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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버려진다는 것

by *열무김치 2022. 10. 24.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으면 또 관심을 받을지도 몰라.
"얘 ,내가 에스라인으로 앉혀 놓을테니까 쫌 힘들더라도 참아 봐."

혼자 중얼거리며 인형을 앉혀 놓았다가 아무래도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머리를 벽에다 기대어 놓았다.
"오래 기다릴지도 모르니까 이렇게 앉으면 힘이 좀 덜 들 거야."
몇 미터 걸어오다가 다시 돌아다 보았다.
....................
저기,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저를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기분 좋게 아저씨라고 부를께요.
"글쎄, 그러고 싶은데 난 혼자 살지 않거든.
분명 너와 함께 가면 잔소리를 엄청 들을 걸.  세탁기에 같이 넣을 수도 없다고 푸념도 할거야.
양파 머리를 한 하연이가 있는데 걔가 내려와 있으면 괜찮을 텐 데 어떡하지?"
하연이를 부르면 안 될까요?
"응, 나는 엄청 보고 싶은데 걔는 학원 다니느라 내려올 시간이 없대. 걔네 엄마가 학원 빼 먹고 보내 줄 리가 없거등"

모퉁이를 돌던 가을 햇살이 손을 거두는 오후 3시.
나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인형을 저녁 햇살에 맡기고 매정하게 골목을 빠져 나왔다.

한 때 서로에게 모두 아름답고 소중했던 인연도 시간과 공간이 데려다 놓은 외로운 벌판에 서야 하는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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