꽃을 보지만꽃은 나를 보지 않는다닭 둥지에 낳은 알온기로 꺼내듯내 마음에 걸어둔 꽃등을무채색 그날에 이르러살그머니 꺼내어 화촉을 밝힌다. 얼굴동그란 얼굴모난 얼굴기쁜 얼굴슬픈 얼굴그 얼굴들이 모여 꽃밭이 된다꽃이 피는 이유와꽃이 지는 이유우리 모두 꽃의 얼굴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르기를태초부터나무와 풀과 꽃은 不調和가 없었다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지만꽃잎 회초리로 이르기를이렇게 살아라봄 여름 수업이 끝난 후내년 봄 숙제라고 적어 놓고가을이 다 가도록 잊고 야 마는그해 이야기또 그해 이야기. 2025. 6. 7. 여름 이야기 3 수달래한껏 치장을 한 수달래가 마실을 나왔다5월이 묻는다네 이름이 수달래라지몸매가 아주 고혹적이구나몰라요나는 아직 내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아니야 조금만 고개를 숙여보렴햇살에게 부탁을 했으니까긴 듯 아닌 듯골을 지나는 바람과무심하게 흐르던 개울이 숨을 멈추고햇볕이 든 면경을 빌려 주었다지금이야연지를 바른 요염한 입술에 달짝지근한 미소미풍이 손 잡아준 연초록 치마의 왈츠에내를 거스르는 피라미들이 불거지가 됐다지5월이 사랑에 빠져 붉은 피를 토했다한갓 꽃잎으로 지지 말고저 시퍼런 동해바다로 떠내려 가드넓은 세상에서 소리치며 죽자고보이지 않는 그리움이듯감추고 살아야 할 색이 더 많아물가에 서있는 아이처럼5월이 사랑한 수달래 처연하다. 2025. 5. 10. 여름 이야기 2 우리도 이렇게한때그대를 그리느라꽁꽁 싸매였던 마음속에는용광로 쇳물이 끓어 올랐다한잔 술에겹겹이 쌓인 고백이강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튀어 올랐다저 붉은 고백을 감추느라설한의 凍土는 얼마나 기를 썼을까화르르 타올라 소리 없이 지는 그날을숨죽여 감추어야 하는 봄나와 그대도 이렇게 피어올라계절 저 끝에서斑白의 서랍을 뒤져야 한다. 2025. 5. 6. 여름 이야기 1 5월 그대가 연둣빛으로 보이는 5월입니다얼굴은 담홍색이고 옷은 하늘색입니다머리에 꽂은 분홍 핀에 햇님이 앉았네요주머니에 노란 손수건도 보일락 말락5월이 해 준 화장이 마음에 쏙 듭니다. 5월 연인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해 보라사랑을 하면 볼에 윤기가 돌고눈매는 반달이 된다흘러가 버린 그녀의 백합 같은 얼굴이 그랬다사람 뿐 이랴하늘과 바람과 5월은이미 오래 전 부터애타는 눈길의 삼각관계였다그렇지 않고서야저토록 푸르게 멍들 수 있겠는가. 2025. 5. 1. 봄 이야기 10..흘러가는 봄 매정하게 달아나던 봄 날이창포 치마 자락에 걸렸다그래쉬어 가자 꾸나새 털 같은 날에 봄이 좀 쇠면 어떠리강물이 따라주는 꽃 술에 취해동강에 봄을 떠 밀다. 2025. 4. 17. 봄 이야기 7 딸 두리낳으면 딸또 낳아도 딸딸 딸 딸집 나간 아비는서너 달에 한 번처삼촌 벌초하듯 다녀갔다첫째는 일순이둘째는 이순이셋째는 삼순이넷째는 사순이다섯째는 오순이이름이 싫다며둘째 이순이는 객객 울었다옛다 오늘부터 니 이름은보기 좋고 듣기 좋은 두리다일곱째 딸을 낳고 점 보러 갔다이름을 바꿔일곱째 딸 이름 끝순이끝순이 효력이 없어또 딸을 낳았다이번엔 말순이또 낳았다익은 봄날염문이 끝없는 딸 부잣 집떠꺼머리총각들 넘보느라무너져 내린 흙담장 위로둥그런 보름달만 한심하고일순이는 문구멍으로삼순이는 구정물 버리다가끝순이는 똥뚜깐 돌 틈으로해 달 별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아비 지게작대기가 바쁘다물푸레 도리깨가 돌아가고늦은 밤 구정물 바가지도 한몫이다호롱불 호야불 달빛 같으랴켜도 그만 꺼도 그만돌담장 구석마다열 십자 연애편지.. 2025. 3. 7. 이전 1 2 3 4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