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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홀로 된다는 것

by *열무김치 2009. 2. 1.
홀로 된다는것
  조회(255)
| 2007/04/06 (금) 23:13
  추천(2) | 스크랩(0)
 
어쩌다 알게된 이웃집 할머니 한분이 계시다.
자식이 없는건 아니지만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모두들 외국으로 이민을 가 버렸기 때문이다.
따스한 오후.
할머니는 지팡이에 의지한채  양지바른 담벼락앞에 앉아 계시곤 하셨다.
"마침 잘 만났구먼. 나 교통비좀 타다 줘"
꾸깃꾸깃 꾸겨진 통장과 시커먼 도장을 받아 들었다.
"벌써 탈때가 됐나?...할머니 얼마전에 타다 드렸잖아요."
"몰러...그래도 한번 가봐"
할수없이 마을금고로 내려갔다.
************************************************
아침일찍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렸다.
누가 이렇게 일찍 전화를 하나?
수화기 너머로 할머니의 힘없는 음성이 들렸다.
이사를 가신후 실로 오랜만에.
아내와함께 찾아간 병실에는 몰라보게 야윈 할머니가 누워 계셨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난 너무나 죄송스럽고 겸연쩍어서 드릴 말씀이 없었다.
계단에서 넘어지신후로 오랫동안 병원문을 나서지 못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딱히 드릴말씀도 없고, 그렇다고 얼른 일어설 수도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 가족 되시나요?"
".........."
"어떤 관계시죠?"
할머니 앞이라 망설이다가 밖으로나온 우리는, 그간 아무도 할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홀로사는 동생분이 어렵게 병원비도 내셨는데 그나마 힘들어 졌단다.
아내와 난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매점에 들러 몇가지 드실것을 사다가 넣어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예 연락조차 되지않는 이민간 자식들을 할머니는  곧 올거라고 기다리고 계셨다.
아내의 손을잡은 할머니는 애써 웃으시며 혼잣말처럼 되뇌이셨다.
"o o놈이 많이 컷을꺼여.곧 올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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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13) | 관련글(0)
 
왕눈이  07.04.07 23:15  삭제 | 답글 신고 
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고 갑니다.
훌륭한 일을 하시는 님을 보면서 머리가 숙여지기도 하구요.
님의 다정한 모습이 할머니로 하여금 정을 느끼게 했나 봅니다.
저도 봉사를 다니곤 있지만 아직은 초보라서 느낌이 다르지요.
사회로부터, 자식으로 부터, 이웃에게 까지 버림을 받았다 느낌을 받지 않도록 시책이 되어야 하는데...
 
 
 
열무김치  07.04.10 22:24  열무김치" name=ScreenName6474472> 수정 | 삭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건 분명 행복한 일 입니다. 사실 도덕적인 잣대로만 효 를 보는 사회적인면도 문제는 있습니다.직접 부모님과 살아보지 않은사람은 도덕적인 잣대를 얼른 들이대지요. 저들의 삶을위해 부모님을 져버리는 일이 지탄받아야 할 일임은 분명하지만 급변해 가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하는게 더 효율적인가는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할 일 입니다.작금의 쉰세대야 보고 겪은게 있으니 그나마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지금의 신세대들은 처음부터 개인주의에 물들어 큰 세대인데 그들에게 일률적이고 도덕적인 효를 요구하는일이 너무 회의적이라는데 고민이 있습니다.더구나 사회의 직업이나 삶의 방향이 지난날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거북님 말씀처럼 자식에게 무조건 올인 하는일은 생각해볼 문젭니다.이제는 스스로의 노후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데, 현실은 그리 여유롭지 못해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군요.만약에 사회적인 변화가있어 2~3세대가 함께살수있는 보장제도가 형성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그런날을 기대해 봅니다.
 
 
 
 
 
거북이  07.04.09 20:50  삭제 | 답글 신고 
자식 뒷바라지에 올인하면 할머니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가까이서 보기도 하고 보도를 통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완비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하기도 어려운 시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안심이 되는 것은 뜰님같은 이웃사촌입니다.
 
 
 
열무김치  07.04.09 21:33  열무김치" name=ScreenName6474559> 수정 | 삭제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의4~50대는 불쌍한 세대 올시다.어려운 과도기를 거치는동안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에 내몰리며 자식교육에 올인한 사람들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가정을 꾸리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별로 준비를 못했습니다.준비를 못했다기보다는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는게 솔직한 표현입니다.문제는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이 세대가 앞으로 사회의 짐이 될수도 있다는데 있습니다.우리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눠보면 아직도 자식 교육문제로 허리 펼날이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보니 연금이나 저축등의 자기투자는 거의 하지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지만 아직도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갈길이 멉니다.분명 옛날보다 잘 먹고 잘 지내지요.그럼에도 주위의 생활은 자꾸만 업그레이드 되어서 자의반 타의반 그걸 쫓아가느라고 모두들 숨이차지요.아마 다들 그럴겁니다.이제 차분히 자식에게 기대지않고도 살수있는 여러가지를 생각해 봐야 될때 입니다.주변을 보면서 때를 놓치면 모두에게 짐이 될수도 있다는걸 많이 느꼈습니다.거북님의 말씀을 보면서 이런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갈매기  07.04.19 12:12  삭제 | 답글 신고 
열무김치님의 마음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요, 부모님을 뫼시고 사는건 분명 행복한 일이죠.
그러나 현실은 너무 거리가 먼것 같아요.
저도 아직 결혼 안시킨 아들이 있지만
앞으로 어덯게 될지 걱정입니다.
몇칠전에도 홀로사시는 할머니들 목욕을 시켜드리고 왔는데
그중에는 자녀분 들이 있는데도 마음편히 혼자 사신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부모들이 돈 쌓아놓고 사는지 서로 돈만 뜯어 갈려고 한다면서 절데로 통장보여 주지말고
돈 주지말라고 당부를 하시더군요.할머니가 몸성해서 즈그 새끼들 길러주고 살림해줄때는
좋다고 하더니 늙고 병드니까 .서로 안볼라고 하더랍니다.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입니까?
 
 
 
열무김치  07.04.19 21:08  열무김치" name=ScreenName6511700> 수정 | 삭제
어서 오십시요. 반갑습니다.저는 90 이 넘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저야 자식이니 그렇다치고 수십년을 시부모 뒷바라지한 아내에게 요즘들어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아내역시 곱던 머리칼이 희끗해지고 가끔씩 스쳐 보이는 쓸쓸한 모습을 보노라면 이게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걸 문득 문득 느낍니다.하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일은 분명 행복한 일 입니다.아이들이 반듯하게 크고,우리 미래의 모습을 미리보며 내면적으로 좀 성숙한 삶을 살았노라는 자부심이 있는데다, 아직도 날 걱정해주시고 설날 세뱃돈까지 받을수있는 부모님이 내곁에 계시다는 사실에 걱정 보다는 위안이 될때가 훨씬 많았으니까요.무엇보다 아이들이 위 아래를 생각할줄아는 괜찮은 사람으로 자라 준것에 보람을 느낍니다.하지만 말씀하신것 처럼 이제는 아날로그 시대는 간것 같습니다.자식에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려야 할때가 온것 같군요.후일 자식에게 짐이 되지않기위해 모두들 조금씩이라도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뭉터기 돈을 모을수도 없을테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것만도 아니겠지만,혹시라도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생이 흘러 갈경우를 대비해서 장성한 자녀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조금씩이라도 자신을위한 준비를 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이게 오히려 자신과 자녀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물론 이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님의 말씀처럼 몸 성해서 손자들 봐주고 살림 해주면 좋아라 하다가 늙고 병들면 다 싫다고 하는건 이제는 일상사가 되었습니다.어쩌다 효행상을 받는 사람이 떠들썩한 뉴스감으로 회자 되는건 정말 웃기는 얘기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오두막집  07.04.19 18:37  삭제 | 답글 신고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한거여.
정말 잼없어 죽겠네.
이민간 자슥들 뭐하는 거여.
나쁜 놈..
지 어어니 나 몰라하고...
그랴도 부모는 내 속으로 배아파 낳아
뒤 생각 안하고 올인 하는디...^^
 
 
 
열무김치  07.04.19 19:00  열무김치" name=ScreenName6511729> 수정 | 삭제
설마 돌아와서 뵙겠지요. 그러길 바랍니다.
 
 
 
오두막집  07.04.20 17:11  삭제 신고 
우리의 바램이죠.
열무김치 님의 아내..
심성이 참 고운 분...**
시 부모님을 모심은 아내가 고운분이고
처가 식솔을 거느림은 남편이 좋은 분이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날 낳아 기르신 부모!
늙고 병들면 걷우어 드리는게 당연한 일.
친정엄마 내 손으로 보내드릴때 난 참 많이도 슬퍼했는데
그랴도 가끔씩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져...ㅠㅠ
그리운 어머니..**
 
 
 
열무김치  07.04.20 17:24  열무김치" name=ScreenName6515299> 수정 | 삭제
님처럼 친정 부모님을 모시는 분들도 주변에 꽤 있더군요.
잘 하셨습니다.
 
 
 
오두막집  07.04.22 18:29  삭제 신고 
울엄니..
시집오기 전 돌아가셨거든요.
아프실제 병간호 쪼메해드렸죠...ㅠㅠ
 
 
 
 
 
靑淸水  07.06.02 15:40  삭제 | 답글 신고 
직업상 저런 상황에 이따금 접해보지만 정말 염병할 세상입니다.
연락도 안되는 자식새끼들이 주민등록에 남아있어서 생활보호(의료급여)도 못받는 그런 경우도 있지요.
때로 보호자 면회 한번 없던 환자가 사망하면 갑자기 상주가 개끓듯 합니다. 유족보상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열무김치  07.06.02 19:53  열무김치" name=ScreenName7099202> 수정 | 삭제
어서 오세요.
......
그놈의 돈...
하지만 콩심은데 팥은 나지 않습니다.
노령 인구가 갈수록 급증 한다는데 지금이라도 이에대한 대비를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 합니다.
 
 
이런 대화가 있었군요.열무김친님 께서 저보다 젊으신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연세가 90이 넘으셨다고요? 이글 쓸당시는 2007년이니까 벌써 오래전이네요.
제가 맡딸이고 제 어머니 나이는 만 85세시니 ...그러면 열무김치님 어머니께선
지금 2016년에는 거의 100세시겠네요?대단하십니다.부인이 심성이 좋으신분이시고요.
엠파스 블로그가 문을 닫으면서 daum으로 글을 옮겨 왔는데 그게 시원치 않아서 사진이나 음악등은 모조리 사라지더군요.
아마도 잘 못 옮겨와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블로그는 엠파스가 시스템이 가장 나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올해99세 이십니다.
여전히 건강 하셔서 100세는 무난하실 것 같습니다.
저와 아내와 같이 40여년은 함께 지냈구요.
저야 자식이니 상관이 없겠으나 그동안 아내가 고생이 많이았지요.
사실 아내에게 할 말이 없어요.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한국에서 저정도 연세면 대부분 요양원에 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생각이 많아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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