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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봄 이야기 2

by *열무김치 2024. 3. 11.

 

 

 

 

봄, 그리고 밥맛 없는  날


여태 기다린 봄
잔설 녹아내린 골짜기로 흐르다
털면 먼지만 나는 겨울 주머니에 찾아들다

보내고 맞는 봄 입성도 변한다고
손바닥 같은 심사 한 나절 변덕에
촉촉한 봄비 동냥이 겸연쩍다

가슴에 숨겨둔 겨울 옹아리들이
살구꽃 복사꽃으로 쏟아지면
고루한 삶이 튀어나와 불을 지르다

귀를 간지럽히는 바람아
꽃은 그때로 피고 내도 어제로 흐르는데
너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

갚은 건지 않은 건지 흐릿한 외상값처럼
다소곳한 입맛이 공연하게 트집을 잡는 봄 날
미처 얼굴도 내밀지 못한 달래를 캐다가 분풀이를 하다

백옥 피부에 조선간장 반 숟갈 들기름 한 숟갈
밀 밭 혼미한 정사를 치르듯 섣부르게 비벼
눈 치켜뜨고 하품 인양 퍼 먹다

멀어져 그리우면
밀었다 당겼다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는 연인처럼
밀당의 봄은 새촘한 얼굴로 내 표정을 훔친다

짧게 지나가버린 풋사랑 몸살이
쓴 씀바귀로 피는 봄
깔깔한 입맛은 봄날이 건네는 사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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