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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홀로 남는 다는 것

by *열무김치 2023. 11. 29.




부드럽던 바람마저 등보인 언덕
청옥 눈물이 흐르는 하늘가에
싸늘한 고독이 매달렸다

여름내 못 받은 품삯
홍엽에 새겼더니
도적같이 와버린 설야(雪野)

계절 끝은 그러려니
섣달 정월 삭풍이 나를 후리고
얼음장 초승달이 멋대로 기울어

미풍으로 간지리던
꽃잎 날리던 날의 맹서
눈으로 숨은 가지마다 침묵한다

춘삼월이 저당한 들판에
알맹이 내어준 잔챙이 가을이
당황스레 서성이는 밤

손등으로 훔치다가
눈꽃으로 피고 마는 고독한 눈물
그렇게 겨울은 홀로 남아
봄에게 받아낼 혈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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