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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야기 1 삶의 정석이나 반듯함이 구속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모난 생활의 곡선들이 답답함이 아닌 해방감으로 다가오는 경우를 만난다.구불구불한 길과 숲이 만나는 변수 X와 Y의 함수는 복잡함이 아닌 단순함으로 나를 설득한다.단지 나무가 있고 바람이 분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심사를 일거에 무장 해제 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손가락을 꼽을 필요도 없고 구구셈도 잠시 달아난다.수많은 학설과 논리가 변방으로 물러나는 시간가슴이 시키는 대로 길을 걷다 보면 반기를 들었던 삶의 사유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구불구불한 오솔길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2024. 6. 9.
꽃의 인사법 꽃의 인사법화려한 날의 끝언덕을 넘으면다른 언덕이 기다리듯그곳에 앉아있는따스하게 손 잡을 원소(元素) 의 약속슬프지 않아수척한 얼굴당당하게우아하게립스틱 짙게 바르고     봄,그리고 안개  394959 6979꽃 피고 지면 그때 뿐아직은 아니라고 등 돌리다몽당연필이 되어버린그해 봄더 깎아낼 심지도 없는연필자루 끝에깨금발로 서있는 나는짧은 봄거리에 나 앉다나박나박 꽃잎은 지고성성한 남풍은 눈을 가리는데저것 봐점점이 매달린 애절한 눈빛그해 봄 날은 금싸라기였다거리에 나 앉는 내게 채워준99프로 반지 목걸이 팔찌그리고 색바랜 꽃닢가슴에 부는 한 움큼의 습기시나브로 마르도록사랑해야지안갯속으로 가는 내 봄 날을      할미꽃왜 그래 머리 뽄새가같은 밴데 놀래라겁 먹지 말고갈참나무 그놈에게 물어봐그때에 홍조 띤 .. 2024. 5. 10.
봄 이야기 12...참개구리 일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다 요즘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참개구리를 만났다.그런데 이녀석의 행동이 이상했다.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냅다 도망을 가는데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왜 그럴까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왼쪽 다리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뱀을 만나 사투를 벌이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건지, 특정 대상에게 물리거나 밟혀서 생긴 상처로 보였는데 상처가 너무 커서 그대로 두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를 어떻게 하지?살며시 들어서 그늘 쪽으로 옮기고 나무잎으로 가려 주었지만 그냥 두고 오기엔 마음이 쓰였다.함께 내려가던 인부들에게 혹시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가진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 인부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작은 연고를 하나 내밀었다.연고의 설명서를 보니 상처가 난 곳에 바르는.. 2024. 4. 26.
봄 이야기 11 봄날은 간다 무심한 강물에 꽃단장 女人이 뛰어 내린다 가고 옴이 하나라고 강처럼 흘러가 버리는 매정한 봄 나는 꽃잎 앞에서 핑계 치 못하네 2024. 4. 22.
봄 이야기 10 구애 이 봐그대나 나나 얼굴 마담인데노루꼬리 같은 봄 날번갯불에 콩이나 볶아 봅시다밀밭이 일렁이고 있어염천 그 꼴 보지 말고딱 지금이야.    연습얘들아해 떴다빨리빨리손 벌리고동냥 해야지봄 언덕해맑게 웃어야 하는 슬픔긴 기다림 짧은 이별     호객꾼봄 그년이 보통내기기 아니야반나절 품 값 애들을 불러다시답잖은 길바닥에 앉혀 놓고양지 그 애들이 생글생글 웃는데얼굴 뜨거워 그냥 지날 수가 없잖아사랑 받기 위해짧은 목 길게 빼고노랗게 웃어야 할 시간겨울 서러움이 애닯게 피는 봄.     배꽃이 피면겨울이 벗어 던진밋밋한 가지에창포에 머리 감고참빗으로 곱게 빗은열 여덟 누이가 앉았구나송화가루 날리는 4월일기장에 숨은 달덩이 누이는해마다 옥양목으로 핀다.      민들레 엽서아련한 봄 하늘에영자 명순이가 불어 .. 2024. 4. 22.
봄 이야기 9 꽃이 이르는 말 저것 봐 그해 봄 아리땁던 그니의 머리에 나비처럼 너울대던 화신(化身)이 타네 아롱아롱 비치다가 낙수 되어 새벽이슬로 맺히고 마는 스무살 사랑하지 마세요 뜨거운 입맞춤 한 번으로 툭 내던지고 마는 몰각(沒却) 의 나신 억겁의 세월을 거슬러 수 만 번 받아내야 할 화대(花代) 입니다. 꽃매 화사한 봄은 앉으라고 하고 매정한 삶은 뛰라고 하네 숟가락 젓가락 들고 놓다 가버린 고만 고만 한 날들이 부아를 지른 날 누룽지처럼 들러붙는 고약한 나를 팽개치고 꽃비 나리는 거리로 나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지만 발바닥 각질처럼 고약한 심사 그 사랑 언제나 만날까 나무가 든 꽃매를 맞다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손등으로 훔친 눈물에 봄이 눌었다 꽃비 홀씨로 나리던 날 4월이 열어준 미닫이로 연두색 그.. 2024. 4. 8.
봄 이야기 8 하숙생 진달래 개나리 애틋이 웃어 그 봄날에 찾아간 내 안의 낯선 집 잠깐 머물렀다 갈 봄 여관에 나는 바람이 건네준 꽃잎 몇 장을 쥐어주고 달포 하숙생이 되었다 밤마다 찾아온 봄 꽃처럼 살자고 이르더니 녹음에게 홀려 야반도주를 했다 밀린 하숙비도 받지 않고. 선 보는 날 하늘 고운 날 연두색 저고리 분홍 치마 하얗게 분 바르고 지긋이 눈 감으면 하오의 봄이 스치고 간 거리마다 강물처럼 쏟아지는 비련(悲戀) 나는 그해 봄 선 자리에서 또 퇴짜를 맞았다. 2024. 4. 8.
봄 이야기 7 사랑의 빛깔 내 이럴 줄 알았다 애타는 가슴 용암으로 녹인 검은 눈동자 붉은 입술 강줄기로 감겨온 뜨거운 그대의 허리가 모두 유혹이 서는 날 소비하라고 붉은 노을이 슬그머니 찔러준 상품권. 그대는 변함 없이 긴 계절이 흘린 눈물이 샐쭉 토라진 겨울을 안고 야윈 봄 허리로 흐른다 골 골 마다 숨어있던 수다들이 지줄대는 봄 볕 미끄럼을 타고 발그레한 얼굴로 거침없이 내 닿는 계곡 선수를 친 신접 살림 생강나무가 고목 뿌리를 훑고 온 잔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 삭풍이 접고 간 저잣거리 점방마다 곰살맞은 버들의 유혹이 심란하다 202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