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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4

때때수 이야기 50~60년대를 산 사람들은 어머니나 할머니 무릎을 베고 호랑이나 여우가 등장하는 옛날이야기 몇 자루씩은 들었을 것이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이 복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박수를 치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 등 뒤나 치마폭에 숨기도 했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들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가난이 만들어준 선물이었다. 놀거리 먹거리가 시원찮던 시절에 듣던 이야기를 지금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어떨까.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상당수의 동화들이 게임시장에 진출해 있는 데다 눈만 돌리면 휘황찬란한 디지털 기기들이 손에 잡히는 세상이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식의 구전동화는 너무 시시해진 것이다. 필자가 몇 년간 교회학교 교사로 있을 때이다. 아이들을 가.. 2023. 10. 6.
겨울이야기6..차돌광산 아가씨 * 오래전 블친 언덕에서 님(http://blog.daum.net/yoont3)에 갔다가 헤르만 헤세의 단편소설 를 소개한 글을 보았다. 댓글을 쓰다가 오래전 기억이 마치 얼마 전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 그때 그 아가씨도 어느 하늘 아래서 나처럼 늙어 가겠지. 첩첩산중에서 나고자란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내가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았을까 자책하며 살지도 모른다. 아니다. 가끔 힘들고 외로우면 그래도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살겠지. 1976년 아버지가 차돌을 캐내는 광산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당시 나는 전라도 군산에 가있었는데 매형님의 소식을 전해 듣고 급하게 올라왔다. "처남, 아무래도 장인어른이 금방 일어나실 것 같지 않네. 그동안 처남이 광산.. 2021. 1. 19.
늙는 게 죄인가? 여차하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급속하게 늙어가는 한국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세계 상위등급 무대책이나 다름없는 노령세대 누가 돌 볼 것인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노인 복지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전국의 노래방보다 많아진 요양원, 요양병원 정해진 미래의 파이를 갉아먹을 부담스러운 세대 부동산 광풍을 불러와 자기들 잇속만 차리다 젊은 세대들에게 절망감만 남긴 욕심 사나운 세대 다양한 시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고집만 관철하려고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벽창호같은 세대 등등... 언론의 보도만 보자면 노인문제로 당장에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한다. 시원하게 용변을 봤으니 급할 때와 다른 건 당연한 이치다. 세상에 용변.. 2019. 11. 30.
시간을 날아서 1963년. 저런 시절이 있었나? 기억 저편으로 가버린 꼬마들의 얼굴을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그려지지 않는다. 딱 하나, 그때 소풍가서 찍었던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지금도 살아계실까? 키가 나지막하고 눈이 유난하게 크셨던.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찾아오셨는데 대접할 게 마땅치 않았던 어머니는 늙은 오이를 따서 오이냉국을 만들고 꽃대가 올라오는 상추를 따서 버무려 드렸는데 내가 보는 앞에서 그 걸 훌훌 마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학교가 남아 있을까 싶어 50년 만에 일부러 그곳을 찾았다. 학생 수 감소로 없어진 줄 알았더니 학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 서서 바라보는 그때의 느낌이란... 세상의 모든 물질이 시간을 따라 변한다지만 가.. 2018.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