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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가을편지

by *열무김치 2013. 9. 24.

 

 

 

 

 

 

 

 

바람이  등 떠미는 가을

꽃 앞에 착한 얼굴로 서다.

 

지나버린 시간의 무게가 얼마일까

남겨진 세월을 가늠하려 해도

꽃이 그만두라 하네

 

지금 그마음으로 가시게

 

주머니에 구겨넣은 가을이 향기롭다.

 

 

 

 

 

 

 

 

하얀스케치님댁에 갔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 낭송하는걸 듣게 되었다. (http://blog.daum.net/pjhyoung)

좋은 목소리를 갖는다는건 복이다.

목소리와 외모는 비례하진 않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준수한 외모에 목소리까지 좋다면 이건 요즘말로 대박이다.

갖출것도 많고 남에게 보일것도 많은 현대사회에서 겉으로 들어나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누구나 한 두가지 쯤은 있다.

가끔 길거리 공연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키가 훌쩍해서 그 틈에 끼여들어 구경을 한다거나 사진을 촬영하는일은

여간 용감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79년도 봄에서 여름 쯤 잠시 깊은 산속에서 군생할을 한적이 있었다.

앞을 보아도 산이고 옆을 보아도 보이는건 온통 높은 산이어서 아무리 군생활이지만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제일 고역인것은 깊은밤에 보초를 나가는 일이었다.

사실 보초를 나가봐도 후방지역의 깊은 산속이라 별다른 일이 있을리 만무여서 보초를 서는 두시간에서 세시간은 너무도 지루했다.

그렇다고 그래도 군인이 보초를 서는데 눈감고 잠을 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공용 기관포가 위장막으로 가려져 있는데다 혹시도 모를 만일에 대한 경계는 후방이라고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대와 상당 떨어진 곳이어서 초소엔 무전기가 있었다.

자석을 돌려 신호를 보내는 시커먼 군부대 전화기도 있었지만 작동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잦았다.

처음엔 몰랐지만 무전병 녀석이 함께 보초를 나오고 그녀석이 무전기를 통해 라디오를 듣는걸 보게 되었다.

난 그녀석에게 라디오를 듣는 방법을 알아냈고 보초를 나가면 가끔 라디오를 들었다.

당시 심야시간 방송이 흔지 않았고 새벽 한시인가 두시 쯤 방송이 종료 된걸로 기억된다.

당시 지금까지도 유명한 성우 OO씨가 진행을 맡았던 프로가 있었는데 나를 비롯한 전우들은 이 방송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도무지 여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깊은 산속에다 어쩌다 휴가를 가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군인 아닌 민간인을 만나기가 어렸웠으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적인 OO씨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사의 목소리였다.

더구나 적막한 산속의 초소에서 보이는거라곤 밤하늘의 별 뿐이었다.

속삭이듯 감미롭게 들려오는 OO씨의 목소리는 달콤하다못해 섹시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그런 음성이 나올까.

초가을 무렵 난 그 프로에 어렵게 엽서를 구해 편지를 썼다.

엽서를 보낸뒤 혹시나 내글이 나오나 해서 나름 열심히 방송을 들었지만 매일 방송을 듣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잊어 먹었다.

10,26 사태가 나기 얼마전 부대로 작은 소포가 하나 왔다.

누굴까? 내게 소포를 보낼 사람은 집 말고는 짐작이 가는데가 없었다.

선임하사가 소포를 들고오면서 크게 떠들었다.

"어이~ 윤상병 방송국에서 뭐가 왔는데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소포를 풀러보니 탁상용 시계가 들어 있었다.

내가 보낸 엽서의 사연이 방송이 되었고 그 사은품이 온거였다.

방송국 로고가 새겨진 시계는 내무반 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요즘 같으면 녹음을 하고 사진을 찍고 전화를 하는 등 난리를 쳤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대원들은 무슨 글을 썼길레 이런 게 왔냐면서 한번 읊어보라고 졸랐다.

난 너무도 기뻐서 어떻게 하면 그 방송을 다시 들어보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했지만 선물을 받는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0,26이 나고 서울로 , 가평으로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을때 내무반에 있던 시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마침 올림푸스팬 하프사이즈 카메라가 있었는데 내심 돌아가면 촬영을 하겠다는 내 생각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힘들고 외로웠던 시절, 밤근무 시간에 듣던 그 성우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 오는 듯 하다.

아직도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OO씨의 모습을 보니 목소리는 세월을 거슬러 가나보다.

그때 쓴 가을편지가 지금도 있으려나

 

 

 

 

 

 

가을이 성큼 우리곁으로 다가옴을 실감합니다(~)(~)
조석으로 일교차가 신하니 황절기 건강도 챙기시구요(~)
잠시 블친님방에서 머물다 갑니다(~)(~) (^^) [비밀댓글]
방문 감사드립니다.
비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네요.
가을비 한번에 속옷 한벌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짙어가는 가을 좋은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비밀댓글]
"주머니에 구겨넣은 가을이 향기롭다"
참 멋진 표현에 몇 번을 입 속으로 되뇌이고 있습니다.

가을편지,
이 단어의 뉘앙스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계절 가을.
그런 추억이 있으셨군요.
근무 설 때 라디오 듣는 건 큰 일 나는 일인데...ㅎㅎㅎ
휴효기간 만료된지 오래니 웃음으로 채웁니다. ㅎㅎㅎ

열무김치님은 글 솜씨가 좋아서 사연이 소개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사연을 꼭 듣고 싶습니다.

가을편지 가슴에 어여삐 쓰시며
가을색 짙은 하루하루 연출해 가십시오, 마음만이라도.

그땐 녹음기도 흔치 않았고 더구나 군부대여서 만일 들었어도 어찌 하지는 못했을겁니다.
라디오 듣는거 ..큰일날 일이지요.ㅎㅎ
유효기간이 지났다니 다행입니다 ㅋㅋ.

오늘밤 귀가를 하다보니 아주 서늘합니다.
이젠 긴옷을 걸쳐야 할까 봅니다.
짙어가는 가을에 클로버님의 가을색이 묻어나는 글 기대해 보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엽서의 글을 잘 쓰셔서
상품도 받으시구
군생활의 아름다운 추억이시네요.

윤선생님은 역시 글을 잘 쓰셔요.
밤공기가 찹니다.
내일아침은 올가을 들어 기온이 가장 많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감기조심 하세요.

지금도 그 성우는 활동을 잘 하시고 있더군요.
목소리가 가장 늙게 늙는다는데 lily님도 목소리가 아주 좋으십니다.
그 성우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알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고은정씨였지요.
지금 들으면 약간 닭살이 돋기도 하지만 역시 그분의 음성은 알아줄만 합니다. [비밀댓글]
학창시절 늦은시각까지 공부하다보면
라디오방송을 친구삼아 들었던 기억이
솔솔떠올려지네요...
고인이 된 이종환의 밤의디스크쇼나
별밤같은 프로는 지금 뮤직뱅크인기를
능가했었는데...
힘들고 외로운 군생활동안 위로가 되었을거같네요..

멋진 시계를 선물받고 얼마나 좋아했을지...
글솜씨 좋은이들은 여러모로 좋은일이
생기는거 같지요^^
지금처럼 TV나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지 않을때였으니 라디오의 인기는 대단 했었지요.
아마 지금 구세대들은 별밤시대라고 불러도 무방 할겁니다.

이젠 웬만한 사람들은 손안에 첨단 스맛폰을 다 들고 다닙니다.
빠르고 공유가 쉬운건 좋지만 그만큼 개인위주의 생활로 바뀌는듯 하여 조금은 서운합니다.
그랬었지요. 밤중에 듣는 라디오 소리 . . .
저희들도 꽤 유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계는 참 안타깝네요.
요즘같으면 정말 인증샷이니 하면서 난리칠 만한 내용인데 . . .

모든 것이 추억이군요.
가을엔 모든 사람들이 시인이 되는거 같아요..
님의 블로거에 오면 볼꺼리도 많고 느끼는바가 많아서
많이 배웁니다..
어쩜 이리도 맛갈스런 글을 쓸수가 있을까염?
읽어 내려 가면서 잠시지만 글 내용속으로 빠져드는거
같습니다..ㅎ
저도 그 시절에 별이빛나는밤에 라는 늣은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볼림을 낮추고 청취를 하였던
추억이 생생 하네요..
가을 정취짙은 사진과 좋은글 즐감 감사히 해요~!
오.. 어려서 기억을 하게 되는 가을 풍경이 아닌가 합니다.
서울에도 한강을 따라서 구리시 쪽에 코스모스 축제를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것이 까마득한 일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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