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습작

봄의 소곡

by *열무김치 2023. 2. 28.

 

 

타협 중

 

 

시냇가 버들이 말하길

 

볼록한 내 눈을 봐

당신이 따스한 이불 속에서 하품이나 하고 있을 때

기나 긴 겨울 밤 차가운 별빛 아래

난 죽을 힘을 다해서 봄 주머니를 준비했지

그런데 말이야

아기 손 같은 연두색 잎을 그냥 보여 줄 수 없잖아

 

하늘이 답하길

 

천만에

그게 누구 덕인데

내가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지

 

바람이 나서길

 

둘 다 맞아요

버들이 피는 것은 산과 들이 피는 것이고

하늘이 피고 강이 피고 사람이 피는 거에요

강물에 피래미가 뛰고 새들이 날개를 펴는 거에요

 

당신의 볼록한 눈 속엔

세상 모든 연인들이 속삭임과 

숲과 바람과 새들의 노래가 숨어 있다가

땅~

포근한 햇살이 쏘아 올린 총 소리 한 방에

당신을 향해

백 미터 달리기로 뛰어 갑니다.

 

 

 

꽃 속에 든 님

 

화르르 피어나는 봄 꽃을 님이라고 부르면서 

평생지기  겉사람 인 것은

꽃 속에 든 님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꽃이 시든다고 사랑이 떠난 것은 아니다

대지로 내린 꽃잎이 흙이 되어

또 다른 꽃으로 피는 것은 

잊었거나 

희미해진 사랑을 다시 불러내 

그대의 잔을 채우기 위함이다

 

꽃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은

잔인하고 비겁한 것이다

꽃이 눈물로 피지 않았고

슬프게 지지 않기 때문이다

 

꽃이 웃는다

가 없이 웃는다

꽃이 꽃이어야 하는 것은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말라는 

신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진달래

 

진달래가 피면

無彩色 아내도 핀다

 

꼭 한 남정네

숙맥이지

그 세월 되어도

 

맨 몸뚱이에 순정이 열어도

넘어온 세월만 꼽다가

파르르 꽃 바람에 아차 싶다

 

쉰, 그리고 이순 아내의 눈

머나먼 동산에

참꽃으로 붉어진 소녀가 동그마니 앉아

꽃처럼 불렀는데

처삼촌 벌초하듯 넘어가는 봄 날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생이  (3) 2023.03.06
오색찐빵  (3) 2023.03.03
淸水  (4) 2023.02.06
입춘 대길  (5) 2023.02.04
저무는 것에 관하여  (11) 2022.12.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