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돌아서면 냉큼 앉아있는
속도 염치도 없는 시어 터진 묵은지 같은 하루
도둑처럼 달려드는 월말 고지서
어서 내
빨리 내라고
앵앵앵
삼복 염천에 파리떼 처럼
은행에 들렀다가
홀쭉해진 지갑을 들고나오는 길
거리엔
겨우내 기다렸던 연풍이 토라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또각또각 찾아간 치악산 아래 그 카페
내 마음에 온기가 남아 있을까
입 벌리고 올려다 본 봄 하늘엔
습기를 빼앗긴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치는
이름 모를 어느 간이역처럼
보일 듯 말 듯
노루 꼬리 같은 내 젊음이 가네
까르르 숨넘어가는 청춘들의 수다에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다가
휴대폰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내 청춘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우울하지 않기
후회하지 않기
사랑하며 살기
너울너울 가 없는 시공으로 떠나는 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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