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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봄 이야기 1

by *열무김치 2024. 2. 14.

그 봄날의 벤치

 

 

이름 모를 곳을 지나다

양지가 내미는 손짓에 다가 앉은 벤치

뭇 나그네가 남기고 간 낯선 온기가

여기 당신이 앉을 차례라고

 

인연은 얼음 밑을 훑고 지나는 여울

내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위해

겨우내 그렇게 흘렀더니

표정 없는 벤치도 그랬다

 

봄이 꾸어온 몇 줌 볕이

살그머니 깔아 놓은 온기에  앉아

빈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긴 한숨으로 들여 마신 하늘

 

먼 그날을 지나와

이곳에 닿아 스쳐간 사람처럼

해를 더하는 내귀에 닿으라고

가녀린 봄에게 시비를 걸다가

 

무심히 덮는 눈커플

아지랑이가 턱을 괸

그 봄 날의 벤치에

일곱 살 아이가 앉아 졸고 있었다.

 

 

 

 

딸기

 

        뜰 윤창환

 

연인의 입술이 붉어야 할 까닭이다

떨리는 입맞춤이 달콤해야 할 까닭이다

실팍한 엉덩이와 가녀린 허리를 보듬고 안아야 할 까닭이다

 

아..

무념 무상으로 토해야 할 신음이다

삶의 더하기 빼기가 소용없는 까닭이다

 

그 여인의 입술을 넘보다

마침내  번개처럼 훑고 지나가는 에덴의 욕망

이브가 던진 달짝지근한 눈빛에 홀딱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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