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날의 벤치
이름 모를 곳을 지나다
양지가 내미는 손짓에 다가 앉은 벤치
뭇 나그네가 남기고 간 낯선 온기가
여기 당신이 앉을 차례라고
인연은 얼음 밑을 훑고 지나는 여울
내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위해
겨우내 그렇게 흘렀더니
표정 없는 벤치도 그랬다
봄이 꾸어온 몇 줌 볕이
살그머니 깔아 놓은 온기에 앉아
빈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긴 한숨으로 들여 마신 하늘
먼 그날을 지나와
이곳에 닿아 스쳐간 사람처럼
해를 더하는 내귀에 닿으라고
가녀린 봄에게 시비를 걸다가
무심히 덮는 눈커플
아지랑이가 턱을 괸
그 봄 날의 벤치에
일곱 살 아이가 앉아 졸고 있었다.
딸기
뜰 윤창환
연인의 입술이 붉어야 할 까닭이다
떨리는 입맞춤이 달콤해야 할 까닭이다
실팍한 엉덩이와 가녀린 허리를 보듬고 안아야 할 까닭이다
아..
무념 무상으로 토해야 할 신음이다
삶의 더하기 빼기가 소용없는 까닭이다
그 여인의 입술을 넘보다
마침내 번개처럼 훑고 지나가는 에덴의 욕망
이브가 던진 달짝지근한 눈빛에 홀딱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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