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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것에 관하여 *한계령 아무리 구비진 삶이어도 나만 하겠냐고 아득한 한계령이 타일렀다 그래도 눈물이 나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꼬르륵 허기가 팔을 당겼다 그래 일단 따끈한 국밥을 한 그릇 하고 다시 생각해 보는거야. **숨어있는 빛 차고 무뚝뚝해도 감성은 도처에 숨어있다 길과 산과 강, 그리고 바람 그대가 잡아주고 그리지 않으면 영영 숨어버리고 말 허공의 별 마음 한 뼘이면 두팔로 다가올 사람 내 딛는 만큼 커지는 눈동자 그대 등 돌리지 말아요. 2022. 12. 24.
가는 해 오는 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해의 끝에 섭니다. 23년 새해에는 코로나로 잃어버린 3년의 간극이 좁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춥고 지난한 시기에 이웃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빕니다. 성탄절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 12. 24.
틀림없이 틀림 없이 그해 가을은 한 치의 어그러짐이 없이 꾸어간 여름빚을 다 갚았다 등날을 볶던 태양도 얌전해지고 가을을 앓는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서지만 마침표를 달고 선 나무는 속이 끓다 하늘 오선지에 도돌이표를 그려보고 청 옥 하늘 빛을 불러 흥정을 붙여보지만 立冬 거간꾼은 딴전이다 사립문을 나서는 가을 해가 분하여 부아가 난 태양의 후예들만 분기탱천 하다. 2022. 11. 24.
무만 같아라 손바닥 봉투 안에서 속삭이던 얘기들이 시집을 가더니 어느 외진 골 미장원에 머리를 하러 모였다 어떤 애는 장발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또 어떤 애는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고 다리를 꼬고 앉아 거드름이다 미용사 흘금거리며 곁눈질이다 어머 몸매가 고우세요 히피펌 스타일이 어떠세요? 아무렴 네 까짓 게 열여덟 누이 다리 통만 했으랴 갈래 머리 리본 달고 짧은 치마 날리고 가면 동네 꺼벙이들 심장이 쪼그라 들었다 동네 봄 날이 분홍 빛으로 보였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스무 살의 회상 무만 같아라 허연 속살 다 드러내고 볶은 머리 헝크러져도 연하디 연한 속마음 내 마음 다 빼앗겼다 2022. 11. 22.
잎새 어느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없다 석양에 시들어 가는 붉은 잎새도 밤새워 한 얘기 끝이 아니라고 저무는 가을에 대드느라 얼굴이 붉었다 미련으로 남아야 하는 계절 통속한 잡지의 표지처럼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 재잘대다가 숨바꼭질로 숨으면 늦가을 술래가 찾다가 가버린 초겨울 2022. 11. 20.
11월 색이 사라지는 11월 추위가 닥쳐오기 전의 이맘때는 대입 수능 시험을 치르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수험생 같은 기분이다. 1년의 기다림에 대한 좋은 결과를 기대해야 하는 심정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그렇게 반복이 됐어도 푸르고 싱싱한 날에는 무디어 있다가 며칠 천하로 얼굴색을 바꾸는 자연 앞에 아차 싶은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 바람보다 더 찬 것은 공허하고 쓸쓸해진 마음이다. 솜뭉치나 스펀지에 물이 스며 들듯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과 마음에 아직은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싶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시 공간은 얼음장같이 매정하고 야속해서 바늘귀만큼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이 바라는 융통성이 무정한 세월에게도 적용이 되었더라면 지구는 이미 오래전에 우주의 먼지로 사라졌을지도 모.. 2022. 11. 13.
다시 빈 가지에 낙엽을 달아보다. 2022. 11. 10.
가을이 진다는 것 비틀어져 말라가는 가지 끝에 1년의 수고가 덩그러니 매달렸다. 아무리 목석이어도 이 모습을 보노라면 심장이 뛰지 않을 수 없다. 곧 닥쳐올 삭풍의 계절을 감내하라고 우리에게 건넨 하늘의 뜻에 그저 무덤덤하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그 많은 색깔 중에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담홍색이라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은 우리만 좋으라고 있는 말이 아님이 분명하다. 우리 눈에 호감이 가도록 색을 입히고 무뚝뚝한 가지가 단물을 보냈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서정이 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태산같이 높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늦가을 햇살에 방문을 떼어내 문종이로 문을 바를 때 가을꽃을 수놓아 문을 바르는 모습을 보았다. 아...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따스한 마음 지닌 분이구나... 2022.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