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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332

겨울강변 개울가로 마실나온 햇살 웅크린 버드가지 간지럽히다 소한이 얼어 죽었다는데 어깨 좀 펴라. 냇물도 곱상한데 니 얼굴색이 시커멓잖니. 살얼음 훔쳐 본 버들 눈 속지 말아야 해 햇살 저놈이 개울건너 시집 못 간 점순이년이랑 한패지. 호드기 만들 속살도 멀었고 종다리 울어도 찾아 올 애들도 없는데 일찍 깨 뭐하겠어. 겨울 강변이 눕다. 횡성 병지방 누구나 한번 쯤, 귀향을 하거나 귀농을 하면 나무 보일러를 놓거나 아궁지를 만들어 장작불 지피고 뜨끈한 구들장에 내 휘어진 허리를 나긋나긋하게 지져보리란 꿈을 꾼다.설령 꿈으로 끝난다 해도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겨울 어느 농가의 구들목을 따스하게 뎁혀줄 화목 전에는 분교가 참 많았지만 이젠 거의 폐교가 되었다. 아직도 .. 2014. 1. 10.
초겨울밤에 내리는 비 소음이 숨어버린 혼자만의 밤 추적추적 초겨울 비가 내린다. 모두들 어느 지붕밑에 숨어 지나온 가을 추억을 털어낼까.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소소한 일상들이 시비를 걸어와 연탄은 몇장을 사야 하지? 애들 겨울옷을 또 사줘야 하나? 전기세가 또 올랐다는데 물끄러미 바라다 본 희미한 가로등 밑 고개숙인 발걸음이 지나고 이내 우산도 쓰지않은 想念이 서있다. 무심한 그 얼굴이 웃네 잊어 버렸는데 뭐가 그립다고 몇 푼 안되는 옛 기억을 겨울비에 덤탱이 씌우고 반 쯤 마신 커피잔으로 고상하게 턱을 괴면 쟤도 날 좀 괜찮게 보려나. 겨울비 하늘로 비닐우산 덮어 쓴 꼬맹이가 올라가고 빨간 장화를 신은 소녀도 달려가고 그때 그애도 웃네 그렇게 눈치도 없이 숙맥이더니 어쩌다 나를 기억이나 해 줄까 창문 닫기 바쁘게 손가락을 .. 2013. 11. 26.
젊은날의 초상 *몰디브 그러려니 살았던 게야. 허구한 날 목석 같기만 했겠어 슬그머니 비와 바람에게 눈물을 보이고 낙엽에게 핑계를 댔지 삶의 철학이랄 게 있을까 잘라놓은 두부판 같이 그 놈이 그 놈인데 그냥 나이 드니까 지꺼려보는게지 이마의 주름살이 가끔은 내편이 되더라 세월에 아부한 헛소리도 체면치레로 거드는 걸 보면 우주의 먼지로 숨어버린 향기롭던 젊은날의 기억들 비 내리고 낙엽 날리면 고독하게 찾아와 해묵은 친구처럼 아는체 하는걸까 너를 만나도 뛸 가슴이 있을까 몰라 숨어 보는게 낫지 행여 비와 바람에 눈물이 나면 안 그런 척 훔치면 그만인걸 세월이 뭘 그렇게 자세히 보겠어 자기 갈길도 바쁜데 별 2013.11.20 23:44 신고 수정/삭제 답글 시를 쓰십니다 던져내는 말이 톡톡 튀네요 세월이라고 세상에 일어나.. 2013. 11. 20.
불 말렸는데 제 혼자 타버리네. 못 본 척 하려 했는데 보니 끌 수도 없네. 어쩔거나 이미 흥정은 끝이 나고 세월에게 뒷돈도 건넸는데 알음알음 겨울에게 속닥거린 가을 넌즈시 건네준 햇살에 분칠이 요란하다. 널 보니 내 아리다. 네 붉은 유혹으로 한 해가 저물고 피기로 한 새봄은 가지로 숨었는데 난 약속받은 일이 없어. 그놈의 잎이 붉기도 하네 우리도 저래면 얼매나 좋겄어. 죽을때까정 머리나 검지 쭈그렁 얼굴에 허연 대가리가 뭐여. 늦가을 햇살에 기댄 노년의 눈시울이 붉다. 산마을 2013.11.14 15:05 신고 수정/삭제 답글 선생님!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도 이제는 많이 사라져서 안타까움이 가슴을 시려 오게 합니다 이곳 산골자기에는 벌서 살얼음이 얼었더군요 깊어가는 계절 감기 유의 하시고 따스한 목요.. 2013. 11. 9.
가을날 ***** 거두미                                                                                 손바닥만한 밭에 심은 콩 거두미 하던 날                                                                                 봄부터 찾아오던 단골  고라니가 슬픈 날이다.                                                                                                                                                                  장모님 줏어 섬긴다.             .. 2013. 10. 16.
가을날**** *  떠나는 길 허호녕님의 블로그에서 http://blog.daum.net/honjaa/  * 술 마시고 싶은 날                                       서동안  그날 술을 마신 건온전히 그 여자 때문이었습니다막차가 제 시간에 도착만 했더라도 기다리다 지쳐택시를 타려고 버스 대합실 문을 밀치고 나가려다뒤로 벌러덩 넘어졌지요바깥쪽에서 미는 힘과뒤돌아보면서 미는 힘과의 차이를 실감 한 날이기도 하지요 미안해하기에처지가 비슷한 것 같으니 술이나 한 잔 하자 했지요텅 빈 창자 속에 짜르르 넘어가는 소주가 포장마차 소주가 그렇게 맛있는 줄 내 나이 스무 살 때 처음 알았지요 간드레 불빛에 윤기 자르르 흐르는 생머리 때문이었던가 술술 잘 넘어가는 술에 취기가 올라그의 팔을 부축하고아니죠.. 2013. 10. 11.
가을날 목 잘린 가을이 처연하다. 알맹이 내어주고 서걱이는 추억만 남았어도 이 가을은 비극이 아니다. 붉은 몸부림으로 애타는 가을 내 편 들어줄 곳 하늘이야 봄하늘 , 여름하늘, 가을하늘 다 아는척 해 놓았거든. 산등에 걸린 무심한 하늘 짐짓 모르는체 엿듣고 있다. 내 얼굴이 꽃이 아니라는걸 수많은 가을이 가버린 후에야 알았네. 꽃보다 고운날들이 오래지 않았어도 속으론 멀었다고 다독였지 거울앞이 아니어도 꽃을 보면 써있지. 무던히도 감추고 살았는데 도무지 얘들앞에 서면 미안해 지거든 억겁의 세월 피고 지는데 나도 그럴줄 알고 있었던게야. 272 awl 2013.10.03 20:56 신고 수정/삭제 답글 시가 참말로 좋습니다 이런 시를 쓰시는 열무김치님 남자분치고 감성이 엄청 풍부하신듯.... ┗ 열무김치 201.. 2013. 10. 2.
가을편지 바람이 등 떠미는 가을 꽃 앞에 착한 얼굴로 서다. 지나버린 시간의 무게가 얼마일까 남겨진 세월을 가늠하려 해도 꽃이 그만두라 하네 지금 그마음으로 가시게 주머니에 구겨넣은 가을이 향기롭다. 하얀스케치님댁에 갔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 낭송하는걸 듣게 되었다. (http://blog.daum.net/pjhyoung) 좋은 목소리를 갖는다는건 복이다. 목소리와 외모는 비례하진 않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준수한 외모에 목소리까지 좋다면 이건 요즘말로 대박이다. 갖출것도 많고 남에게 보일것도 많은 현대사회에서 겉으로 들어나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누구나 한 두가지 쯤은 있다. 가끔 길거리 공연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키가 훌쩍해서 그 틈에 끼여들어 구경을 한다거나 사진을 촬영하는일은 .. 2013.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