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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 12...참개구리 일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다 요즘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참개구리를 만났다.그런데 이녀석의 행동이 이상했다.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냅다 도망을 가는데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왜 그럴까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왼쪽 다리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뱀을 만나 사투를 벌이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건지, 특정 대상에게 물리거나 밟혀서 생긴 상처로 보였는데 상처가 너무 커서 그대로 두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를 어떻게 하지?살며시 들어서 그늘 쪽으로 옮기고 나무잎으로 가려 주었지만 그냥 두고 오기엔 마음이 쓰였다.함께 내려가던 인부들에게 혹시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가진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 인부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작은 연고를 하나 내밀었다.연고의 설명서를 보니 상처가 난 .. 2024. 4. 26.
봄 이야기 11 봄날은 간다 무심한 강물에 꽃단장 女人이 뛰어 내린다 가고 옴이 하나라고 강처럼 흘러가 버리는 매정한 봄 나는 꽃잎 앞에서 핑계 치 못하네 2024. 4. 22.
봄 이야기 10 구애 이 봐 그대나 나나 얼굴 마담인데 노루꼬리 같은 봄 날 번갯불에 콩이나 볶아 봅시다 밀밭이 일렁이고 있어 염천 그 꼴 보지 말고 딱 지금이야. 연습 얘들아 해 떴다 빨리빨리 손 벌리고 동냥 해야지 봄 언덕 해맑게 웃어야 하는 슬픔 긴 기다림 짧은 이별 호객꾼 봄 그년이 보통내기기 아니야 반나절 품 값 애들을 불러다 시답잖은 길바닥에 앉혀 놓고 양지 그 애들이 생글생글 웃는데 얼굴 뜨거워 그냥 지날 수가 없잖아 사랑 받기 위해 짧은 목 길게 빼고 노랗게 웃어야 할 시간 겨울 서러움이 애닯게 피는 봄. 배꽃이 피면 겨울이 벗어 던진 밋밋한 가지에 창포에 머리 감고 참빗으로 곱게 빗은 열 여덟 누이가 앉았구나 송화가루 날리는 4월 일기장에 숨은 달덩이 누이는 해마다 옥양목으로 핀다. 민들레 엽서 아련한 .. 2024. 4. 22.
봄 이야기 9 꽃이 이르는 말 저것 봐 그해 봄 아리땁던 그니의 머리에 나비처럼 너울대던 화신(化身)이 타네 아롱아롱 비치다가 낙수 되어 새벽이슬로 맺히고 마는 스무살 사랑하지 마세요 뜨거운 입맞춤 한 번으로 툭 내던지고 마는 몰각(沒却) 의 나신 억겁의 세월을 거슬러 수 만 번 받아내야 할 화대(花代) 입니다. 꽃매 화사한 봄은 앉으라고 하고 매정한 삶은 뛰라고 하네 숟가락 젓가락 들고 놓다 가버린 고만 고만 한 날들이 부아를 지른 날 누룽지처럼 들러붙는 고약한 나를 팽개치고 꽃비 나리는 거리로 나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지만 발바닥 각질처럼 고약한 심사 그 사랑 언제나 만날까 나무가 든 꽃매를 맞다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손등으로 훔친 눈물에 봄이 눌었다 꽃비 홀씨로 나리던 날 4월이 열어준 미닫이로 연두색 그.. 2024. 4. 8.
봄 이야기 8 하숙생 진달래 개나리 애틋이 웃어 그 봄날에 찾아간 내 안의 낯선 집 잠깐 머물렀다 갈 봄 여관에 나는 바람이 건네준 꽃잎 몇 장을 쥐어주고 달포 하숙생이 되었다 밤마다 찾아온 봄 꽃처럼 살자고 이르더니 녹음에게 홀려 야반도주를 했다 밀린 하숙비도 받지 않고. 선 보는 날 하늘 고운 날 연두색 저고리 분홍 치마 하얗게 분 바르고 지긋이 눈 감으면 하오의 봄이 스치고 간 거리마다 강물처럼 쏟아지는 비련(悲戀) 나는 그해 봄 선 자리에서 또 퇴짜를 맞았다. 2024. 4. 8.
봄 이야기 7 사랑의 빛깔 내 이럴 줄 알았다 애타는 가슴 용암으로 녹인 검은 눈동자 붉은 입술 강줄기로 감겨온 뜨거운 그대의 허리가 모두 유혹이 서는 날 소비하라고 붉은 노을이 슬그머니 찔러준 상품권. 그대는 변함 없이 긴 계절이 흘린 눈물이 샐쭉 토라진 겨울을 안고 야윈 봄 허리로 흐른다 골 골 마다 숨어있던 수다들이 지줄대는 봄 볕 미끄럼을 타고 발그레한 얼굴로 거침없이 내 닿는 계곡 선수를 친 신접 살림 생강나무가 고목 뿌리를 훑고 온 잔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 삭풍이 접고 간 저잣거리 점방마다 곰살맞은 버들의 유혹이 심란하다 2024. 3. 26.
봄 이야기 5 야화 운빨이 다 한 노스트라다무스의 통찰이 극한의 신기루로 피는 밤 호객( 呼客) 야화의 짧은 오르가즘 기름진 얼굴이 훑고 간 거리마다 열흘 꽃이 짊어진 천근의 추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써야 할 바람이 우려낸 화대가 난무하다. 2024. 3. 16.
봄 이야기 4 구례 통곡의 봄 보이저 그것이 백 만 분의 일 희망고문을 업고 오르트 구름을 지나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시간도 없는 수 백 만 광년 안드로메다로 간다지 열흘 천하 그 봄빛 0과1의 윤회에 기약도 없이 가 없는 검은 침묵이 찍은 파리한 점 하나 광선 한줄기에 매달려 돌고 돌다가 마침내 내지른 누런 토사(吐瀉) 몇 달 만에 받아낸 섣달 채무가 설익은 볕에 앉아 거드름이다 가는 봄 오는 봄이 팔십 넘어 구십이어도 해를 더해도 익지 못하는 심사 지구별 어느 끝에 머물다가 홀연히 찾아 든 은하 한 줄기 편( 便) 하나 물고 수 십 수 백 광년 넘어로 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