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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583

연말 맛이 좋아? 응 최고 누가? 옥수수 그리고? 할비도 최고 할비가? 할비가 키웠잖아 이 겨울이 쓸쓸하지 않다 치켜세운 여린 엄지에 기쁘고 슬펐던 한 해의 기억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내려 앉는다. 2023. 12. 26.
애증의 화장실 처가엔 세 명의 사위가 있다. 내가 맏사위 대장이고 아래로 나보다 세 살 위인 동서가 있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서열 상 내가 형님이니 동서 입장에서는 속으로 껄쩍지근 하겠지만 깍듯하게 형님으로 부른다. 내가 나이가 아래이니 편하게 대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라고 본인이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처가에 모임이 있어 만나거나 외부에서 만나게 되면 형님, 형님 부르니 처음엔 닭살이 돋았지만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곧 익숙해졌고 맏사위 대접을 받으니 싫어 할 까닭이 없었다. 막내 사위는 나이가 한참 아래지만 오리지날 서울 본토배기에다 소위 말하는 야탸족, 오렌지족으로 성장한 사람이라 촌수니 서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었다. 몇 번 지켜보다가 너무 함부로 하는 것 같아서 모.. 2023. 8. 20.
11월 색이 사라지는 11월 추위가 닥쳐오기 전의 이맘때는 대입 수능 시험을 치르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수험생 같은 기분이다. 1년의 기다림에 대한 좋은 결과를 기대해야 하는 심정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그렇게 반복이 됐어도 푸르고 싱싱한 날에는 무디어 있다가 며칠 천하로 얼굴색을 바꾸는 자연 앞에 아차 싶은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 바람보다 더 찬 것은 공허하고 쓸쓸해진 마음이다. 솜뭉치나 스펀지에 물이 스며 들듯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과 마음에 아직은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싶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시 공간은 얼음장같이 매정하고 야속해서 바늘귀만큼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이 바라는 융통성이 무정한 세월에게도 적용이 되었더라면 지구는 이미 오래전에 우주의 먼지로 사라졌을지도 모.. 2022. 11. 13.
가을이 진다는 것 비틀어져 말라가는 가지 끝에 1년의 수고가 덩그러니 매달렸다. 아무리 목석이어도 이 모습을 보노라면 심장이 뛰지 않을 수 없다. 곧 닥쳐올 삭풍의 계절을 감내하라고 우리에게 건넨 하늘의 뜻에 그저 무덤덤하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그 많은 색깔 중에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담홍색이라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은 우리만 좋으라고 있는 말이 아님이 분명하다. 우리 눈에 호감이 가도록 색을 입히고 무뚝뚝한 가지가 단물을 보냈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서정이 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태산같이 높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늦가을 햇살에 방문을 떼어내 문종이로 문을 바를 때 가을꽃을 수놓아 문을 바르는 모습을 보았다. 아...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따스한 마음 지닌 분이구나... 2022. 11. 2.
버려진다는 것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으면 또 관심을 받을지도 몰라. "얘 ,내가 에스라인으로 앉혀 놓을테니까 쫌 힘들더라도 참아 봐." 혼자 중얼거리며 인형을 앉혀 놓았다가 아무래도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머리를 벽에다 기대어 놓았다. "오래 기다릴지도 모르니까 이렇게 앉으면 힘이 좀 덜 들 거야." 몇 미터 걸어오다가 다시 돌아다 보았다. .................... 저기,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저를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기분 좋게 아저씨라고 부를께요. "글쎄, 그러고 싶은데 난 혼자 살지 않거든. 분명 너와 함께 가면 잔소리를 엄청 들을 걸. 세탁기에 같이 넣을 수도 없다고 푸념도 할거야. 양파 머리를 한 하연이가 있는데 걔가 내려와 있으면 괜찮을 텐 데 어떡하지?" 하.. 2022. 10. 24.
싸이롱 뽕 꽤 오래전 일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는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했다. "지점 사무실에 처음 오셨지요?" "네 OO점 인수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서 처음입니다." "그럼 지점장님께 인사부터 하시구요. 오늘 회의 있으니까 참석하시고 가세요."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요?" "아, 이런 일 처음이시구나. 지점장님께 잘 보이시는 게 앞으로를 위해 좋으니까 참석하시고 가세요." "제 일만 하면 되는거지, 저는 분야도 다른데.." "하, 이양반 빡빡하시네. 좋아요. 그럼 맘대로 하시던가." 같잖다는 투로 쳐다보던 창고 주임이라는 사람은 서류뭉치를 책상에 휙 던지고 나갔다. 돌아오려고 차에 올라 몇 번을 재다가 할 수 없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올라갔다. "가신다더니 왜 .. 2022. 8. 7.
개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장시간 비웠습니다. 그동안 잊지 않고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이웃 블친님들께 고마움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예정보다 빨리 진행된 산림 벌채 일이 삼분의 이쯤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깊은 산속이라 인터넷이 되지않아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나는 대로 찾아뵐게요. 비닮은수채화 2022.07.01 20:40 신고 수정/삭제 답글 혹시나 편찮으신건 아닌가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전에 들었던 산림 벌채 일이라 조금은 안심이 되긴 하네요. 깊은 산속이라고 하니 그에 따른 안전 문제에도 신경 많이 쓰시구요. 컨디션 조절 잘하시길 바랄게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비밀댓글] ┗ 비닮은수채화 2022.07.09 1.. 2022. 7. 1.
5월 60 후반의 소녀들이 5월 녹음 속에서 손을 마주 잡았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도 있고 몸이 마음 같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5월은 단 몇 십 분만에 이 모든 것들을 무장해제시킨다. 5월 산은 모르핀이 되어 우리들을 사막의 오아시스로 데려다 놓는다. 삶의 더하기나 빼기가 한패가 되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날 5월은 요술봉을 흔들며 엿장수 마음대로다. 60대는 4~50대와 달리 몸과 마음이 저울에 달린다. 하루하루 생활의 근량이 변하고 이를 바라보는 초점도 다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는 일의 변덕은 콩죽이 끓는 것에 비견될 것이 아니다. 내심 남아있는 습기나 온기에 눈치를 보며 아직은 쌀독에 바가지로 풀 쌀이 남아있다고 안위한다. 형제들 많은 야속한 봄날 어머니의 봄은 달콤하지 않았다. 입성 사나운 식구.. 2022.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