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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오색찐빵

by *열무김치 2023. 3. 3.

 

저기, 빨리요, 차 떠나요
어떻케롬?
노란 거, 빨간 거
그리고 분홍, 파란 거
골고루 골고루

하얀 거는 괜둬유?
아 됐구요, 얼마요?
한 개 칠 백 원 합이 만 사천 원
에이, 아줌마 뭐가 그리 비싸

싼거유
이거이 물깜 들인 거 아니라니께

그걸 어떻게 알어
쏙이면 알게 뭐야
드럽게 비싸네
삼복 염천에 누가 사겠어

냅다
시커먼 방귀를 뀌어댄 화물차가
가물가물 떠나고
누리끼리한 삼베 깔판에 신참내기 빵들이
쪼르르 얼굴을 디민다

마수는 했다만
베라먹을 놈
진따베기는 알아 묵어야지
지 아가리에 들어가는 게 뭐시 아깝다고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오후
등날을 볶는 막판 더위가 신경질이다
빵솥을 바라보는 심드렁한 시선에 파리가 오두방정이다
파리채 속도 쌕쌕이 비행기
여름 오후가 화들짝 놀란다

구비구비 쟁피재 넘어
오색 찐빵을 파는 할머니 댁 마루에
슬그머니 앉은 시절이 입맛을 다신다
먹고 가세
가는 세월도 식후경
분하고 억울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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