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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만추

by *열무김치 2023. 11. 5.

 

 

 

가을 악보

 

정거장

이제 내려야 할 때

 

안녕

 

낙엽 오선지에

낮은 음표를 그리고 떠나는 가을

 

 

 

 

주저하지 말고

 

         

바지랑대로 떠받친 가을 하늘엔

온갖 이야기들이 매달려 종알거렸다

저 골짜기 갈참나무 의연하더니

갈바람 그년 눈웃음에 광까지 털려

이미 얼굴이 노랗더라

자기는 사랑으로 익었다고

 

고추잠자리

저렇게 빨갈 것 까지야

실 같은 허리에 빨간 융단을 감고

댓바람에 나대는 꼴이

한로가 쓴 일기를 훔쳐보았구나 

 

입안에 혀처럼 굴어도

무서리 몇 방이면

강가의 물안개처럼 내려앉을

허무한 계절

 

가을이 누군데

모른 척 하기는

눈 몇 번 끔뻑하고

겨울에 들러붙어

 

주저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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