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악보
정거장
이제 내려야 할 때
안녕
낙엽 오선지에
낮은 음표를 그리고 떠나는 가을
주저하지 말고
바지랑대로 떠받친 가을 하늘엔
온갖 이야기들이 매달려 종알거렸다
저 골짜기 갈참나무 의연하더니
갈바람 그년 눈웃음에 광까지 털려
이미 얼굴이 노랗더라
자기는 사랑으로 익었다고
고추잠자리
저렇게 빨갈 것 까지야
실 같은 허리에 빨간 융단을 감고
댓바람에 나대는 꼴이
한로가 쓴 일기를 훔쳐보았구나
입안에 혀처럼 굴어도
무서리 몇 방이면
강가의 물안개처럼 내려앉을
허무한 계절
가을이 누군데
모른 척 하기는
눈 몇 번 끔뻑하고
겨울에 들러붙어
주저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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