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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단편

봉화골의 전설 2

by *열무김치 2024. 2. 16.

 

"여러분, 봉수 댁인가 뭐시긴가 여우 같은 년이 동네 남정네들을 아주 바보 등신을 만들고 있는데 그냥 있을 거 에요?"
"맞아요. 남정네들이 아주 설설 긴다는데 무슨 수를 써야지 이러다간 동네 모두 비리게 됐어요."
"달식이 그 등신도 그 모냥으로 당했다지, 큰소리 치던 완수가 한 방에 당한 걸 보면 고년이 보통 년이 아닌 건 확실하니 대책을 세워야 해요."
"무슨 대책?"
"그년을 내 쫓던지, 안 그러면 우리가 가서 요절을 내 뿌리던가 해야지 이러다간 동네 남정네들 마카 등신 되겠소."
모두들 웅성거리자 도시서 시집온 서울 댁이 나섰다.
"어머, 모두들 이상하시네요. 그 여자가 동네에 무슨 해꼬지를 한 거도 아니고 엄연히 남친이 있는 몸인데 동네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몰려가서 일을 벌린 거잖아요.
그러면 동네 남자들이 문제인 거지 그 여자가 무슨 죄가 있나요?"
"어이구 선상님이 또 나서시네.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럼 , 뭐가 문제인가요? 그 여자가 이쁜 게 무슨 죄라도 되나요?
난 동네 분들이 교양이 없다고 생각해요. 무슨 육이오 때 인민 재판도 아니구요.
전 여기서 빠질래요. 이게 무슨 짓 이래요?"
서울 댁이 일어나 쪼르르 회관을 나가자 또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입이 걸기로 소문난 강릉 댁이 회관을 나선 서울 댁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래 이년아, 니 똥 굵다. 난 봉수랑 사는 그년 보다 저년이 더 얄미꽝스럽다니까.
지깐 년이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다고 잘난 척하고 지랄이야.
그렇게 배우고 똑똑한 년이 이 촌구석으로 왜 끼오냐."
강릉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아녀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맞어 맞어, 강릉 댁이 틀린 말은 안 한다니깐. 우리 이러지 말고 그 년을 잡아 족칠 연구를 해 봅시다.

"참, 그 년을 확실하게 내려 누르려면 아무래도 강릉 댁이 앞 장을 서야 하지 않겠어?"
"고럼, 강릉 댁 말 빨을 당해 낼 인간이 여그 마실게 여태 까정 없었잖여."
"그럼 뭐시기 따지고 자시고 할 거이 읍꼬 앞잽이 한 번 해 보라꼬. 혀 봐."


동네가 떠나가라 떠들던 동네 아낙들이 강릉 댁을 앞세워 봉수네 마당에 들어 선 건 해가 뉘엇 해서였다.
마침 봉수가 외출을 한 터여서 은실이 혼자 있었다.
마을 아낙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비쩍 마른 개가 그악스럽게 짖어댔다.
"개 꼬라지 보소. 쥔이나 개나 똑같다니께 ."
강릉 댁이 짖어 대는 개를 발로 걷어차자 은실이 나섰다.
"저한테 볼일이 있어서 오셨으면 저한테 말씀하시지요. 죄 없는 개한테 그러지 마시구요."
강릉 댁이 두 팔을 둥둥 걷어 올리고 앞으로 나섰다.
"당신이 우리 동네 남정네들 개 망신을 시킨 거여?"
강릉 댁이 은실이 얼굴에 찌를 듯이 손가락을 들이밀자 은실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네? 전 동네 분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들 이러세요."
"하이고, 요 앙큼한 년 말 뻔따구 보소. 그람 동네 남정네들이 지들끼리 지랄을 해 쌌는다 이거여? 됐고, 좋은 말로 할 때 이 동네에서 싸게 꺼지라구."
강릉댁 삿대질에 정색을 하던 은실이 땅바닥을 내려보다가 강릉댁 앞으로 나섰다.
"제가 웬만하면 참아 보려고 했는데요. 제가 이 마을에 무슨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동네 분들에게 뭘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마을 복판에 살면서 나다닌 것도 아닌데 무슨 망신을 줬다는 거지요? "
"고따구로 지꺼리면 곤란허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벱이지 혼자 나발을 부나?"
"그렇게 행동 한 적도 없고 동네 분들에게 누가 될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으니 그만 가 주세요.. 전 더 이상 드릴 말이 없습니다."
은실이 동네 아낙들에게 그만 가라고 손사래를 치자 씨근덕 대던 강릉댁이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은실에게 달려들었다
"오냐, 따박따박 말대꾸질이 니 년은 다 옳고 우리는 달보 허당이다 요건데 니 오늘 나한테 자박세이 한 번 잽혀 봐라."
쏜살같이 달려든 강릉댁이 은실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여시 같은 년, 어디서 굴러먹던 갈보년이 여까지 끼와서 꾸정물을 끼얹어"
머리채를 잡힌 은실이 봉당으로 나동그라지자 옆에 섰던 동네 아낙들이 박수를 쳤다.
"잘 한다. 이 참에 아주 베르장머리를 고쳐 놓으라구."
은실이 강릉댁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일방적으로 당하자 개가 으르렁 거리며 요란스럽게 짖어 댔다.
두 사람이 뒤엉켜 엎치락 거리는 바람에 은실의 윗옷이 벗겨지고 짧은 치마가 벗겨지면서 은실의 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아이고 저 여시 같은 년, 옷 입은 꼴딱서나 좀 봐 ,아주 남정네들을 홀릴라구 작정을 했구만. 저게 옷 입은 거여?"
은실의 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던 동네 아낙들이 강릉댁을 뜯어 말렸다.
"이제 그만 하구 가자 구. 지 년도 알아 들었것지."
아까부터 그악스럽게 짖어 대는 개소리를 들었는지 한참 뒤 동네 남자들이 몰려왔다.
그 모습을 본 강릉댁이 삽짝으로 부리나케 쫓아갔다.
"여그는 왜들 끼온거여? 저 년이 잘 있나 보러 왔나?"
강릉댁의 고함에 움찔 놀라던 남자들이 은실에게 다가갔다.
"동네 여자들이 왜 몰려 댕기고 지랄이여. 이 꼬라지는 또 뭐고."
달식이 은실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 이래요. 누가 이 꼴로 맹글었나. 얼른 일어 나시요.
이거 일 났구만 일 났어."
달식과 완수가 은실을 잡아 일으키자 은실이 얼른 두 사람의 손을 뿌리쳤다.
이때였다.
이 모습을 본 완수 처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이 개 방구만도 못헌 놈아. 이제 봉께 니놈이 저 년한테 침 삼키고 있었구만.
니 눈엔 나는 안 뵈키고 저년이 그리도 중 허냐. 은제 부터 저년 걱정을 그리도 애가 마르도록 한 거여?"
완수가 처에게 뒷덜미를 걷어 들리자 달식이 완수 처를 뜯어 말리며 애걸했다.
"아이고 행수님요, 그게 아이라니까요. 완수 행님은 잘 못이 읍써."
달식의 만류에 완수처가 달식의 손목을 부여 잡았다.
"니깐 게 그걸 워떻게 알어. 봉녀 애비 하는 꼴딱지를 보고도 시방 그런 소리가 나와?
어데 백혀있다가 끼와서 하는 꼴을 좀 보라고."
"그거이 다 지가 잘못을 혀서 이 사단이 나는 거이지 완수 행님이 무슨 상관이오.
그만 돌아 들 가뿌요. 엄한 여자 잡지 덜 말구"
달식이 동네여자들의 등을 떠밀자 아까부터 눈꼬리가 심상치 않던 강릉댁이 별안간 달식의 뺨을 냅다 후려 갈겼다.
"지집년 한테 홀라당 빠져갖꾸 동네 여편네들이 사람으로 안 뵈키지?
이 빙신아 , 그러니까 니가 아직도 이 모냥으로 사는 거여."
불식간에 뺨을 얻어 걸린 달식이 야심한 밤에 우는 짐승처럼 괴이한 소리를 내지르자 손가락질을 해 대던 동네 여자들이 입을 내밀고 은실의 집을 빠져 나갔다.

"저그요... 괜 찮으신거이지요?"
완수와 달식이 은실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긁었지만 은실은 못 본체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이구, 정말 안 됐꾸마. 고운 여자한테 왜 들 그려."
완수와 달식이 계면쩍은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자 씩씩대며 가던 완수처가 다시 되 돌아 와서 고래 같은 소리를 질렀다.
"집구석에 기어 들어 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말구 저 년 하구 여서 살어.
집구석에 끼어오면 그날 부로 니 죽고 나 죽는 거여"
"그게 아이라니까요.행수님은 잘 알지도 못 허면서 왜 그려요."
달식이 완수 앞으로 나서자 우는 얼굴을 한 완수처가 달식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니놈이 뭔데, 지랄 말구 니 앞가림이 지대로 허고 나부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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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행님, 아까 고년 봉께로 얼굴 하나는 증말로 반반 합디다.
얼굴이 조막만 하구 살갗도 백옥 같고 동네 놈들이 눈깔이 뒤집어 질만 허데요."
"지금 그게 무신 소리여?"
"솔까, 같은 여자인 우리가 봐도 입에 침이 고일 만 하다 고 소리요."
강릉댁이 입을 쩍 다셨다.
"허긴, 우리가 이렇게 지랄을 떨 일은 아니제, 이쁘긴 하더라고.
이목구비도 훤칠하구. 젖탱이도 번데기 같은 우리랑 쌩판 다르고 방뎅이도 빵빵하구..."
"맞아요. 고 년 허리가 절구통 같은 우리랑 너무 달라서 저도 한참을 봤다니까요."
"흐흐흐..그랑께로 거시기 달린 사내놈들이 저 지랄을 해 쌌는게 아이요."
동내 여자들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는데 은실네로 따라갔던 영월서 시집을 온 성아 엄마가 부리나케 쫒아왔다.
"아이고 형님네들 일 났소. 은실네 남자가 지금 눈에 불을 키고 동네 여자들 찾으러 댕긴대요. 빨리 도망치시라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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