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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봄 이야기 3

by *열무김치 2024. 3. 13.

 

 

 

씀바귀 비빔밥


아지랑이 눈매에 진달래 웃고
건너 집 순이네 마당 복사꽃 피던 봄날
나지막한 뒷동산
참꽃 따먹으로 비알 타다가
망할 놈의 고뿔에 걸렸다

툇마루 꽃바람에 아득하게 누워
4월이 피는 소리 4월이 지는 소리
엄마가 얹어준 무명 수건 사이로
봉숭아 물들여주던 열여덟 누이가 희미하게 웃었다

물말이 꽁당 보리밥에 3년 묵은 장아찌
소태같이 쓰다고 떼를 썼다
고무신 바꿔 먹은 엿도 나이롱 과자도 팽개치고
깔깔한 목구멍은 꽃잎이 지도록 치근대고 있었다.

이거 먹어라  밥맛이 돌게야
거무둥둥한 보리밥에 아껴둔 들기름 몇 방울
엄마가 떠먹인 씀바귀 비빔밥 한 술에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이불을 뒤 쓰고 울었다

아득한 내를 건너와 비비는 씀바귀 비빔밥
손바닥을 뒤집은 이 쓴 맛의 향연
마누라가 더 많이 먹을라 아귀아귀 퍼 먹다가
우리 엄마  진짜 엄마 맞았네 씀바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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