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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단편

고독

by *열무김치 2018. 5. 26.

 

*

바다 같다는 호를 내닫는 유람선은 처음과 달리 그냥 밋밋한 느낌만 들었다.

바람이라도 쐬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천천히 갑판으로 나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내닫는 유람선의 맞바람을 맞고 있었다.

수면으로 스미는 저녁햇살 탓이었을까

갑판 모퉁이에서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는 여인이 모습이 그림처럼 들어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걸 느꼈지만 그는 재빨리 연달아 셔터를 눌렀다.

파인더에 들어온 여인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계속 쓸어 올리고 있었다.

"이봐, 당신 뭐야?"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이 그의 어깨를 나꿔챘다.

"당신 카메라 좀 봅시다."

"아니, 무슨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닙니다."

그는 당황한 모습으로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욕설이 날아왔다.

"뭐가 아니야, 이 새끼 변태 아니야. 왜 남의 여자는 찍고 지랄이야."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가 그의 카메라를 잡아 당겼다.

"왜 이래요.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사람들이 쳐다보자 턱수염 남자는 희번득 하게 눈을 치켜뜨며 그의 멱살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런 게 아니면 카메라 내 놓으면 될게 아니야. 너 이 놈, 상습범 같은데 오늘 잘 못 걸렸다."

멱살잡이에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의 시야에 파인더 안에서 머리를 쓸어올리던 그 여인이 들어왔다.

"여보, 당신이 어떻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뭐야, 이거 미친놈 아니야?  누굴 보고 여보 당신이야."

턱수염의 남자는 그의 멱살을 움켜 쥔채 시선은 그 여인에게 가 있었다.

여인이 다가와 멱살을 잡은 턱수염남자의 손을 풀었다.

"놔요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이놈을 알아?"

여인이 턱수염 남자를 끌고 갑판 한 쪽으로 갔다.

그는 곧 울 것만 같은 얼굴로 두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

변함이 없구나

저 모습 때문에, 아니 그 모습에 반해서 그렇게 매달렸는데.

아름다움과 무능이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는 그렇게 그의 곁을 떠났다.

홀연한 어느 날

필연이 그랬듯 우연을 가장한 모습으로 그녀는 변함없이 카메라 앵글 속에 서 있었다.

 

턱수염이 한 번 힐끗 돌아보더니 승객실로 들어갔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여전 하네요."

그는 멍하니 앞만 바라보았다.

"그래,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싶었지. 처음과 똑같았어."

"이제 그만 둘때도 되지 않았어요?"

"당신까지 떠났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꼭 그 것 때문만은 아닌데..내가 가야 당신도 살 것 같아서."

"빨리 들어가 봐. 또 나올지 몰라."

"그게 그렇게 무서워?"

"당신 때문에.."

"지금은 행복해?"

그가 독촉했지만 그녀는 난간에 기댄 채 말이 없었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머리에 가 있었다.

 

 

 

 

 

 

**공간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텃밭 상추를 뜯으며 그는 보란듯이 말했다.

숱한 발품을 팔아서 이 곳을 찾았다며 아주 선견지명 한 선택이었노라고 했다.

"싸게 샀지. 지금은 어림도 없지만."

산골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낭낭하다고 하자 그는 저 소리 아니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지난 번 아들놈한테 갔다가 잠을 이룰 수가 없더라구. 위층에서 어찌나 쿵쿵대는지.

모두가 소음이지. 이런 곳에서 들리는 소리랑 전혀 다른 거야."

그의 아내가  벌겋게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내왔다.

"이 걸 돌 판에 구우면 죽이지. 이 맛에 여기를 떠나지 못 한다니까."

쉼 없이 떠드는 그의 말에 그의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돼지고기가 익어가자 꽤 좋은 냄새가 났다.
"자 자, 먹어 보라 구."

그가 건네는 돌배 주를 서너 잔 연거푸 들이키자 속이 달아올랐다.

"자네도 생각을 좀 해 봐. 여기 근처로 와도 괜찮고."

두 사람의 대화에 재미가 없었는지 그의 아내가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갔다.

 

주차를 해 놓은 곳이 집과 떨어져 있어서 그가 들려준 몇 가지 산나물을 들고 내려오는데 그의 아내가 쫓아내려왔다.

"제가 뭘 잊어먹고 왔습니까 ?"

그의 아내는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다.

"저기..드릴 말씀이 있는데."

왜 그러냐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자 그의 아내는 혀를 내밀며 살며시 웃었다.

"어렵겠지만 OO 아빠 설득 좀 해주시겠어요?"

"뭘 말입니까?"

"여기를 떠나라고 말이예요. 그렇게 말하는 게 힘드시다는 거 알지만.."

"만족하시는 거 같은데. 아까 그 모습 보셨잖아요."

"누구 올때만 그래요. 고민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구요."

 

 

 

 

 

 

아름다움과 무능이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체 무슨일이 있던건지.잘 상상은 안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수 없단것은 참 가슴 아픈일 이지요 ㅜㅜ

산골 깊숙이 아름다운 곳도 함께 어우러져야 사람 사는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전 그런것 같네요
좋은집 지어놓고 쉬 떠날수도 없는 고민에 얼마나 짖눌려 살까..웬지 안타까운 맘이구요.

아~그러고 보면 전 지금이 참 행복하구나~~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늘 뒤늦게 글을 접하다가 오늘은 단박에 달려와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ㅎㅎ
날도 좋은날~
행복한 주말 되세요 ^^
남자의 경제력
참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밥을 먹여주는 건 아니라고 한다지만 그게 바탕이 안 된다면 외려 수명이 더 짧겠지요.
한 사람이 가진 인성과 경제력은 기차레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날씨네요.
올 여름은 어떨까.
길거리에 앉아 햇볕과 전쟁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고 두 장면을 연결하는 스토리를 만드신 겁니까?
장면들은 생생하고, 고독이라고 이름붙인 스토리여서 그런 경우가 없지 않겠다 싶습니다.
심심산골은 물론이고, 어쩌면 아파트 숲속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여름날씨입니다.
그늘이 반갑고 에어컨이 켜져있는 곳은 더 반갑습니다.

두 장면은 각기 다른 내용에 살을 입혀보았습니다.
개성있는 삶을 사는이들에게도 사는 일의 높고 낮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개인의 삶만 봐서는 훌륭한데 더불어 누군가를 책임지는 생활은 영 서툰 사람들이 많아서지요.

주말 평안하세요.
전화하신 걸 몰랐습니다.
나중에 보면서 운전중이시려나 싶어서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좋은 봄날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비밀댓글]
푸른초장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내부에는 벽난로도 세웠네요
빨간 지붕에 세련된 굴뚝이 지난 겨울 따스함 잔해를 알려줍니다
어쩌면 다가올 겨울을 위한 준비 이기도 하겠지요?
어디를 가나 정붙이는 곳이 고향이 되고
그 곳에서 뿌리 내리면 비바람 막아주는 그늘도 드리워지겠지요.
돼지 불고기 고추장 볶음이 익을 수록 매혹적인 냄새를 풍겼던 그 맛처럼요.
앵글 속에 그 여인도 어쩌면 돼지불고기 고추장 볶음 익어가는 삶의 냄새에
익숙할 때 된 것 같다.합니다
가끔 저런 장소의 전원주택을 만납니다.
물론 그 집안의 이야기는 모릅니다.
그냥 추측만 할 뿐이지요.

돼지고기를 구워주던 여인은 카메라속 앵글의 여인은 아니지만 고독한 주인공은 맞네요.
돌아가면 시골의 헌집을 헐어내고 집을 짓겠노라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보통의 아내들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고독 한자락 깔고 사는 삶...
겉으로 보기에 화목함과는 달리
들여다 보면 불협화음의 삶을 사는 삶...
두어인에게서 건조한 삶이 느껴지네요...
그렇습니다.
내안의 고독
점점 그 현상이 심화되어가지 싶네요
나 홀로의 삶이 늘어난 까닭이기도 합니다.
전원주택이 참 멋진곳에 자리 잡았네요
하늘과 어우러진
요즈음은 산골에 가니 어쩜 집도 어찌 그리 지었는지
3일밤을 잤는데 정말 좋더군요
방음을 잘해서 밖에 소리는 전혀 안들려서 참 신기했습니다
산골짝 골골마다 저렇게 집을 짓습니다.
그러다 빈집으로 남는 곳도 태반이지만.
노인 인구가 더 늘어나면 어떻게 변할는지요.

산속에 들어가 노년을 사는 일은 겉보기완 달리 대부분 외롭습니다.
하긴 늙음 그 자체가 외로움입니다만.
외로움을 즐기라고 한답니다.
맞습니다
어제 저녁 남편과 함께 닭볶음 해서
막거리 한잔 하면서 얘길 했습니다
예전에 남편이 시골에 가서 농사짓겠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유년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는데
저는 알기에 농사지어서 배추도 보내주고 고추도 보내달라고 나는 도시에서 살테니
어제서야 예전에 잘못얘기했다고 시인하더군요
지금이나 예전이나 도시에 살아서 역세권으로 지하철로 이동할수 잇는 곳에 살면 최상이라구
자주 병원을 다니니
자신이 잘 알더군요

시골에는 전세, 월세가 아닌 '년세'가 있다고 하더군요.
빈집에 사는데 주인에게 1년에 40만원 정도의 '년세'만 내면 된다는...
노인들이 돌아가시니 이런 현상은 더욱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귀촌한 동기의 이야기를 들으니...
토박이들의 텃세도 옛말이어서
요즘은 무조건 반기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얘기는 들었지요.
산골에 가면 빈집은 많으니까 그냥 묵히느니 그럴만도 합니다.
사람이 살지않는 집은 이상하리만치 빨리 망가집니다.
사람의 온기라는 게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집을 지탱하는 일종의 기라는 거에는 공감을 합니다.
세상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여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으니까요.

각 지자체에서도 인구가 자꾸 줄어드니까 고육지책으로 별 방법을 다 씁니다만 이미 시대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 그림 같은 집에서 언제나 쾌적하고 아침이 좋고 좋은 공기가 좋았으면 합니다.
시골에 별장이라고 저렇게 지었던 친구들이 도시 집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고, 별장처럼 지었던 집을 정리 합니다.
저도 시골가서 살기는 싫고, 아직은 저렇게 좋은 집이 아니라도 시골집이 있었으면 합니다.
경제적으로 사정이 좋으면야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경우 단순히 노년의 삶을 살기위한 방법으로 선택을 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물질이란 게 결국 사람이 운용하고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인데도 죽는 순간까지 그 끈을 놓지 못함은 또 하나의 비극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최소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골엔 그렇게 터를 잡은 노년들이 꽤 있는데요.
그분들 그냥 텃밭 정도 가꾸면서 월 몇 십만원의 생활비로도 살만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무시로 찾아드는 고독감은 어찌할 수 없는 듯 보였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에요!^^
언덕 님 블로그에 가 보니 경사가 났던데요,
열무김치 님 소설도 언제 책으로 나올지 궁금해요.
블친들을 깜짝 놀라게 할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강원도도 엄청 더웠을 텐데... 강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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