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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가을 이야기 20...마지막 처녀

by *열무김치 2021. 11. 6.

*

" 걔가 아마 40이 넘었을 걸?"

"마흔넷이라네요."

"안 갈 줄 알았는데 용케 신랑감을 구했네"

"구하긴 뭘, 신랑감이 횡재를 한 거지."

"강 건너 소 키우는 사람이라고 합디다."

"아이고야, 그 집 소가 한 100마리는 될걸?"

"나 같으면 안 가고 말지. 그 집구석에 가봐야 평생 일이나 하다가 죽을 텐데 지금까지 버티다가 왜 그 고생길로 가나?"

"듣기로는 색시한테는 일절 일 시키지 않는다고 다짐을 받았다네요."

"그 말을 믿수?  차라리 순분이네 똥개를 믿지."

"갸 집구석도 그렇지 뭐. 처녀 몸으로 친환경 농사한다고 지금까지 고생만 잔뜩 했잖어.

그래도 모셔간다고 할 때 못 이기는 척하고 가는 게 이득이여. 오십 넘어 봐. 그냥 허당이지."

"진짜 처녀인지 아닌지는 몰라두  명색이 처녀라구 달랑 한 사람 있었는데 이젠 이 동네도 쭈그렁 할배 할매들만 남았네. 

모두 저승 가면 여기는 누가 살어?"

 

" 그냥, 빌어먹을 일이지"

 

 

 

 

 

 

 

**

"아주 멍청이 아닌 이상 쩐만 택택하면 통과야 통과."

"그래도 사람을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원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돈이 어정쩡한 사람도 멀쩡하게 만든다고요."

"그야 그렇지만..."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한 장 노인의 아들은 결혼 생활에 한 번 쓴맛을 본 50대다.

가끔 길거리에서 만나면 눈인사나 나누는 사이여서 특별한 느낌은 없지만 장 노인과는 오랜 간 이웃으로 산 까닭에 자연 관심이 가는 집이다.

장 노인이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갑부니 그분의 아들이 혼자되고 손자 데리고 본가에 와 얹혀산 지 오래여도 이를 이상하게 보는 이웃은 별로 없다.

어차피 장 노인이 세상 떠나면 그 많은 재산이 외아들에게 돌아갈 테니 장노인 아들이 벌어먹으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데다 외려 이런 금수저 환경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보기엔 일정 직업도 없이 비까번쩍한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녀도 이를 당연히 여기는 눈빛들이 그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내가 중매쟁이로 나선 걸 나중에 알았다.

"아니, 당신이 왜 그런 일에 끼어들어.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됐어요. 선생님 부탁도 있고 해서..."

"처녀 총각도 아니고 웬만하면 그만두라고. 자칫하면 원망 들어요. 

그러다 성사가 잘  안되면  이웃 간에  민망하지 않겠어? "

"내가 믿음이 갔는지는 몰라도 여러 번 부탁을 하시길레 ..."

 "그래, 신붓감이 누군데?"

"내가 자주 가는 미장원 원장 여동생인데 거기도 혼자 산지 오래됐다는데 사람이 괜찮다고 소문이 났습디다."

"몇 번 보고 어떻게 알아요. 교장 선생님 댁은 재산도 많은데 없는 집 여성을 좋아할까?"

"그 여자 그래도 아파트도 한 채 있고 차도 좋은 거 굴리고 다녀요.  그럼 된 거 아닌가?"

"아니, 사람은 안 보고 재산이나 돈만 계산하나 보지?"

"아니 그럼 뭐, 첫눈에 뻑  가는 거  그런 거 말하는 거예요?"

"그렇다는 게 아니고  사람이 우선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거지"

"재혼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경우 아니면 상대방 조건 보는 거 말고 뭐가 있겠어요."

"그러면 그거만 보다가 그 조건이 사라지거나 달라지면 또 갈라서나?"

 

" 아니, 낼 모래면 나이가 칠순인데 아직도 나한테 풀꽃반지 끼워주던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렇게 속은 건 나 하나로 족하지."

 

빌어먹을...

 

 

 

 

***

"가을 초입에 서리가 내리더니 늦게 날씨가 좋아 단풍도 잘 들고 참 좋은 가을날이야"

"자네는 그런가 몰라도 내 눈에는 저 단풍이 빨간 멍으로 보이네."

"왜 그렇게 생각해?"

"봄 채소 농사도 망쳤지, 가을 채소 농사는 높은 기온에 비가 자주 내려서 또 망쳤으니 올해는 쫄딱 망한 거지"

"농사를 하다 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지.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쩌겠어."
"하, 내년이라...."

"내년 농사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

"그건 희망사항이고 저 단풍처럼 하도 빨갛게 멍이 들어서 내년에 회복이 될지 의문일세.

단풍이고 뭐고 나에겐 그저 이 가을이 마의 계절이야."

 

 

 

 

 

 

 

 

 

 

소 키우는 집으로 시집 간 노처녀는 어떻게 될지
장 노인집 중매는 또 어떻게 될지... 다들 잘 되겠지요.
그게 우리네 삶이니까요.
그렇게 흘러가는 거니까요.
삶의 애환을 이루는 매듭을 보는 듯합니다.
멍은 푸르다
라는 고정관념에서 확 깹니다.
오죽하면 빨간 멍이라고 했을까 싶어 마음이 짠하고요.
충주로 귀농한 내 친구도 사과농사 짓다가 화상병으로 쫄딱 ㅠ.ㅠ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진리죠?
그럼 사람 농사는 누가 짓는 걸까요???
이런 저런 인연 농사가 참 쉽지 않아요.
단풍이 휘날리며
절정을 관통합니다
오늘도 활기찬 주말되시고
보람찬 시간 함께하세요~~~~~~~*
미루나무 보고 한동안 얼음. 그리고 뭉클.
스믈거리는 눈물. 또 혼나겠네..눈꺼풀 괜히 껌뻑껌뻑

아, 근데 재혼은 왜 조건이라는 건지. 내가 왜 울컥하는 건지.

농민들 시선에서 이 가을이 최악이 아닐까 싶네요.
고운단풍이 멍으로 보인다는 말이 먹먹해지네요.
고운 가을햇살처럼 공평하게 행복도 비추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시덥지않은생각을 해봅니다,
잘 내려가다가......
"그렇게 속은건 나혼자로 족하지 " 라는 대목에서 숨이 턱 멈춰집니다.
안쉬면 죽을것 같아 두리번 두리번 눈치보며 내쉬긴 합니다만
제 마누라 일기장 한쪽에 글자하고 너무나 똑같아서요 ㅎㅎㅎ

친구들중에 사별한 친구가 재혼을 했는데 둘다 노땅 공무원인지라
동창회가면 둘히 연금 합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 보다 낫다고 ~~~ㅎㅎㅎ
요즘 전셋방 없으면 장가들기도 정말 어려울것 같아요.
능력있는 우먼이라면 연하남정도가 제격일테고....
노인네들 맨날 푸념해봤자 입니다 ㅎㅎㅎㅎ

셍떼쥑베리 어린왕자에서 저택에 대해서 이러고, 저렇쿵 열심히 설명하는것보다
걍 50억짜리래 하면 담박에 이해를 쉽게 하지요 ㅎㅎㅎ
모처럼 맞장구 하는 기분입니다 ㅎㅎㅎ

늦어도 가보기라도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예전엔 집에 나이든 처녀 있으면 엄마가 욕먹는다며 종주먹을 대며 시집가라 경을 외웠는데요
요즘은 안 가도 그렇게 크게 이상하지는 않더라고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이렇게들 반쯤은 포기하고 사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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