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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8월이야기3....가을점방

by *열무김치 2021. 8. 25.

"오늘 이 점방에 들른  윤 씨가  마수여."

"설마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카는 거 모르나?"

"어떡해요?"

"우떡하기는... 요캉쯤이면 사람 읍써도 괘않치"

"그럼, 무슨 수가 있나요?'

이미 팔순이 가까운 점방 주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조곤거리듯 말했다.

"문 열게  노면 지나 댕기는 바람도 아는 칙하고 하늘도  뻐끔이  딜다 보고, 뭐  글카다 재수 좋으면  둬 달 전에 가져간 외상값도 들어오고 그러는 거이지"

"아니, 요즘도 외상을 주나요?"

"거기도 외상 주잖아. 피장파장이지"

 

반 년 만에 들른 그곳엔 가을 기운이 역력했다.

가다가 엎어져도 일으켜 줄 사람도 없는 한적하다 못해 쓸쓸한 시골길은 8월 하순임에도 마치 정월달처럼 차가워 보였다.

"코로나라서 그런가요?"

"여그는 코로나고 뭐시기고 소용 읍써."

"예?"

"그놈이 미서우면 뭐 해.  뭐, 댕기는 인간이 있어야지."

딸딸딸 경운기 소리가 들리더니 비쩍 마른 노인이 들어서며 소리를 질렀다.

"전화는  국 끓여 먹었나?  하도 안 받아서 할 수 없이 왔잖아."

"저놈의 거짓뿌렁은, 전화통  싸맹그로 있는데 운제 했다고 지랄이여."

"봐,  보라니까."

노인은 휴대폰을 점주의 얼굴에 바짝 들여 밀었다.

"내 눈이 글게  밝으면  여그 앉아있질 않지.  생트집 꼬지 말고 버선속을  내 놔.

"소주 두 짝 실어 주더라고"

"질검 그렇지. 요번 건 글카고  젠번 껀  우짤낀데?"

"아, 그건 두 물 딴 고추로 한다고 했잖아. 올 개는 고추값이 고추 노릇을 한다니까로"

"먹을 놈이 없는데 고추로 받아서 어디가 쓰게?"

"겨울게 쟁여 놨다가 봄에 파시오."

"난전 장사꾼도 아이고, 그따구 소리 할래면 오지도 말어."

들은 척 만 척 노인이 뒤란으로 가더니 소주 두 짝을 들고 나왔다.

"코로난가 뭐시긴가  쐐심줄 같은 놈도 쐐주를 먹어야 간답디다."

눈을 찡긋한 노인이 소주 두 짝을 싣고 휑하니 달아나자 다시 적막강산이 찾아왔다.

"하긴, 절케라도 안 가져가면 재고지 재고."

 

아이스크림을 두 개를 꺼내 한 개를 점주에게 건넸다. 

"오늘 하드 두 개는 팔았네요."

"그칸데, 윤 씨가 팔 건 암것두 읍네. 남사스러니까 이거 돈 안 받을 테니  얼추 먹고 가라고."

"사람이 없다면서요?"

"윤 씨가 어디 여그 사람인가?"

등의 땀이 잦을 동안 한동안 멍하니 앉았다가 일어섰다.

"가랜다고 벌써 갈라고?"

"네, 지나가는 바람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하시고요. 하늘도 들어와서 한참 동안 놀다 가라고 하세요."

 

수수 머리도 제법 숙였고 머리를 가르는 바람도 어제 바람이 아니었다.

절간 같은 사십 리 그 동네엔 정말 바람과 하늘과 태양이 번갈아 마실을 나서고 있었다.

 

 

 

 

고집

 

 

"저 쐐심 줄 영감한테는 천 날 만 날 찌끄리야 쇠귀에 경 읽기라니까."

"안 그러실 것 같은데..."

"저그 들게 오는데 한 번 야기해 보시우."

늦 옥수수를 바소구리에 지고 들어온 장 영감은 해질 대로 헤진 밀짚모자를 벗어 마루에 던졌다.

"마카 거저 처먹을라고 한다니까."

"안 팔았어?"

"한 접에 7000원 준다카는 데 그따구로 파느니 달구 새끼나 주고 말지."

"달기 새끼가 백 마리 천 마리나 되나?"

"겨울게 주민 되지"

"골게 내가 뭐랬소. 씨갈 머리도 없는 강냉이 조  콩 나부랭이나 심 덜 말고 천 씨네 마냥 돈 되는 걸 부치라고 혔잖소."

"고따우 미친년 널뛰기 농사를 뭐 칼라고 하는데?  사람이 곡석을 먹으야지."

후다닥 일어난 장 씨 댁은 냉장고에서 꺼낸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윤 씨 봤지?  담뻬락에다 대고 찌끄리는 게  났지."

 

탱글탱글하게 여문 옥수수 한 자루를 차에 얹어주던 장 영감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윤 씨도  할배가 다 됐꾸마. 화차나 사람이나 비까비까 하구마"

"그러지 마시고 내년엔 아주머니 소원대로 특용작물을 심어 보세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따구 소리 말어. 고 따구로 잔 재주  넘던 놈덜 다 털어 처먹고 끼 나갔어. 농사도 고집이 있어야지."

"못 팔고 저한테 주시잖아요."

"글 커나 말기나 밭 곡석 해서 아덜 다 키워 내 보내고 지금까지 살았으니까 후회는 읍써."

 

그날 영월 옥수수는 팔자에도 없는 원주로 시집을 왔다.

 

 

 

 

 

 

 

 

 

 

 

 

 

가을 문턱을 넘어
들녘엔 알곡이 여물어
고개를 숙이고
가을 향기가 솔솔 부는
향기로운 날입니다
오늘도 평안하시며
즐겁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구수한 점방 할머니의 말씀에
한참 놀다 갑니다^^
우리네 시골 어딘가에 정말 저런 분들이 아직 남아 계실테지요
고운 날 되십시오
점방 평상에 앉은듯 와 닿네요
공감합니다
건강하세요~~
시집 온 영월 옥시기 한 잘구는 뭘로 해 드실건가요?
하도 요즘 글을 자주 안 올리시니 새글 보고 방가움부터 앞섭니다
여기 와야 아나로그적 향기라도 느낄 수있으니까요...
코로나와는 암 상관 없는 적막강산에 폭 파묻혀 지내고 싶어집니다
세상사 모두 잊고 말이지요...
점빵 할매캉 쏘주도 항꼬뿌하고
쇠고집 할배캉 동동주도 한사발하면서요..
안녕하세요. 브랜드를 만들기위해 소소하게 블로그마켓과 스토어를 오픈하였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shinsyeovle
신셔블 Shin Syeo Vle은 이 세상 속 혼자 일어서는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고 싶은 브랜드 입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
감사합니다 ㅎㅎ
시골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다 연세가 높으신 양반들...
박물관 전시품 처럼 시골을 지키고 계십니다
점빵(방)....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추억어린 말입니다.
오가는 사람은 없고 바람이 아는척하고 하늘이 삐끔 엿보다가는 한적함.....
예전엔 제법 동네가 차고 지나던 사람이 들려가던 그 점빵이었는데....
세월따라 빈마음만 차고 하릴없이 부채만 부치는 시골 할배의
툭 던지듯한 말투에 지나간 세월이 왕년으로 다가서기도 하네요.
아직도.....그 점빵에는 시골인심이 푸근하네요.
그나 저 점방마져 문닫는다면.....
강화섬 교동에 대륭시장통, 그런 점빵들이 몇몇 보이더라구요.
함께 동란때 피난와서 행여하는 마음으로 살다가 이제는 돌아가신 할배들.....
빈 점빵이 이젠 명물같이 남아져 있더라구요.
걸죽한 이야기 재밌게 들으면서 추억을 공감해 봅니다.

시골 사람들이니까 새로운 농사를 하는 건 얼른 마음먹기가 어렵겠지요.
더구나 젊은 사람들도 아니니까요.
답답하긴 하겠습니다.
더러 강원도 옥수수 보면 맛이 참 좋던데 판매하기는 그렇게 만만치 않군요.
그것도 이쪽이나 그쪽이나 답답한 노릇입니다.
다 그런 대상은 아니겠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시골, 시골 사람들을 생각하면
열무김치님께서 하시는 사업이 정말 만만치 않겠다 싶습니다.
그러면서 세월을 낚는 것이겠지요.
토속어에
귀 기우리며 읽어 내려갑니다())
시골마을에 사람이 살아야 점방도 먼지 없이 윤기 날텐데
젊은 사람 다 떠나고
연세 높은 분들 요양원으로 옮기시고...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 마을풍경이 보여집니다
옥수수 100개에 7.000원이라 ...

아마도 거리두기 4단계로
계곡이고 바다고 사람모이지 못하니 옥수수 소비도 줄었나 보네요..

삶아서 냉동고에 얼려두면
겨울에 요긴한 간식거리 되는데요
저는 고춧골에 심었던 옥수수 대궁에서 50개 정도 삶아 얼려두었습니다.

겨울에 에어플라이어에 구워 먹으면 꼬소하니 최고의 간식 되지요 ~
윤씨나 화차나 비까비까 다 늙었단 말에 팡~~웃었습니다
세월이 좋으면 다시 회춘 하실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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