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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332

나무잎이 되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것은 비움이 아니라 채움이다 소금에 절인 자반의 눈알이 뭉그러진 것은 절인 몸뚱이 원대로 하라고 나도 바람 속 한 닢이 되어 秋色의 강으로 흘러야 한다 그것은 내게 남은 최고의 사랑 막간의 소곡 (小曲) 으로 객석의 눈물을 훔치면 굳이 길지 않아도 될 이야기 나는 백로(白露)의 이슬로 맺혀 아침 태양으로 숨는 가을의 술래 2023. 8. 21.
그리움을 팝니다 그리움을 팝니다 가슴 시린 계절 그리움을 팝니다 머나먼 은하 셀 수 없는 날을 달려온 태양이 꽃등을 내걸고 호객 중이다. 2023. 8. 20.
8월에 령을 넘다가 고단한 삶 푸념을 뱉다가 홀연히 오른 고산의 훈수 내 위엄이 그대 발 아래 있노니 *태백 야화 어둠이 없었다면 결코 드러나지 않았을 빛 여명이 짜준 양탄자에 올라 영원으로 숨어드는 우리는 야화 2023. 8. 10.
7월로 길을 걷다가 길을 걷다가 우연을 핑계로 너를 만나고 싶다 필연은 신작로에 구르는 자갈처럼 발길에 채이고 비바람에 쓸려 가다 마침내 맑은 시냇가에 안겨 동그라미가 되는 것 길을 걷다가 너를 만나면 통속한 잡지의 모델이 되어 목젖이 보이도록 껄껄 웃고 싶다. 얼굴 해바라기 초등학교 자율학습시간 자, 제 얼굴 표정 보이죠 해님이 애무를 하면 부끄러워 말고 살포시 고개를 들고 허리를 살짝 숙이는 거예요 노란 스카프 목에 두르고 지나는 바람 꼬드겨 해님이 콕 찍게 보일락 말락 내 치맛자락 흔드는 거예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밤새 웃는 연습을 하고 윤슬 흐르는 냇가에 섰습니다 나는 이미 정분이 나서 그리움 삭일 가슴이 없습니다 불타는 여름 그대 떠나면 난 죽고 말테요 건들매 나서기 전 뜨겁게 안아 마음껏 내 입술 훔.. 2023. 7. 27.
7월에 만나는 노을 동지섣달 꽃 본듯 긴 장마 끝에 만나는 노을 오랜 연인과 재회하는 순간이다 불타는 사랑이 몰래 훔치고 짝사랑이 송두리째 앗아간 노을 그 사랑이 계면쩍지 않게 무안하도록 타올라야 할 저녁 삶의 핑계에 덤탱이를 씌워 몰각했는데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잊었던 이름 선명하게 떠올라 아ᆢ 내게도 습기가 남았구나 경계를 넘는 용암이 쇠락한 담벼락에 긋는 갈짓자가 아닌 바를정자 끝은 곧 시작이라고 누가 황혼이라 할까 붉게 물들 가슴만 있다면. 2023. 7. 19.
내고향 그곳엔 사랑의 유효기간 사랑 그 막차가 도착했을 때 땅거미가 음침한 놈이라는 걸 알았다 리트머스지에 잉크가 스미듯 슬금슬금 옷깃을 파고들어 마침내 심장을 도륙하는 어둠 머리 위에 태양이 빛나는 날 저 낮뜨거움이 지겹게 오래 가리라 그대의 긴 머리에 앉은 뜨거운 입맞춤으로 가려진 무색 무취의 계절 시간은 미처 옆구리를 찌르지 못했다 사랑의 이간질 사방 천지에 깔린 삶의 못들이 무시로 찔러 괴성을 지르다 입 막고 귀 막고 눈 가린 무단의 시간이 느닷없이 압류 통보를 해오다 멀게만 보였던 고지 마음을 두고 발이 먼저 닿아버린 그곳에 영원할 것 같았던 푸른날들이 남루한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고향 그곳엔 소꿉동무들이 뛰어가던 어스름 동구밖 그날이 태연하게 앉아 있는 여름 수 많은 날 끝에도 너는 여전하구나 먼 길을 돌.. 2023. 7. 14.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이별 굴레 자유를 잉태한 자궁 속 유희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유랑하는 빛 마침내 화려한 이별로 나오다 잊히지 않으려 이별을 선택한 붙박이 삶 점에서 점으로 흑암을 날아 선으로 가다 톡 사랑이 터진 자리로 빛으로 꾸어다 쓴 외면해야 할 빚 잔치 슬픔이 건넨 이름다운 이별 절정의 오르가즘 2023. 7. 1.
아름다운 추락 유월 장미의 그날에 숨 가쁘게 찾아온 행복 도둑이 아니길 빌었다 계절의 사선(射線)에서 방황으로 그칠 걸 알면서도 손끝을 찌르고 마침내 눈을 맞추었다 울 넘겨다 볼 사랑 고혹적인 얼굴이 영원(永遠)에서 영원이기를 머리 위 태양이 익기도 전에 유혹이 내리다 7월 염천 사나운 날에 가는 뒷모습 보이기 싫어 돋친 가시 숨기고 애타게 떠나고 싶어 권태의 조각들이 널부러진 후미진 곳에서 가슴을 쓸다가 비겁하게 원을 긋고 발뺌을 하다 그 사랑이 영원했다면 지겨워 내가 먼저 떠났을 거라고 2023.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