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잔치
도둑처럼 내린 무서리를 쓸고
해에게 꾸어다 쓴 푸른 빚을 갚는 날
점점이 모여 앉아 내뱉는 홍엽 기침소리에
고리대금 하늘빛이 고깝다
枯葉이라니
몸단장 미소가 곱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이자를 깎을 수는 없지
변덕쟁이 바람 놈에게 준 삯이 얼만데
그윽한 실바람에 따스한 눈빛
마디마디 더듬는 황홀한 손길이 아니었소
난 몰랐네 북풍한설 뒤에 두고 손바닥 털어
줄기마다 올린 수액 쥐어짜더니
빚잔치 끝에 얻어걸린 개평
두고 온 새 눈마다 봄이 숨어
소곤소곤
明年 대출 이야기로 가득하다.

11월
엄마 먹을 거 없어?
엄마 얼굴 보름달이던 어린 날
꽃과 나무가 보채는 얼굴을 몰랐다
떠나는 시월 서러워
몇 줄의 김밥을 등에 지고 산에 오른 날
왔던 길인데 왜 이리 멀꼬
스물두 살의 봄이 몇 천리
향기로운 그대가 웃어도 난 못 가네
쌉싸름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 계곡
맛집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나무잎마다 손을 내밀고
내 동생 끝순이처럼 칭얼거리고 있었다
엄마
내 얼굴이 말랐어
햇볕 한 움큼만
아니
한 숟가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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