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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입춘 대길

by *열무김치 2023. 2. 4.

 

 

 

 

 

입춘 대길

갈 까마귀 남루하게 울던 날
혹한이 슬그머니 나가더니
서설(瑞雪) 을 데리고 들어와 흥정을 한다
西風이 고뿔이 걸려 앓아 누우니
이제 방을 빼야겠소
툇마루에 소곤대는 볕 보기도 민망하고
날마다 찾아와 추근대는 남풍이 놈도 꼴 보기 싫으니
하루라도 빨리 이 동네를 뜨려오


입춘 대길
눈치 구단 김가 박가 이가 윤가
세입자 구함을 빨리도 써 붙였다.

 

 

냉이

설한이 숨겼다 내어 놓은 가인 (佳人)
검은 땅 속내도
한 길도 모르는 사람 속 못지 않구나

개울 건너 사는 얼굴 자그마한 영자
양 갈래로 땋은 생 머리 날리며 징검다리 건널 때
윤슬처럼 빛나던 하얀 다리에 홀딱 반해서
밤잠 설쳤다고 설레발 쳤더니
호미 끝을 이기지 못하고
냉큼 따라 나온 냉이의 매끈한 다리
화장 빨 없어도 환장 하겠다


머나먼 3월에
달래 냉이 꽃다지 씀바귀
열 여덟 누이 종다래끼엔
실팍한 살들이 만나 수다를 떨었다

꽃샘 추위가 불러낸 동구 밖 오랍뜨리엔
나물 캐던 소녀들이 하얗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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