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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봄 이야기 1

by *열무김치 2025. 2. 2.

 

 

입춘

 

입춘인데 고추같이 추워

입춘이 이놈이 바람이 난 게지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지만

무쇠솥에  술국은 끓이던데

영악한 입춘이 요놈 대길이만 앉혀놓고

우수네 집에 피난을 갔더군

양심은 있는지 편지 한 통을 남겼는데

입춘이는 양자라 봄 볕에 내보낼 며느리래

 

길거리 약장수 설레발에 홀딱 넘어가듯

깡마른 동지 섣달 얼굴보다 야 낫겠지 싶어

오줌싸개 키 씌워 보냈더니

소금 그릇도  팽개치고

삼월이가 세 들어 사는 우수네 집에 도망을 친 거지

 

무슨 봄이야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잖아

입춘이 그놈이 본 시 그래

꽃 꺾어 들고 님 찾아갈

처녀 총각 마음이 급한 거야.

 

처녀  총각이 있을 리 없는 마을을 지나다가

 

 

장승

 

아련한 마을로 봄이 오는구나

40년 장기근속에 얼굴도 속도 새까맣게  탔는데

명색만 장군이고 진급도 없고 월급도 없어

명예직 이래

 

쥐꼬리 만한 지단세를 준다는 말에 보초를 선 게 반세기

봄 볕 가득하게 내린 마을로 객지 이방인들이 찾아들어

두고 간 고향 더듬어 눈물지으면 그걸로 족해

언제까지 일지 나도 몰라

다시 40년이 흐른다 해도 그 가슴만 남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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