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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5월

by *열무김치 2022. 5. 5.

 

60 후반의 소녀들이 5월 녹음 속에서 손을 마주 잡았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도 있고 몸이 마음 같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5월은 단 몇 십 분만에 이 모든 것들을 무장해제시킨다.

5월 산은 모르핀이 되어 우리들을 사막의 오아시스로 데려다 놓는다.

삶의 더하기나 빼기가 한패가 되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날

5월은 요술봉을 흔들며 엿장수 마음대로다.

 

60대는 4~50대와 달리 몸과 마음이 저울에 달린다.

하루하루 생활의 근량이 변하고 이를 바라보는 초점도 다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는 일의 변덕은 콩죽이 끓는 것에 비견될 것이 아니다.

내심 남아있는 습기나 온기에 눈치를 보며 아직은 쌀독에 바가지로 풀 쌀이 남아있다고 안위한다.

 

형제들 많은 야속한 봄날

어머니의 봄은 달콤하지 않았다.

입성 사나운 식구들의 밥상은 늘 허기져서 부엌을 나서는 어머니의 눈빛은 언제나 슬퍼 보였다.

산천이 푸르러지는 게 무슨 대수일까

감자알이라도 생기는 유월이 먼저 앞지르기를 했다.

감자알 보리이삭을 기다리는 급한 마음은 봄도 급하게 보내버렸다.

 

개울가 수많은 조약돌 같은 이런 이야기들이 이제 심드렁하게 들린다.

그게 무슨  이력도 아니고 들추어낸다고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까 봄 내리면 그냥 그때를 살아온 사람들의 넋두리쯤으로 여기면 그만이다.

그 강을  건너온 소녀들이 동산에 올라 밝게 웃는다.

5월은 희미한 기억까지 모두 불러내어 보송보송하게 말린 뒤 반듯하게 개어서 다시 주머니에 넣어준다.

내년에 또 꺼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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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보니
천정이 꺼먹한 부엌 시렁에 매달려 있던 밥다래끼가 생각납니다.
대나무로 만든 밥다래끼에 흰 무명천을 덮어 놓던...그 풍경이요.
보리쌀을 끓여 담아 놓고 가마솥에 밥 할때 밑에 잔뜩 깔고 쌀 한 줌씩 올려 밥해서는 아부지만 폭 떠서 쌀밥 드리던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늘상 아날로그 시절을 그리워하니
그 헛헛함을 여기와서 채워가곤 합니다.
할머니 같지도 않은데 60대를 모르는 사람이 부르면 할머니라 합니다.
저는 그 때 속으로 반기를 들었지요.
저가 살아보니 60대는 갓설은이라 하듯이 갓 할머니입니다.
지나 놓고 보니 못할 일이 없었고, 세월이 가르쳐 준 지혜는 늘었고,
체력도 쓸만 했습니다.

소녀들 같으십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아이들이구나!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 아니네? 아하 셋은 어른이구나' 했고 잠시 후 모두 어른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5월은 어른들마저 아이들처럼 보이게 하는 마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술봉을 흔들며 엿장수 마음대로다"
열무김치님 멋진 표현 그대로입니다.
뭉클 .... 잊고있던 빈곤의 추억거리들이
나 여기 있소 하고 가슴 위로 솟구쳐 오릅니다

그래서 냉이를 더 커 담았지요
언덕 가파른 비탈길에도 조심조심 내려서서
개미취 미역취 밥취 참나물 우산나물 찔레나무 새순등등...
배 앞으로 반 접어 동여맨 보자기 속으로 한웅큼씩 따 넣고 했어야 했지요
하지 감자가 나올때까지 먹거리는 그 뿐이다 했으니까요..
부모님 세대가 불쌍합니다...
꼭 다시 그분들의 자식으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못다한 효를 원없이 드리고 말겠다 허망히 생각합니다
배고픈 시절을 건너온 장년들이 녹음속에서 소녀로 변신했군요.
곤궁하던 시절엔 콩 한쪽도 나눠먹는 인정이 있었는데
집집마다 냉장고 두세개씩 두고 사는 요즘이 오히려 더 가난해진 느낌입니다.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울궈먹을 추억도 달랑달랑합니다 저는 ㅎ


오랫만에
듣는 노래~

오래
듣고 갑니다

쓸쓸한
이노래를~;;
춘 3월 봄날은 우리에게 따사한 봄볕을 쬐어주지만
춘궁기였던 그 시절엔 쌀독이 비어지고 초근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어르신들의 휑한 마음들을 이제라도 풍성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지요.
그러나 많은 어르신들은 돌아가신분들도 많고.....
60대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저울에 달린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어느새 그리 되어져 가네요^^
소녀들의 상큼한 소풍같은 모습들....
오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이어가시기를.....
꽃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각양 각색으로 자태를 뽑내지만 이 역시 화무 십일홍이라
지고 말겠죠?

어느 곳에서 어떤 생각으로 지내질라도 떠 올랐던 고우신 님들!
어둔 터널 안에 숨어서 번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조금씩 힘을 내어 님들의 방문 노크해봅니다.
빈 방 들려 주시고 격려의 말씀 주신 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올려 주신 작품들 잘 감상해봅니다.
여전들 하심에 살짝 미소띄워 봅니다
늘 강건하시고 가내에 두루 평강을 빕니다.

초희 드림
오월은 육순 소녀의 달로 불러도 좋을 것 같아요
즐거운 시간이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보릿고개가 떠오르는 것이 저만의 착각인가요
5ㅇ월의 숲 싱그럽지요
사진을 보고도 아이들인가 했습니다
빈곤의 날을 지나 이 나이에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자라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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