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습작

풍문

by *열무김치 2023. 3. 18.

심심하기 그지없는 하릴없는 언덕배기
튀어 보겠다고
노란 색깔 하나만 믿고 만용을 부린 봄

얕보지 마
지난 가을이 벗어던지고 간
누리끼리한 핫바지들 앞에
샛노란 점 하나 찍으면
섯다판 아홉 끝은 저리 가라지

가녀린 얼굴에 번지는 고혹
휘어진 허리에 걸린 혼미한 햇살이
반 쯤 눈을 감았다

반반한 얼굴 하나가 후려낸 골짜기에
바람이 실어 나른 풍문이 요란하다.

 

 

 

 

꽃이 왜 피겠소

싱숭생숭
적어도
봄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겠어
겨우내 얼어붙어
눈도 껌뻑 하지 않을 목석들에게
옆구리 찌르는 거 말고 뭐가 있을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열 번까지야
연지 바른 얼굴에
간드러지는 눈 웃음 몇 번이면
이내 게슴츠레 해질 군상들

봄이 채용한
매끈한 미용사가 튀겨주는
달달한 팝콘들이
골목을 지키고 앉아 호객질이다.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에게  (0) 2023.04.12
별 흐르는 강  (0) 2023.04.12
3월 연가  (4) 2023.03.13
이웃집 아가씨  (1) 2023.03.07
나생이  (3) 2023.03.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