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입춘인데 고추같이 추워
입춘이 이놈이 바람이 난 게지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지만
무쇠솥에 술국은 끓이던데
영악한 입춘이 요놈 대길이만 앉혀놓고
우수네 집에 피난을 갔더군
양심은 있는지 편지 한 통을 남겼는데
입춘이는 양자라 봄 볕에 내보낼 며느리래
길거리 약장수 설레발에 홀딱 넘어가듯
깡마른 동지 섣달 얼굴보다 야 낫겠지 싶어
오줌싸개 키 씌워 보냈더니
소금 그릇도 팽개치고
삼월이가 세 들어 사는 우수네 집에 도망을 친 거지
무슨 봄이야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잖아
입춘이 그놈이 본 시 그래
꽃 꺾어 들고 님 찾아갈
처녀 총각 마음이 급한 거야.
처녀 총각이 있을 리 없는 마을을 지나다가
장승
아련한 마을로 봄이 오는구나
40년 장기근속에 얼굴도 속도 새까맣게 탔는데
명색만 장군이고 진급도 없고 월급도 없어
명예직 이래
쥐꼬리 만한 지단세를 준다는 말에 보초를 선 게 반세기
봄 볕 가득하게 내린 마을로 객지 이방인들이 찾아들어
두고 간 고향 더듬어 눈물지으면 그걸로 족해
언제까지 일지 나도 몰라
다시 40년이 흐른다 해도 그 가슴만 남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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