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704 봄 이야기 11 화장을 하고바람이 머물다 간 해변몽돌 모래톱 하얀 조가비고백하지 않아도 모두 임이다수평선은 아침마다 무대를 꾸미고발그스름하게 화장을 한 그니를 세워사랑해사랑해심해 그 넘어 문드러진 속살까지활화산으로 타올라기어이 부서져야 할 봄의 화신화장을 가르친이 없어도나무도 알고 꽃도 알고 바다도 아는 것은수 억 년 하루도 거르지 않은 태양의 일기그토록 애절하지 않아도 될 붉은 입술화장은 우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양지꽃담벼락이 차고 나온 노란 리본가슴속 응어리 깊어노랗게 익었구나도적처럼 숨어 옹알대던 봄 그 애가외출 하는 날계면쩍은 바위가 세수를 하고 나왔다. 2025. 4. 27. 봄 이야기 10..흘러가는 봄 매정하게 달아나던 봄 날이창포 치마 자락에 걸렸다그래쉬어 가자 꾸나새 털 같은 날에 봄이 좀 쇠면 어떠리강물이 따라주는 꽃 술에 취해동강에 봄을 떠 밀다. 2025. 4. 17. 남풍은 두 번 불지 않는다 5 본 소설의 槪要 (해방 후 1940년 후반부터 70년 전반까지 우리나라는 경제적 빈곤국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하게 살았다.전국의 산골에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를 일구어 농사를 짓는 화전민들이 즐비했고 척박한 삶의 그늘이 만들어낸 도박과 아편은 소작농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보리고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했던 춘궁기( 春窮期 )는 이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는 것이 국가의 과제가 되는 동기가 된다.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불과 7~80년 전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이 이야기는 가난의 음지에서 풍요로운 작금에 이르기까지 당시를 살아간 凡人 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한 편의 풍경화로 그려보려고 했다. * 1~4편의 줄거리 .. 2025. 3. 21. 봄 이야기 7 딸 두리낳으면 딸또 낳아도 딸딸 딸 딸집 나간 아비는서너 달에 한 번처삼촌 벌초하듯 다녀갔다첫째는 일순이둘째는 이순이셋째는 삼순이넷째는 사순이다섯째는 오순이이름이 싫다며둘째 이순이는 객객 울었다옛다 오늘부터 니 이름은보기 좋고 듣기 좋은 두리다일곱째 딸을 낳고 점 보러 갔다이름을 바꿔일곱째 딸 이름 끝순이끝순이 효력이 없어또 딸을 낳았다이번엔 말순이또 낳았다익은 봄날염문이 끝없는 딸 부잣 집떠꺼머리총각들 넘보느라무너져 내린 흙담장 위로둥그런 보름달만 한심하고일순이는 문구멍으로삼순이는 구정물 버리다가끝순이는 똥뚜깐 돌 틈으로해 달 별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아비 지게작대기가 바쁘다물푸레 도리깨가 돌아가고늦은 밤 구정물 바가지도 한몫이다호롱불 호야불 달빛 같으랴켜도 그만 꺼도 그만돌담장 구석마다열 십자 연애편지.. 2025. 3. 7. 봄 이야기 6 명자꽃 입장료 없어요 당신의 피곤한 눈 푸석한 얼굴 답답한 마음만 받을게요 그리구, 저 뒤끝도 없어요. 대박.. 2025. 2. 28. 봄 이야기 5 양지꽃이른 봄 언덕늦겨울이 내어 놓은 노란 리본버들도 호드기도 보이지 않는데누구 보라고한 줌 볕을 버무려 노랗게 바르고무채색 하늘가햇살이 차린 접방 살림살이풀섶 자리 깔고갈잎 소반에 꽃잎 차리면어느새 다가 앉는 연풍 오수(午睡)머나먼 날에그대처럼 핀 꽃이제야 보여눈물이 나다. 2025. 2. 27. 봄이야기 4 3월의 강 속 없는 강물살가운 봄빛에부끄럼 물 밑으로 흘리고바람이 시샘한 치마 사이로옥빛 살결이 낭랑하다잔설 분분한 골짜기떠날 때를 안 까닭으로경( 経)에 이르지못한섣달 정월 이월의 서첩(書帖)어디서 와서어디로 흐르는지머물기를 바랐지만그대와 내 사랑도결국 그렇게 흘러가고 야 말 것을. 2025. 2. 19. 봄 이야기 3 삶은 계란 먹기계란을 삶아양지에 앉아 까먹는다소금을 넣고 삶아야 잘 까지지아니야찬물에 삶아야 해무슨 소리바늘로 계란에 구멍을 내고 삶아야지그깟 계란 껍질이야아무렇게 까도 될 것을입에 넣는 짧은 순간까지자질구레한 간섭이 코밑까지 따라붙어저녁 굶은 시어미다돌아 앉기도 벅찬 사절지 만한 독방에짧게는 육 개월길어야 일 년공장의 공산품처럼 빼낸 알들이때 빼고 광 내고 관광버스에 올라디스코 파티를 벌린다내 과거는 묻지 마세요한 알로 해결되는 종합 영양통삶아 먹고 부쳐 먹고 구워 먹고아주 그냥 죽여줘요. 5일장 호떡집봄 그리워 찾아 간횡성 장날 골목 난전에꼬깃꼬깃 천 원짜리를 손에 쥔어디서 본듯한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두리뭉실 미끄러져 납작하게 눌리는꿀 호떡 야채호떡 치즈호떡그리던 사람 재회하듯입맛 .. 2025. 2. 16. 이전 1 2 3 4 ··· 2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