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665

찔레 기쁨 슬픔 미움 그리움을 꾸지람 한 번 없이 잠재우는 방법 쓸쓸한 들판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 찔레 가을이 달아 놓은 빨간 등불 겨울 초병으로 뽑혀 근무 중 한설 서러워 떠는 애 오면 몇 개 따서 손에 쥐어 주고 굴뚝새 파고 들거든 몇 알만 꾸어 줘 빨간 입술을 지우면 안 돼 언덕 넘어 나풀나풀 봄 그 애가 깨금발로 흘금흘금 훔쳐보고 있더라. 2024. 1. 4.
새해 소망 새해 소망 새해가 밝았어요 할머니 복 많이 받으세요 글쎄 나 같은 사람이 많이 받을 복이 있을랑가 몰것네 짠지에 밥술이나 지대루 삼키면 좋겠구 저기 뭐시냐 볕이나 잘 들어서 찬물에 주물러 넌 같잖은 빨래나 잘 말르면 좋컷어 2024. 1. 3.
연말 맛이 좋아? 응 최고 누가? 옥수수 그리고? 할비도 최고 할비가? 할비가 키웠잖아 이 겨울이 쓸쓸하지 않다 치켜세운 여린 엄지에 기쁘고 슬펐던 한 해의 기억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내려 앉는다. 2023. 12. 26.
호박 호박 논두렁 호박이라더니 오호라 속내는 요염했구나 꼭꼭 숨겨둔 저 바람끼를 어찌 참았누 누런 통치마에 울퉁불퉁 장딴지 더니 저년 속이 열 사내 훔치고도 남겠어 춘삼월 봄바람아 가슴마다 불을 지른 게 너만이 아니었구나 샛노랗게 흘기는 초승달 눈매에 환장하겠네 뚝배기보다 장맛이야 게슴츠레 실눈을 뜬 섣달 바람이 못 본 척 흘금거리는 청아한 하늘가에 호박이 쓴 가을 연서가 아득하다. 2023. 11. 30.
홀로 남는 다는 것 부드럽던 바람마저 등보인 언덕 청옥 눈물이 흐르는 하늘가에 싸늘한 고독이 매달렸다 여름내 못 받은 품삯 홍엽에 새겼더니 도적같이 와버린 설야(雪野) 계절 끝은 그러려니 섣달 정월 삭풍이 나를 후리고 얼음장 초승달이 멋대로 기울어 미풍으로 간지리던 꽃잎 날리던 날의 맹서 눈으로 숨은 가지마다 침묵한다 춘삼월이 저당한 들판에 알맹이 내어준 잔챙이 가을이 당황스레 서성이는 밤 손등으로 훔치다가 눈꽃으로 피고 마는 고독한 눈물 그렇게 겨울은 홀로 남아 봄에게 받아낼 혈서를 쓴다. 2023. 11. 29.
만추 가을 악보 정거장 이제 내려야 할 때 안녕 낙엽 오선지에 낮은 음표를 그리고 떠나는 가을 주저하지 말고 바지랑대로 떠받친 가을 하늘엔 온갖 이야기들이 매달려 종알거렸다 저 골짜기 갈참나무 의연하더니 갈바람 그년 눈웃음에 광까지 털려 이미 얼굴이 노랗더라 자기는 사랑으로 익었다고 고추잠자리 저렇게 빨갈 것 까지야 실 같은 허리에 빨간 융단을 감고 댓바람에 나대는 꼴이 한로가 쓴 일기를 훔쳐보았구나 입안에 혀처럼 굴어도 무서리 몇 방이면 강가의 물안개처럼 내려앉을 허무한 계절 가을이 누군데 모른 척 하기는 눈 몇 번 끔뻑하고 겨울에 들러붙어 주저하지 말고 2023. 11. 5.
11월 빚잔치 도둑처럼 내린 무서리를 쓸고 해에게 꾸어다 쓴 푸른 빚을 갚는 날 점점이 모여 앉아 내뱉는 홍엽 기침소리에 고리대금 하늘빛이 고깝다 枯葉이라니 몸단장 미소가 곱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이자를 깎을 수는 없지 변덕쟁이 바람 놈에게 준 삯이 얼만데 그윽한 실바람에 따스한 눈빛 마디마디 더듬는 황홀한 손길이 아니었소 난 몰랐네 북풍한설 뒤에 두고 손바닥 털어 줄기마다 올린 수액 쥐어짜더니 빚잔치 끝에 얻어걸린 개평 두고 온 새 눈마다 봄이 숨어 소곤소곤 明年 대출 이야기로 가득하다. 11월 엄마 먹을 거 없어? 엄마 얼굴 보름달이던 어린 날 꽃과 나무가 보채는 얼굴을 몰랐다 떠나는 시월 서러워 몇 줄의 김밥을 등에 지고 산에 오른 날 왔던 길인데 왜 이리 멀꼬 스물두 살의 봄이 몇 천리 향기로운 그대가 웃.. 2023. 11. 1.
흔적 흔적 윤 창 환(뜰) 나무 뿌리를 훑고 온 내는 입동 지단세(地段稅) 가위에 눌린 나무의 애환을 들었다 곧 만산홍엽의 강이 되리라 추풍낙엽이어도 나는 눈물이 많아 떠나는 날 메마른 그대 얼굴 초라하지 말라고 내도 강도 소리쳐 불렀더니 2023.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