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07 봄 이야기 5 양지꽃이른 봄 언덕늦겨울이 내어 놓은 노란 리본버들도 호드기도 보이지 않는데누구 보라고한 줌 볕을 버무려 노랗게 바르고무채색 하늘가햇살이 차린 접방 살림살이풀섶 자리 깔고갈잎 소반에 꽃잎 차리면어느새 다가 앉는 연풍 오수(午睡)머나먼 날에그대처럼 핀 꽃이제야 보여눈물이 나다. 2025. 2. 27. 봄이야기 4 3월의 강 속 없는 강물살가운 봄빛에부끄럼 물 밑으로 흘리고바람이 시샘한 치마 사이로옥빛 살결이 낭랑하다잔설 분분한 골짜기떠날 때를 안 까닭으로경( 経)에 이르지못한섣달 정월 이월의 서첩(書帖)어디서 와서어디로 흐르는지머물기를 바랐지만그대와 내 사랑도결국 그렇게 흘러가고 야 말 것을. 2025. 2. 19. 봄 이야기 3 삶은 계란 먹기계란을 삶아양지에 앉아 까먹는다소금을 넣고 삶아야 잘 까지지아니야찬물에 삶아야 해무슨 소리바늘로 계란에 구멍을 내고 삶아야지그깟 계란 껍질이야아무렇게 까도 될 것을입에 넣는 짧은 순간까지자질구레한 간섭이 코밑까지 따라붙어저녁 굶은 시어미다돌아 앉기도 벅찬 사절지 만한 독방에짧게는 육 개월길어야 일 년공장의 공산품처럼 빼낸 알들이때 빼고 광 내고 관광버스에 올라디스코 파티를 벌린다내 과거는 묻지 마세요한 알로 해결되는 종합 영양통삶아 먹고 부쳐 먹고 구워 먹고아주 그냥 죽여줘요. 5일장 호떡집봄 그리워 찾아 간횡성 장날 골목 난전에꼬깃꼬깃 천 원짜리를 손에 쥔어디서 본듯한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두리뭉실 미끄러져 납작하게 눌리는꿀 호떡 야채호떡 치즈호떡그리던 사람 재회하듯입맛 .. 2025. 2. 16. 봄 이야기 2 입춘이라지만 바깥 날씨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깃장을 놓는다.한 해의 시작이 이삿짐을 싸는 겨울에게 빨리 방을 비우라고 독촉을 해 대니 심통이 난 게다.시장이 반찬이라고 겨울 심술이 봄 입맛을 더 달달하게 하리라."전등이 나갔어. 좀 와서 봐 줘."앞집에 팔순 노인이 혼자 사신다.어쩌다가 전등을 갈아주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후로 가끔 전화를 거신다.오후 늦게 전구를 들고 찾아갔다.청소를 자주 하지 않는 데다 추위로 창문을 꼭꼭 닫고 사니 방안에서 좋은 냄새가 날리 없다."춥더라도 가끔 환기를 하세요.""잔소리를 들으니 좋네.집사람 떠나고 그 소리도 들을 데가 없어.""그럼 제가 계속 할까요?""자꾸 시켜 먹어서 미안 하구만. 그런데 등 갈아 달라고 부를 데가 없네."등을 바꾸어 다는 일이라 교체를 하고.. 2025. 2. 6. 봄 이야기 1 입춘 입춘인데 고추같이 추워입춘이 이놈이 바람이 난 게지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지만무쇠솥에 술국은 끓이던데영악한 입춘이 요놈 대길이만 앉혀놓고우수네 집에 피난을 갔더군양심은 있는지 편지 한 통을 남겼는데입춘이는 양자라 봄 볕에 내보낼 며느리래 길거리 약장수 설레발에 홀딱 넘어가듯깡마른 동지 섣달 얼굴보다 야 낫겠지 싶어오줌싸개 키 씌워 보냈더니소금 그릇도 팽개치고삼월이가 세 들어 사는 우수네 집에 도망을 친 거지 무슨 봄이야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잖아입춘이 그놈이 본 시 그래꽃 꺾어 들고 님 찾아갈처녀 총각 마음이 급한 거야. 처녀 총각이 있을 리 없는 마을을 지나다가 장승 아련한 마을로 봄이 오는구나40년 장기근속에 얼굴도 속도 새까맣게 탔는데명색만 장군이고 진급도 없고 월.. 2025. 2. 2. 겨울 이야기 3 설 뻥 1쌀 강냉이 누룽지가 서로 선 보는 날가설 성형외과 문전이 법석대고마침내 번호 뽑기를 한다아따메내 껀 언제 된다요?누가 새치기를 했구만올때는 한 바가지갈때는 한 자루대목 볼 돈은 병아리 오줌이고사고 싶은 건 왜 이리도 많다냐돈도 튀기면 얼매나 좋아많이 도 안 바래엎드려 절하는 놈들 팍팍 인심 좀 쓰게천 원 튀겨서 만원설 대목 뻥튀기 난장에고희 (古稀) 소녀들이 모여 앉아 가슴을 튀기고 있다. 설 뻥 2아따 글씨그놈이 철 나부렀어빤쓴지 뭐시긴지 타고 왔던디나중에 봉깨로몰큼시 백만원을 넣고 갔더라고고거 뿐잉가가다마이에 도라꾸도 신청했다두만글카고 내도말캉 몰리 와서 엎드리 절해 쌌는디이캉저컹 얼추 백은 나가부렀지뭐 쌤쌤인디 기분은 째져부러여틍간에아들 농사는 짓고 봐야 한당게기껏 듣더니담 넘어 할마씨 입.. 2025. 2. 1. 겨울 이야기 2 봄으로 가는 하늘파란 나라를 잊은 얄팍한 범인들 위로겨울 하늘이 아이처럼 푸르다대책 없는 하늘단 한 번 만이라도 눈을 감으면당장에 작단이 나고 말 시끄러운 세상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보는 병아리처럼할퀴고 살아도어쩌다 올려다 보며 눈물 지으라고하늘은 숙맥처럼 푸르다바보처럼 푸르다고단한 날에내 젊은 날 사랑이 살포시 다가와강퍅한 마음 무디어지라고하늘은 숙맥처럼 푸르다바보처럼 푸르다. 하늘처럼처음부터 끝까지같은 말만 했어요공허그것은 채움살아야 할 이유. 2025. 1. 25. 사는 일 한마디할부지나 심심해어떡하지?손녀가 졸라아이가 됐다어른이 방전 된 날. 한 번그날 그날이 맹물이더니어쩌다고사리 손에 잡혀솔솔봄날 아지랑이가 되었다. 2025. 1. 12. 이전 1 2 3 4 5 ··· 2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