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알게된 이웃집 할머니 한분이 계시다.
자식이 없는건 아니지만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모두들 외국으로 이민을 가 버렸기 때문이다.
따스한 오후.
할머니는 지팡이에 의지한채 양지바른 담벼락앞에 앉아 계시곤 하셨다.
"마침 잘 만났구먼. 나 교통비좀 타다 줘"
꾸깃꾸깃 꾸겨진 통장과 시커먼 도장을 받아 들었다.
"벌써 탈때가 됐나?...할머니 얼마전에 타다 드렸잖아요."
"몰러...그래도 한번 가봐"
할수없이 마을금고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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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렸다.
누가 이렇게 일찍 전화를 하나?
수화기 너머로 할머니의 힘없는 음성이 들렸다.
이사를 가신후 실로 오랜만에.
아내와함께 찾아간 병실에는 몰라보게 야윈 할머니가 누워 계셨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난 너무나 죄송스럽고 겸연쩍어서 드릴 말씀이 없었다.
계단에서 넘어지신후로 오랫동안 병원문을 나서지 못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딱히 드릴말씀도 없고, 그렇다고 얼른 일어설 수도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 가족 되시나요?"
".........."
"어떤 관계시죠?"
할머니 앞이라 망설이다가 밖으로나온 우리는, 그간 아무도 할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홀로사는 동생분이 어렵게 병원비도 내셨는데 그나마 힘들어 졌단다.
아내와 난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매점에 들러 몇가지 드실것을 사다가 넣어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예 연락조차 되지않는 이민간 자식들을 할머니는 곧 올거라고 기다리고 계셨다.
아내의 손을잡은 할머니는 애써 웃으시며 혼잣말처럼 되뇌이셨다.
"o o놈이 많이 컷을꺼여.곧 올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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