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중
시냇가 버들이 말하길
볼록한 내 눈을 봐
당신이 따스한 이불 속에서 하품이나 하고 있을 때
기나 긴 겨울 밤 차가운 별빛 아래
난 죽을 힘을 다해서 봄 주머니를 준비했지
그런데 말이야
아기 손 같은 연두색 잎을 그냥 보여 줄 수 없잖아
하늘이 답하길
천만에
그게 누구 덕인데
내가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지
바람이 나서길
둘 다 맞아요
버들이 피는 것은 산과 들이 피는 것이고
하늘이 피고 강이 피고 사람이 피는 거에요
강물에 피래미가 뛰고 새들이 날개를 펴는 거에요
당신의 볼록한 눈 속엔
세상 모든 연인들이 속삭임과
숲과 바람과 새들의 노래가 숨어 있다가
땅~
포근한 햇살이 쏘아 올린 총 소리 한 방에
당신을 향해
백 미터 달리기로 뛰어 갑니다.
꽃 속에 든 님
화르르 피어나는 봄 꽃을 님이라고 부르면서
평생지기 겉사람 인 것은
꽃 속에 든 님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꽃이 시든다고 사랑이 떠난 것은 아니다
대지로 내린 꽃잎이 흙이 되어
또 다른 꽃으로 피는 것은
잊었거나
희미해진 사랑을 다시 불러내
그대의 잔을 채우기 위함이다
꽃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은
잔인하고 비겁한 것이다
꽃이 눈물로 피지 않았고
슬프게 지지 않기 때문이다
꽃이 웃는다
가 없이 웃는다
꽃이 꽃이어야 하는 것은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말라는
신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진달래
진달래가 피면
無彩色 아내도 핀다
꼭 한 남정네
숙맥이지
그 세월 되어도
맨 몸뚱이에 순정이 열어도
넘어온 세월만 꼽다가
파르르 꽃 바람에 아차 싶다
쉰, 그리고 이순 아내의 눈
머나먼 동산에
참꽃으로 붉어진 소녀가 동그마니 앉아
꽃처럼 불렀는데
처삼촌 벌초하듯 넘어가는 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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