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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460

감자 익을 무렵 한해의 허리로 오른다. 노루 꼬리 같은 봄을 한숨 몇 번으로 보내고 나면 턱에 닿을 듯이 여름이 들이 다친다. 옷장을 뒤져 반팔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 서면 이미 가버린 반년이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아차 싶은 것이다. 그렇구나, 한 해의 절반이 흘렀구나. 계절이 변하고 주변이 변하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난리가 날 것인데도 마음은 거부권을 들고 공연한 트집이다. 이봐요, 무슨 세월 타령? 아직 반년이 남았는데. 세월이란 놈 자기 갈길 바빠서 쳐다보지도 않아. 그래봤자 두달 감자는 눈치가 빨라서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신접살림을 끝내야 한다는 걸 안다. 오랜 세월 경험으로 습득한 데이터를 유전자에 기록한 것이다. 저 무뚝뚝한 감자가 태양의 앱을 깔고 수 천 번 업.. 2023. 6. 13.
한탄강 태고의 강줄기에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설치한 인공길 시간이 더 흘러야 평가될 몫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당장을 살아야 하는 지자체의 고민이 낳은 결과겠지만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자원이나 먹거리를 미리 당겨 소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23. 2. 17.
가는 해 오는 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해의 끝에 섭니다. 23년 새해에는 코로나로 잃어버린 3년의 간극이 좁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춥고 지난한 시기에 이웃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빕니다. 성탄절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 12. 24.
다시 빈 가지에 낙엽을 달아보다. 2022. 11. 10.
단양 옥순봉을 오르다. 구담봉에서 바라본 충주호 하늘과 산과 호수가 만나는 가을 계절은 사람에게만 흐르는게 아니다. 옥순봉에서 바라본 청풍호 올해 비가 잦은 탓으로 호마다 물이 가득하다. 마시는 물이나 생활용수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는 국가들이 너무 많은데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은 가히 지상낙원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어요. 청풍 비봉산 가을소풍 이쁘게~ 여기 보세요. 코스모스 가득한 마을 안반데기 2022. 10. 10.
가을 이야기3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난 3년 마스크와 거리두기로 기억되는 코로나 시국은 단지 나 아닌 타인을 경계하는 선을 넘어 우리의 삶이 이대로 가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만들었다. 괜찮아지겠지, 무슨 수가 나겠지 하는 바램이 초조함으로 바뀐 짧지 않은 시간은, 더 좋고 더 나은 생활이 아닌 평범했던 날들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만들었다. 그저 그렇고 그런 하루를 보내면서 이웃이나 회사 동료들,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고루하고 따분하여 나에게도 인생을 180도로 바꿀만한 일이 없을까를 바랐는데 자연은 아주 공평하게도 전 지구인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만한 보따리를 안긴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3년 동안 아무 맛도 없는 맹물의 가치를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 2022. 10. 6.
가을 이야기 2 가을 바다 못다한 이야기들이 도열하는 바다 무심히 밀려오는 파도에 검은 가슴을 내 보이고 난 손 한 번 흔드는 것으로 바다에게 사례 했다 2022. 10. 3.
가을 이야기 1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하늘이 시키는 대로 줄기에 오르는 수분이 줄어들고 잎이 변하는 고통이 단풍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들의 시선에 아름답고 처연하게 보이는 것은 나이 듦에 비례하여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대지로 내리는 잎이 아니었다면 듣지 못했을 수많은 이야기들이 내편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름빛이 사라진 오대산 진고개를 넘다가 멍하니 앉아 알록달록 몸단장을 하는 나무잎들을 바라보면서 아무리 후하게 쳐주어도 모자랄 수밖에 없는 시간의 이동을 발견한다. 만져지지도 않는 공허의 시간이 나무와 꽃잎, 그리고 우리들의 얼굴에 원치않는 그림을 그린다. 무채색 그 그림을 지우려 무던히도 애를 쓰다가 북서풍이 불고 다시 봄을 맞아야 하는 계절의 쳇바퀴에 별 수 없이 다시 올라탄다. 다음 블로그가 사라진다는 것을 .. 2022.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