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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내고향 그곳엔

by *열무김치 2023. 7. 14.

 

 

사랑의 유효기간


사랑 그 막차가 도착했을 때
땅거미가 음침한 놈이라는 걸 알았다
리트머스지에 잉크가 스미듯
슬금슬금 옷깃을 파고들어
마침내 심장을 도륙하는 어둠

머리 위에 태양이 빛나는 날
저 낮뜨거움이 지겹게 오래 가리라
그대의 긴 머리에 앉은
뜨거운 입맞춤으로 가려진 무색 무취의 계절
시간은 미처 옆구리를 찌르지 못했다

사랑의 이간질
사방 천지에 깔린 삶의 못들이
무시로 찔러 괴성을 지르다
입 막고 귀 막고 눈 가린 무단의 시간이
느닷없이 압류 통보를 해오다

멀게만 보였던 고지
마음을 두고
발이 먼저 닿아버린 그곳에
영원할 것 같았던 푸른날들이
남루한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  


고향 그곳엔

소꿉동무들이 뛰어가던
어스름 동구밖 그날이
태연하게 앉아 있는 여름
수 많은 날 끝에도
너는 여전하구나
먼 길을 돌아와
흐린 동공 가쁜 숨으로
강물처럼 흘러간 너를 만난다
그날의 일기들이 붉게 피어나
지나는 바람에게 일렀더니
나는 이제야 알아들어

해맑은 소년이 그린 도화지에
청솔가지로 저녁짓던
집집마다 피어 오르던 하얀 연기
꽁당보리밥 물 말아
막장에 풋고추 달게먹던 아이야
무지개 피는 옛 언덕에 오르면
아직도 뛸 가슴이 남아 있을까

고목에 기대어
온 동네 전설을
주렁주렁 매단 느티나무를 안고
내 기억 한 조각도 새겨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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