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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 7 사랑의 빛깔 내 이럴 줄 알았다 애타는 가슴 용암으로 녹인 검은 눈동자 붉은 입술 강줄기로 감겨온 뜨거운 그대의 허리가 모두 유혹이 서는 날 소비하라고 붉은 노을이 슬그머니 찔러준 상품권. 그대는 변함 없이 긴 계절이 흘린 눈물이 샐쭉 토라진 겨울을 안고 야윈 봄 허리로 흐른다 골 골 마다 숨어있던 수다들이 지줄대는 봄 볕 미끄럼을 타고 발그레한 얼굴로 거침없이 내 닿는 계곡 선수를 친 신접 살림 생강나무가 고목 뿌리를 훑고 온 잔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 삭풍이 접고 간 저잣거리 점방마다 곰살맞은 버들의 유혹이 심란하다 2024. 3. 26.
봄 이야기 5 야화 운빨이 다 한 노스트라다무스의 통찰이 극한의 신기루로 피는 밤 호객( 呼客) 야화의 짧은 오르가즘 기름진 얼굴이 훑고 간 거리마다 열흘 꽃이 짊어진 천근의 추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써야 할 바람이 우려낸 화대가 난무하다. 2024. 3. 16.
봄 이야기 4 구례 통곡의 봄 보이저 그것이 백 만 분의 일 희망고문을 업고 오르트 구름을 지나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시간도 없는 수 백 만 광년 안드로메다로 간다지 열흘 천하 그 봄빛 0과1의 윤회에 기약도 없이 가 없는 검은 침묵이 찍은 파리한 점 하나 광선 한줄기에 매달려 돌고 돌다가 마침내 내지른 누런 토사(吐瀉) 몇 달 만에 받아낸 섣달 채무가 설익은 볕에 앉아 거드름이다 가는 봄 오는 봄이 팔십 넘어 구십이어도 해를 더해도 익지 못하는 심사 지구별 어느 끝에 머물다가 홀연히 찾아 든 은하 한 줄기 편( 便) 하나 물고 수 십 수 백 광년 넘어로 2024. 3. 16.
남풍은 두 번 불지 않는다 2 * 소설의 槪要 (해방 후 1940년 후반부터 70년 전반까지 우리나라는 경제적 빈곤국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하게 살았다. 전국의 산골에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를 일구어 농사를 짓는 화전민들이 즐비했고 척박한 삶의 그늘이 만들어낸 도박과 아편은 소작농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보리고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했던 춘궁기( 春窮期 ) 는 이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는 것이 국가의 과제가 되는 동기가 된다.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불과 7~80년 전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 이 이야기는 가난의 음지에서 풍요로운 작금에 이르기까지 당시를 살아간 凡人 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한 편의 풍경화로 그려보려고 했다. * 1편의 줄거리.. 2024. 3. 13.
봄 이야기 3 씀바귀 비빔밥 아지랑이 눈매에 진달래 웃고 건너 집 순이네 마당 복사꽃 피던 봄날 나지막한 뒷동산 참꽃 따먹으로 비알 타다가 망할 놈의 고뿔에 걸렸다 툇마루 꽃바람에 아득하게 누워 4월이 피는 소리 4월이 지는 소리 엄마가 얹어준 무명 수건 사이로 봉숭아 물들여주던 열여덟 누이가 희미하게 웃었다 물말이 꽁당 보리밥에 3년 묵은 장아찌 소태같이 쓰다고 떼를 썼다 고무신 바꿔 먹은 엿도 나이롱 과자도 팽개치고 깔깔한 목구멍은 꽃잎이 지도록 치근대고 있었다. 이거 먹어라 밥맛이 돌게야 거무둥둥한 보리밥에 아껴둔 들기름 몇 방울 엄마가 떠먹인 씀바귀 비빔밥 한 술에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이불을 뒤 쓰고 울었다 아득한 내를 건너와 비비는 씀바귀 비빔밥 손바닥을 뒤집은 이 쓴 맛의 향연 마누라가 더 많이 먹을라 아.. 2024. 3. 13.
봄 이야기 2 봄, 그리고 밥맛 없는 날 여태 기다린 봄 잔설 녹아내린 골짜기로 흐르다 털면 먼지만 나는 겨울 주머니에 찾아들다 보내고 맞는 봄 입성도 변한다고 손바닥 같은 심사 한 나절 변덕에 촉촉한 봄비 동냥이 겸연쩍다 가슴에 숨겨둔 겨울 옹아리들이 살구꽃 복사꽃으로 쏟아지면 고루한 삶이 튀어나와 불을 지르다 귀를 간지럽히는 바람아 꽃은 그때로 피고 내도 어제로 흐르는데 너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 갚은 건지 않은 건지 흐릿한 외상값처럼 다소곳한 입맛이 공연하게 트집을 잡는 봄 날 미처 얼굴도 내밀지 못한 달래를 캐다가 분풀이를 하다 백옥 피부에 조선간장 반 숟갈 들기름 한 숟갈 밀 밭 혼미한 정사를 치르듯 섣부르게 비벼 눈 치켜뜨고 하품 인양 퍼 먹다 멀어져 그리우면 밀었다 당겼다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는.. 2024. 3. 11.
봉화골의 전설 2 "여러분, 봉수 댁인가 뭐시긴가 여우 같은 년이 동네 남정네들을 아주 바보 등신을 만들고 있는데 그냥 있을 거 에요?" "맞아요. 남정네들이 아주 설설 긴다는데 무슨 수를 써야지 이러다간 동네 모두 비리게 됐어요." "달식이 그 등신도 그 모냥으로 당했다지, 큰소리 치던 완수가 한 방에 당한 걸 보면 고년이 보통 년이 아닌 건 확실하니 대책을 세워야 해요." "무슨 대책?" "그년을 내 쫓던지, 안 그러면 우리가 가서 요절을 내 뿌리던가 해야지 이러다간 동네 남정네들 마카 등신 되겠소." 모두들 웅성거리자 도시서 시집온 서울 댁이 나섰다. "어머, 모두들 이상하시네요. 그 여자가 동네에 무슨 해꼬지를 한 거도 아니고 엄연히 남친이 있는 몸인데 동네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몰려가서 일을 벌린 거잖아요. 그러면.. 2024. 2. 16.
봉화골의 전설 1 "이보게 자네 그 여자 본 적이 있나?“ "누구?" "저기 봉선화 골 산 밑에 사는 여자 말이지 ." "아..그 여자. 나도 멀찍이 몇 번 보기는 했지." 달식은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땅 꺼지겠네. 대낮에 웬 한숨이야." 달식이 담배를 꺼내 물자 현석이 성냥을 그어 그의 입에 대었다. "난 말이야. 언제부터 인지 야밤에 그 여자가 산다는 산 밑을 자꾸 보는 습성이 생겼어." 달식이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웅얼거리자 현석이 입맛을 다셨다. "자네만 그런 게 아니야. 이 마을에 사는 사내 놈 치고 그렇지 않은 놈 몇 이나 있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누가 봐도 홀랑 반할 절세미인이 왜 이런 산골짝에 와서 사는지 귀신이 곡 할 일 아닌가?" "그렇긴 해. 더구나 봉수 그 놈이 어디 그 여.. 2024.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