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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봄에게

by *열무김치 2023. 4. 12.

 

 

 

 

 

 

봄에게

 

돌아서면  냉큼 앉아있는 

속도 염치도 없는 시어 터진 묵은지 같은 하루

도둑처럼 달려드는 월말 고지서

 

어서 내

빨리 내라고

앵앵앵

삼복 염천에 파리떼 처럼 

 

은행에 들렀다가

홀쭉해진 지갑을 들고나오는 길

거리엔 

겨우내 기다렸던 연풍이 토라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또각또각 찾아간 치악산 아래 그 카페

내 마음에 온기가 남아 있을까 

입 벌리고 올려다 본 봄 하늘엔

습기를 빼앗긴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치는

이름 모를 어느 간이역처럼

보일 듯 말 듯

노루 꼬리 같은 내 젊음이 가네

 

까르르  숨넘어가는 청춘들의 수다에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다가

휴대폰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내 청춘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우울하지 않기

후회하지 않기

사랑하며 살기

 

너울너울 가 없는 시공으로 떠나는 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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