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길을 걷다가
우연을 핑계로 너를 만나고 싶다
필연은 신작로에 구르는 자갈처럼
발길에 채이고 비바람에 쓸려 가다
마침내 맑은 시냇가에 안겨 동그라미가 되는 것
길을 걷다가 너를 만나면
통속한 잡지의 모델이 되어
목젖이 보이도록 껄껄 웃고 싶다.
얼굴
해바라기 초등학교 자율학습시간
자, 제 얼굴 표정 보이죠
해님이 애무를 하면 부끄러워 말고
살포시 고개를 들고
허리를 살짝 숙이는 거예요
노란 스카프 목에 두르고
지나는 바람 꼬드겨
해님이 콕 찍게
보일락 말락 내 치맛자락 흔드는 거예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밤새 웃는 연습을 하고
윤슬 흐르는 냇가에 섰습니다
나는 이미 정분이 나서
그리움 삭일 가슴이 없습니다
불타는 여름
그대 떠나면
난 죽고 말테요
건들매 나서기 전
뜨겁게 안아
마음껏 내 입술 훔쳐가오.
오고 가는 것
호젓한 강가에 서서
한 철 피었다 지는 들꽃이 강의를 한다
흐르면 다시 오지 못하는 것
그것은 슬픔이 아닌 그리움
그렇게 살아가라고
나는 당신 자존심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먹어야 양반~!
물안개
강가에 피는 물안개처럼
속내를 감추는 재주가 있다면
청춘의 날에 속삭인 사랑 고백이
반백의 날에도 택택하게 숨었다가
삶 지겨운 날에
눈 희번덕하게 살아와
무채색 그대의 가슴을 훔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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