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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비를 타고 5월은 비를 타고 5월은 우물에 빠진 해와 달 두레박으로 퍼올린 파란 하늘에 가만히 손 담그면 창포로 스미는 얼굴 오랜 인연을 배웅하듯 그해 4월의 모진 바람에 꽃의 탄식이 깊었더니 너는 하얀 신부가 되어 내 앞에 섰구나 지독한 몸살이 남기고 간 깊게 패인 傷痕에 우유빛 살이 돋으면 꿈으로만 살 수 없어 삶의 거리로 나선 季節 봄의 뒤안길로 숨는 이야기들이 토닥토닥 연두빛 눈물로 나린다. 2023. 5. 7.
4월의 반란 4월의 반란 눈길 받고 싶어 그해 그날이 지기 전에 각혈하고야 마는 초려의 봄 사랑은 어두운 독안의 밀주처럼 꾸역꾸역 차올라 마침내 혀끝을 미치게 만드는 비수 조석지변 바람의 언덕에 4월 동정녀들의 핏빛 나신이 처연하다. 민들레의 이별 연습 엄마 어떡해 이사 가야 해? 전세 만기야 너그 아부지 바람 났다 빨랑 따라 붙어라 바람개비 되어 이름 모를 광야로 떠나는 계절 형아야 언니야 동생아 5월 복덕방에 전세 사글세 구함이 나붙었다. 애기 똥풀 휴~ 다행이다 애기가 똥풀에 앉아 꽃잎에 싸 놓은 샛노란 애기 똥 킁킁 구수하지 어른 똥풀? 재래식 변소 방독면 필수 코마개 두통약 명 단축 36계 줄행랑 모르고 모르고 모르고 똥이 보약인 줄 모르고 2023. 4. 27.
꽃의 인사법 오늘 안 되면 내일 잠깐 짬을 낼까요? 그날 밤 비바람에 기다림이 지면 그 뿐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봄의 사랑법입니다. 꽃의 인사법 눈 가리고 아웅 애당초 선택은 없어 빛깔이 튀던가 떼로 뭉치던가 어딜 감히 봄이 짜준 양탄자도 갑질이야 아니지 아니지 괜히 미풍이겠어 요리조리 삐쭉빼쭉 노랑리본 주홍 팔찌 양팔 벌려 옆으로 뒤로 주먹 쥐고 위로 아래로 괜찮아 나 곧 늙어 죽거든 볕 한 묶음 네 차지야 할미꽃의 인사법입니다. 치매 엄마 엄마 날씨 참 좋네 저 파란 잎 좀 봐 꽃보다 더 예쁘지? 누가 이쁘대 내가 더 이쁘지 어떤 년이 그래 니년 하고 한 패지? 가만 두나 봐라 맞아 맞아 엄마 말이 맞아 이제 보니 엄마가 더 이쁘네 어떤 놈이 그래 꽃이 더 이쁘지 간생이 떨라고 그놈이 시켰지? 2023. 4. 24.
풀꽃반지 풀꽃 반지 사랑해 자기야 하늘만큼 땅만큼 살며시 눈 감은 그녀에게 뜨거운 입김을 뱉던 날 5월 들판이 빙그르르 맴을 돌았다 네 잎 클로바 두툼한 꽃밥을 말아 입술 깨물며 만든 풀꽃 반지 그녀는 믿었다 철석같이 시작은 미약했지만 후일 창대하리라 풀밭에 누워 눈 감으면 미풍에 반짝이는 귀밑머리 꽃향기 그녀 향기 태양은 머리 위에 빛나고 잡은 손 가슴에 대면 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산 세월이 얼만 데 주름진 손가락에 기껏 5부 다이아 풀꽃 반지 불러내 덧칠을 해도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쳤다 빛 좋은 봄날에 달려온 하얀 손가락 풀꽃 반지 욕심 없이 웃어주던 그녀의 얼굴 위로 두꺼운 세월에 가위눌린 기억들이 그믐달처럼 지고 있었다. 2023. 4. 19.
봄편지 봄 편지 공과금 고지서를 정리하다가 창가에 부서지는 봄 볕에 눈물이 났다 속절없이 봄은 가는데 내 이대로 늙어 죽을 수는 없으리 머리 짧게 자르고 청바지에 청 재킷 아이라인 상큼하게 거울 속에 어느 이방인이 서 있었다 열심히 살았는데 봄 너는 그대로 서있고 나는 초로가 되었구나 꽃잎에 입을 맞추다가 나 괜찮게 산 거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지? 그럼요 괜찮아요 울지 마세요 그리고 슬퍼하지도 마세요 꽃이 피고 지는 건 모두 그대를 위한 것 한껏 물 올려 붉게 폭발한 화산 골마다 흘러내리는 붉은 용암이 데려다줄 당신의 그날 꽃잎 진다고 봄이 가는 건 아니에요 꽁꽁 대지로 숨어도 당신의 기억을 쫓아 다시 찾아올 약속 당신을 위해 봄이 피고 꽃이 핍니다 그대 창가에 봄이 쓴 편지가 도착했어요 그대가 읽지 않을.. 2023. 4. 12.
봄에게 봄에게 돌아서면 냉큼 앉아있는 속도 염치도 없는 시어 터진 묵은지 같은 하루 도둑처럼 달려드는 월말 고지서 어서 내 빨리 내라고 앵앵앵 삼복 염천에 파리떼 처럼 은행에 들렀다가 홀쭉해진 지갑을 들고나오는 길 거리엔 겨우내 기다렸던 연풍이 토라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또각또각 찾아간 치악산 아래 그 카페 내 마음에 온기가 남아 있을까 입 벌리고 올려다 본 봄 하늘엔 습기를 빼앗긴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치는 이름 모를 어느 간이역처럼 보일 듯 말 듯 노루 꼬리 같은 내 젊음이 가네 까르르 숨넘어가는 청춘들의 수다에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다가 휴대폰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내 청춘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우울하지 않기 후회하지 않기 사랑하며 살기 너울너울 가 없는 시공으로 .. 2023. 4. 12.
별 흐르는 강 별 흐르는 강은하수에서 건진바닷가 모래알보다 많은 보석들몰래 감추어 두고혼자만 보려고 했지저 엉큼한 봄 년이 얼마나 조르는지견딜 수가 있나수 천 광년 안드로메다로 옮기다이런, 와르르 쏟았네봄이 훔친 별들이 강가에 모여 앉아요리조리 몸단장에 바쁘다그리움은 누구나 같은 것가슴 타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랴봄에는 서러운 은하수가 강을 타고 흐른다. 2023. 4. 12.
풍문 심심하기 그지없는 하릴없는 언덕배기 튀어 보겠다고 노란 색깔 하나만 믿고 만용을 부린 봄 얕보지 마 지난 가을이 벗어던지고 간 누리끼리한 핫바지들 앞에 샛노란 점 하나 찍으면 섯다판 아홉 끝은 저리 가라지 가녀린 얼굴에 번지는 고혹 휘어진 허리에 걸린 혼미한 햇살이 반 쯤 눈을 감았다 반반한 얼굴 하나가 후려낸 골짜기에 바람이 실어 나른 풍문이 요란하다. 꽃이 왜 피겠소 싱숭생숭 적어도 봄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겠어 겨우내 얼어붙어 눈도 껌뻑 하지 않을 목석들에게 옆구리 찌르는 거 말고 뭐가 있을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열 번까지야 연지 바른 얼굴에 간드러지는 눈 웃음 몇 번이면 이내 게슴츠레 해질 군상들 봄이 채용한 매끈한 미용사가 튀겨주는 달달한 팝콘들이 골목을 지키고 앉아 호객질이다. 2023.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