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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 11 봄날은 간다 무심한 강물에 꽃단장 女人이 뛰어 내린다 가고 옴이 하나라고 강처럼 흘러가 버리는 매정한 봄 나는 꽃잎 앞에서 핑계 치 못하네 2024. 4. 22.
봄 이야기 10 구애 이 봐 그대나 나나 얼굴 마담인데 노루꼬리 같은 봄 날 번갯불에 콩이나 볶아 봅시다 밀밭이 일렁이고 있어 염천 그 꼴 보지 말고 딱 지금이야. 연습 얘들아 해 떴다 빨리빨리 손 벌리고 동냥 해야지 봄 언덕 해맑게 웃어야 하는 슬픔 긴 기다림 짧은 이별 호객꾼 봄 그년이 보통내기기 아니야 반나절 품 값 애들을 불러다 시답잖은 길바닥에 앉혀 놓고 양지 그 애들이 생글생글 웃는데 얼굴 뜨거워 그냥 지날 수가 없잖아 사랑 받기 위해 짧은 목 길게 빼고 노랗게 웃어야 할 시간 겨울 서러움이 애닯게 피는 봄. 배꽃이 피면 겨울이 벗어 던진 밋밋한 가지에 창포에 머리 감고 참빗으로 곱게 빗은 열 여덟 누이가 앉았구나 송화가루 날리는 4월 일기장에 숨은 달덩이 누이는 해마다 옥양목으로 핀다. 민들레 엽서 아련한 .. 2024. 4. 22.
봄 이야기 9 꽃이 이르는 말 저것 봐 그해 봄 아리땁던 그니의 머리에 나비처럼 너울대던 화신(化身)이 타네 아롱아롱 비치다가 낙수 되어 새벽이슬로 맺히고 마는 스무살 사랑하지 마세요 뜨거운 입맞춤 한 번으로 툭 내던지고 마는 몰각(沒却) 의 나신 억겁의 세월을 거슬러 수 만 번 받아내야 할 화대(花代) 입니다. 꽃매 화사한 봄은 앉으라고 하고 매정한 삶은 뛰라고 하네 숟가락 젓가락 들고 놓다 가버린 고만 고만 한 날들이 부아를 지른 날 누룽지처럼 들러붙는 고약한 나를 팽개치고 꽃비 나리는 거리로 나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지만 발바닥 각질처럼 고약한 심사 그 사랑 언제나 만날까 나무가 든 꽃매를 맞다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손등으로 훔친 눈물에 봄이 눌었다 꽃비 홀씨로 나리던 날 4월이 열어준 미닫이로 연두색 그.. 2024. 4. 8.
봄 이야기 8 하숙생 진달래 개나리 애틋이 웃어 그 봄날에 찾아간 내 안의 낯선 집 잠깐 머물렀다 갈 봄 여관에 나는 바람이 건네준 꽃잎 몇 장을 쥐어주고 달포 하숙생이 되었다 밤마다 찾아온 봄 꽃처럼 살자고 이르더니 녹음에게 홀려 야반도주를 했다 밀린 하숙비도 받지 않고. 선 보는 날 하늘 고운 날 연두색 저고리 분홍 치마 하얗게 분 바르고 지긋이 눈 감으면 하오의 봄이 스치고 간 거리마다 강물처럼 쏟아지는 비련(悲戀) 나는 그해 봄 선 자리에서 또 퇴짜를 맞았다. 2024. 4. 8.
봄 이야기 7 사랑의 빛깔 내 이럴 줄 알았다 애타는 가슴 용암으로 녹인 검은 눈동자 붉은 입술 강줄기로 감겨온 뜨거운 그대의 허리가 모두 유혹이 서는 날 소비하라고 붉은 노을이 슬그머니 찔러준 상품권. 그대는 변함 없이 긴 계절이 흘린 눈물이 샐쭉 토라진 겨울을 안고 야윈 봄 허리로 흐른다 골 골 마다 숨어있던 수다들이 지줄대는 봄 볕 미끄럼을 타고 발그레한 얼굴로 거침없이 내 닿는 계곡 선수를 친 신접 살림 생강나무가 고목 뿌리를 훑고 온 잔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 삭풍이 접고 간 저잣거리 점방마다 곰살맞은 버들의 유혹이 심란하다 2024. 3. 26.
봄 이야기 5 야화 운빨이 다 한 노스트라다무스의 통찰이 극한의 신기루로 피는 밤 호객( 呼客) 야화의 짧은 오르가즘 기름진 얼굴이 훑고 간 거리마다 열흘 꽃이 짊어진 천근의 추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써야 할 바람이 우려낸 화대가 난무하다. 2024. 3. 16.
봄 이야기 4 구례 통곡의 봄 보이저 그것이 백 만 분의 일 희망고문을 업고 오르트 구름을 지나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시간도 없는 수 백 만 광년 안드로메다로 간다지 열흘 천하 그 봄빛 0과1의 윤회에 기약도 없이 가 없는 검은 침묵이 찍은 파리한 점 하나 광선 한줄기에 매달려 돌고 돌다가 마침내 내지른 누런 토사(吐瀉) 몇 달 만에 받아낸 섣달 채무가 설익은 볕에 앉아 거드름이다 가는 봄 오는 봄이 팔십 넘어 구십이어도 해를 더해도 익지 못하는 심사 지구별 어느 끝에 머물다가 홀연히 찾아 든 은하 한 줄기 편( 便) 하나 물고 수 십 수 백 광년 넘어로 2024. 3. 16.
남풍은 두 번 불지 않는다 2 * 소설의 槪要 (해방 후 1940년 후반부터 70년 전반까지 우리나라는 경제적 빈곤국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하게 살았다. 전국의 산골에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를 일구어 농사를 짓는 화전민들이 즐비했고 척박한 삶의 그늘이 만들어낸 도박과 아편은 소작농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보리고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했던 춘궁기( 春窮期 ) 는 이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는 것이 국가의 과제가 되는 동기가 된다.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불과 7~80년 전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 이 이야기는 가난의 음지에서 풍요로운 작금에 이르기까지 당시를 살아간 凡人 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한 편의 풍경화로 그려보려고 했다. * 1편의 줄거리.. 2024.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