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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봄 이야기 12...참개구리

by *열무김치 2024. 4. 26.

 

 

일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다 요즘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참개구리를 만났다.
그런데 이녀석의 행동이 이상했다.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냅다 도망을 가는데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

??
왜 그럴까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왼쪽 다리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뱀을 만나 사투를 벌이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건지, 특정 대상에게 물리거나 밟혀서 생긴 상처로 보였는데 상처가 너무 커서 그대로 두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어떻게 하지?
살며시 들어서 그늘 쪽으로 옮기고 나무잎으로 가려 주었지만 그냥 두고 오기엔 마음이 쓰였다.
함께 내려가던 인부들에게 혹시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가진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 인부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작은 연고를 하나 내밀었다.
연고의 설명서를 보니 상처가 난 곳에 바르는 것이어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개구리 다리에 연고를 발라 주었다.
개구리가 몇 번 움직였지만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탓인지 연고를 발라도 도망을 가지 않았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인부들이 킥킥대고 웃었다.
"아이고, 쟤들은 생명력이 강해서 그냥 둬도 잘 살아요. 개구리 다리에 연고 바르는 건 머리털 나고 처음 보네. 웃긴다 정말."
듣고 보니 너무 오바 한다 싶었지만 그래도 안 바른 거 보다 빨리 낫지 않을까 싶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저 녀석 잡아서 호박닢에 둘둘 말아 구워 먹었는데 치료는 무슨.."
연고를 바른 뒤에도 한참 동안 가만히 있던 개구리는 슬슬 기어서 풀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할배, 복 받으실 거야.

사람이나 짐승이나 몸이 아프니 별 수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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