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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583

가을 이야기 1.. 숲 속 의자 오가는 이 거의 없는 산길에 수수한 가을꽃이 피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보내며 때를 따라 자신을 가꾸어 나름의 결실을 맺는 일이 간단치 않음을 본다. 가을은 숨기었던 삶의 일기들이 물리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이다. 붉은 손짓 열정의 구애에 짧은 가을 햇살은 숨 가쁘다. 등산로를 오가며 꼭 앉았다 오는 숲 속 의자 잘려나간 세월의 흔적위에 무심하게 앉아 잡다한 삶의 구구셈을 한다. 수 십 년 세월이 빚어 낸 숲 속 의자가 건네는 작은 선물이다. 국화향 2021.09.25 23:17 신고 수정/삭제 답글 아랫글에 보이는 윤씨 ㆍ 윤씨 아저씨?ㅎㅎ 참 오랜만에 가을을 몰고 오셨네요? 대목은 좀 보셨었는지요 ㅎㅎ 그저 웃으시라 물어봅니다 아픈다리 허리 쉬게 해주는 고마운 의자 참 반갑지요.. 2021. 9. 25.
8월이야기3....가을점방 "오늘 이 점방에 들른 윤 씨가 마수여." "설마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카는 거 모르나?" "어떡해요?" "우떡하기는... 요캉쯤이면 사람 읍써도 괘않치" "그럼, 무슨 수가 있나요?' 이미 팔순이 가까운 점방 주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조곤거리듯 말했다. "문 열게 노면 지나 댕기는 바람도 아는 칙하고 하늘도 뻐끔이 딜다 보고, 뭐 글카다 재수 좋으면 둬 달 전에 가져간 외상값도 들어오고 그러는 거이지" "아니, 요즘도 외상을 주나요?" "거기도 외상 주잖아. 피장파장이지" 반 년 만에 들른 그곳엔 가을 기운이 역력했다. 가다가 엎어져도 일으켜 줄 사람도 없는 한적하다 못해 쓸쓸한 시골길은 8월 하순임에도 마치 정월달처럼 차가워 보였다. "코로나라서 그런가요?" "여그는 코로나고 뭐시기고 소용.. 2021. 8. 25.
8월 이야기 2..그대는 변함없이 바이러스로 점철된 우리들의 걱정 근심과 달리 다른 계절로 달려가는 산과 들, 그리고 하늘은 명랑하기 그지없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지만 가을 열매들은 덤덤하다. 물 흐르듯 살면 될 것을 거스르며 살았다. 수업 중 8월의 태양이 건네준 아름다운 苦惱 여름이 내려야 할 정거장 8월은 경계선이다. 열정과 냉정 사이... 비닮은수채화 2021.08.18 01:19 신고 수정/삭제 답글 깔롱지기는 옷을 입고 나타나면, 잠자리 날개같다...라고 하지요. 저 투명함 속에 신비스런 천연 문양이 새겨져 있어, 한참동안 바라봅니다. 포도는 열무김치님댁 포도인가요? 제대로 된 과수원엔 저렇게 엉성하진 않거던요..ㅎ 벚나무에 단풍이 들어서 저두 오늘 폰카에 담았는데 맘이 통했나봅니다 수수를 보니, 때때산.. 2021. 8. 17.
야화 코로나가 삼켜버린 봄 밤의 寂寥 또 한 해의 봄날이 속절없이 지나간다. 벚꽃엔딩 이쁜준서 2021.04.03 06:36 신고 수정/삭제 답글 꽃샘 추위 속에서도 개나리도 피어나고, 갯버들 가지 곰실곰실 손바닥에서 기어 다니고, 그 꽃샘추위의 봄의 시작에서 우리는 벗꽃이 피는 화려한 봄을 기다리지요. 벗꽃은 그 기다림에 쨘 하고 나타나서는 채 사랑도 다 하지 못했는데 가버리고, 그리고 봄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러가지 꽃을 피우고, 설레이는 봄은 가 버립니다. 우리들은 봄의 한중간에 서 있으면 그냥 당연한듯이 봄이란 단어를 잊고 여러가지 꽃을 즐길 뿐입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올 해의 꽃은 4월꽃도 3월에 다 피었다고 한식 상차림 같다구요. 예전 시골에서는 그래도 진달래가 피어야 봄이 익고, 일 속에서 파 .. 2021. 4. 3.
봄날의 유감 잘려나간 세월의 흔적 수많은 계절과 그 아래를 지나는 나그네들을 지켜보았을 거목은 경작지의 그늘이 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속절없이 잘려나갔다. 오랜 간 농사를 했던 필자도 농부의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나무가 잘린 근처의 과수원과 일부 경작지는 잘려나간 나무와 별 상관이 없는 곳이어서 바라보는 내내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나무는 자라서 자원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게 임무다. 그러나 물리적인 자원만이 아닌 정적인 자원으로서의 역할은 단순 비교대상이 아니다. 한 농부의 작은 이익을 위한 판단으로 잘려나간 여러 그루의 나무는 이곳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서정을 빼앗아버렸다. 시민들이 즐겨 다니던 등산로 가장 아름답던 오솔길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지나는 사람들마다.. 2021. 3. 8.
봄 언덕에 앉아 산길을 돌아 내려오다가 차를 세웠다. 골짜기에 흐르는 물소리가 낭랑하고 바람이 유하다. 귀를 간지럽히는 미풍은 더하고 빼기를 할 사이도 없이 굳어진 몸을 解除시킨다. 볕이 부서지는 낮은 언덕에 앉아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따스한 햇볕 한 줌으로 사람 마음이 새의 깃털처럼 가벼워짐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지구가 오랜 몸살을 앓더니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과학문명에 대한 피로감이 역력하다. 과거로의 회귀는 미래가치를 갉아먹는 비 생산적인 유물이었더니 손바닥 뒤집 듯 하루아침에 낯빛을 바꾼다. 지나 간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는 인류의 간절함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삶의 곡절로 얻은 세상 이치와 보편적 가치가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이름 모를 잡초를 이길 수 없음을 본다. 볕 한.. 2021. 3. 5.
양지 행복의 순위가 꼭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더 크고 더 풍요로운 미래에 마음을 두고 살았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생의 정점을 지난 은빛 세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여겼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게 소원이 됐다. 화사한 봄날과 뜨거운 여름, 그리고 붉게 불타는 가을날에 그리운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만나고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소원 너무나 당연해서 의미를 둔다는 것이 사치스러웠던 그저 그렇고 그런 일상으로 되돌아 가는 게 모든 이들의 바람이 되었다. 익은 봄날에 꾼 꿈처럼, 엄마의 무릎을 베고 들었던 동화처럼 느껴지는 지나간 날들이 눈물겹다. 따스한 양지로 봄이 슬그머니 들어와 앉는다 기대를 걸고 살았던 수많은 이유들이 따스한 햇볕에 裸身이 된다. 독한 몸살을 앓고서.. 2021. 2. 3.
立春 봄으로 흐르는 계곡 나와 그대 모두 흘러 보내야 할 忿怒의 계절 길 가노라면 정 붙일 곳이 가끔 씩 보여 바람이 다하는 날까지 걸어가는 길 파란편지 2021.02.02 09:42 신고 수정/삭제 답글 어언 입춘이군요!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고 모두들 기대를 안고 출발했는데...... 아래 사진에서 가물가물 이어져 있는 길이 우리의 이 삶의 여정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대방의 봄에 열무김치님께 좋은 일이 벌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래 2021.02.02 11:27 신고 수정/삭제 답글 분명 봄은 가까이 오고 있는거군요^^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잘 살아가고 있는건지 요즘은 이루는 일없이 하루를 보내니 무의미 한것 같아 서글퍼지네요~* 이쁜준서 2021.02.02 13:4.. 2021.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