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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단편

파란초등학교 2

by *열무김치 2016. 12. 19.

 

 

 

 

서울로 수없이 다니던 후미진 산골 신작로는 어느새 포장이 되어 있었다

 일주일 수업을 끝내고 기다리던 주말이 왔지만 덜컹거리는 자갈길에 버스를 타고 가기가 겁이 나서 집에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삼락을 따라 개울가에 보쌈을 놓으러 갔는데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놋그릇에 엄지손가락만한 퉁가리들이 그득하게 들어있었다.

여차하면 쏘아대는 퉁가리에 면역이 되었을 무렵 공 선생은 퉁가리 회 맛에 이력이 나 있었다.

"중이 고기맛을 들이면 절간에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다는데 어쩌려 구 그러신데요?"

"뭘 어째, 자네가 끝까지 책임지면 되지."

공 선생은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못 마시던 술도 제법 늘어서 퉁가리나 꺽지 회를 먹는 날이면 비워내는 소주병이 제법 되어서 어느 날 삼락이 고물장수에게 건네는 소주병을 본 뒤로는 주말마다 서울로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작심 삼일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이내 어둠이 밀려왔다.

삼락이 마중을 나오긴 했으나 차를 가지고 온 게 아니어서  공 선생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차는?'

"차타는 거 지겹지도 않으세요? 오랜만에 시골길 걷는 것도 괜찮잖아요. 걷지요 뭐."

" 이젠 이것도 힘들어. 요즘 운동을 하지 않다보니.."

"전에는 이 길을 20분 안에 가셨잖아요."

"이 사람아 시방 내가 청춘인가?"

밤바람이 제법 찼지만 그런대로 걸을 만 했다.

"설마 놀러 오라고 하지는 않았을 테고."

"겸사 겸사지요. 오랜만에 퉁가리 회나 한 접시 하시라고."

"요즘도 잡는가?"

"에이, 이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봐야 한 사발 건져요. 엊저녁에 놓은 거니까 아직은 살아 있겠네."

"깻잎을 좀 사올 걸 그랬나?"

"그러실 줄 알고 진 작에 사 뒀지요. 오랜만에 한 잔 걸치시지요."

삼락이 술 마시는 시늉을 하자 그때서야 공 선생은 마음이 편안해 졌다.

왜 그런지 모를 일이었다.

그냥 이렇게 세월을 보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딱히 묘안도 없어서 하루하루가 불편했지만 아내가  잘 견뎌주어서 그것으로 낙을 삼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의 갈증은 쉬 물러나지 않았다.

교육현실에 대한 모 일간지에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구속의 사슬이 없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비빌 언덕이 생긴 것이었다..

거침없이 글을 썼고 평소의 소신을 이렇게라도 밝혀야한다는 어떤 의무감 까지 들었다.

" 선생님 원고 수정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슨 뜻이요?"

"선생님 의견은 이해하지만 출판 사정이나 일선에 있는 현역 분들의 시선이 엄연해서요. 조금만 수정하시면 되겠는데요."

"그럴거 면 원고 청탁은 왜 하 는거요? 그 얘기 빼면 무슨 내용이 있다고. 그거 내서 뭐합니까."

몇 번 권유전화가 오더니 얼마 뒤 원고청탁은 구렁이 담 넘 듯 슬그머니 끊어졌다.

脫稿를 마친 원고지를 두어 번 더 수정을 하다가 공 선생은 펜을 놓았다.

"이봐, 자네 젊은 교사가 아니 야. 은퇴를 한거라 구. 그거 인정이 안되나?"

술자리에서 만난 잡일이나 하고 다니는 오랜 친구는 좀 융통성 있게 살라고 인생을 통달한 듯 말했다.

"하는 일도 시원찮으면서 말하는 거 하고는.."

 

 

 

 

 

 

마을이 가까워져서야 희미하게 가로등이 보였다.

"저 놈이 없을때도 잘 다녔구만. 이제는 어르신들도 저 놈 없으면 큰일나는 줄 알아요."

"그럼, 자네는 젊고?"

"흐흐..아직은 힘 좀 쓰니까."

"좋겠구먼. 쓸 힘이 남아서."

"그래도 저게 어딥니까. 삭막한 겨울동네에."

삼락의 집에 이르자 이네 삼락처가 쫓아 나왔다.

"아이고, 오시느라 욕 보셨네유. 차를 가져가라니까 말을 안 듣고."

삼락처가 눈꼬리를 치켜뜨고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어둠이 그녀를 가려서인지 낯 선 사람처럼 보였다.

공 선생이 들고 간 황태 채를 받아들고 삼락처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삼락이 얼른 퉁가리를 내어왔다.

"아직 살았네요. 몇 마리 하실 거지요?"

그러 마 하는 눈짓을 보내자 삼락이 익숙한 솜씨로 퉁가리의 배를 땄다.

"겨울 퉁가리가 맛은 좋지요.뱃속이 깨끗해서.."

30촉 전구 빛이 희미한 툇마루에 작은 상이 차려지고 이내 소주잔이 한 순배 돌았다.

오랫만에 입에 댄 퉁가리회는 예전 그대로였지만 공 선생이나 삼락은 이미 예전 사람이 아니었다.

 

이어서..

 

 

 

 

참 구수한 정경인데 한참을 들여다 보면서 낯선 이름들...
퉁가리는 엄지손톱만한 물고기이고,삼락은 사람 이름이고...
어떤 모습은 제가 모르는 남자들의 세상같습니다.그래도 구수하게 보입니다.
저는 아직 소주맛도 모르고,막걸리도 모릅니다.
한국의 술문화를 TV에서 보고 이해는 합니다.
퉁가리를 아시는가요?
메기 비슷하게 생겼는데 몸 색깔이 붉고 메기보다는 작습니다만 엄지손톱보다는 훨씬 크답니다.
소주와 막럴리 맛을 모르신다니 술을 전혀 하시지 않으시는가 봅니다.
한국의 술문화는 아마 세계에 내어 놓아도 전혀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풍류를 즐겼던 민족이니 긍정적인 요소가 훨씬 많다고 보아야겠지요.
타임 머쉰을 타고 소년 시절로 훨훨 날아갑니다
한편의 단편소설을 보는듯...
댕큐
잘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도 하순으로 가는군요.
즐거운 연말 되세요.
공선생은 파란편지님이신가요?
웬지 그런것 같아요
입에발린 달콤한 소리들만 좋아하는 이세대에
거침없이 입바른 소리로 그른것을 그르다 할수있는 참다운 어른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싱싱한 퉁가리 회에 시원한 쇠주한잔과 고향같은 시골의 정으로 쓸쓸함에 위로가 될까 싶습니다 만..

의미가 깊은 소설을 푹 빠져 읽었어요
흐르는 멜로디에가 자칫 더 쓸쓸함을 깊게 만들어요

다음 소설가로 나서시면
책은 요이땅~~~~첫번째 구매고객 돼 드릴께요 ㅎㅎㅎ

공 선생이 파란편지님의 모델이시라구요?
아이고, 아닙니다.
파란편지님이 교육에 관심과 조예가 깊으신분이니 그 분의 블로그에 올려진 좋은 글들을 보고 글 소재를 얻은 것 뿐이지 파란편지님의 이력을 글로 쓴 게 아니랍니다.
더구나 전 블로그에서 뵌 것과 글에서 나타난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철학이라고 할까요.
그 것 말고는 파란편지님이 살아오신 삶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걸요.

요즘 시골에 가면 폐교들이 넘쳐나는데 비록 허구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써보고 싶었지요.
그럴리도 없겠지만 혹여나 책을 내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먼저 공짜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잔잔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을 얼른 읽고 싶은 기대감이 만땅입니다
사간이 허락하는대로 열심히 써 볼께요.
감사합니다.
시골초등학교 어쩌면 공선생님이 계신 학교가 어쩌면 폐교직전의 학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5편 정도에서 새 도약이 되지 싶은데요. 하하
그런 학교라면 그 학교가 새롭게 도약하는 것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이야기를 만들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그런 학교가 하나 생기고, 그런 교장선생님이 계셔서 열무김치 선생님께서도 선생님이 되시는 그런 학교가 있었으면 해서
저도 상상을 해 보는 것입니다. 하하
아무래도 멍석을 깔아드려야 되지 않을까...
비슷한 학교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너무도 먼곳에 있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상이 현실이 되도록 , 비록 글에서만이라도 말입니다.
설경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블로그 벗님들께 선물 하신듯 하다 생각하고 감사한 맘으로 보았습니다.
<파란 학교> 시리즈!^^;;;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뭐 있나요?

파란 학교!
등대 학교!
기다리는 학교!
매일 편지를 쓰는 학교!
까불까불 하다가 별별 생각이 떠오르는 학교!

내가 이럴려고 블로그 했나, 자뻑감(ㅠㅠ)이 듭니다^^;;
아이디어 제공자..
암 것두 없습네다.
무단으로 글 소재를 얻어왔으니 제가 도리어 보상을 해야 합니다.

기다리는 학교...거 괜찮은데요.
이 글을 옆에 있는 신랑에게 보여주면 클나요 ㅎㅎ
당장에 어디냐고, 가자고 ,간다고하라고 , 그럴걸요 ㅎㅎㅎㅎ

그래도 모 요즘은 술을 안마시니
텅거리 맛이 소주에 섞여 압 속에서 사르르 녹던 옛맛을 아닐겝니다 ㅎㅎㅎ
지금도 제 살던 곳에 가면 많아요.
기름종개도 있답니다.

구세대들은 술과 담배를 줄이고 신세대들은 늘리고..
국내 담배소비가 젊은층 위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방커피 마시며
들어오다가 사진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네요
찬란한 오월에 만나는 시린 겨울풍경

오늘은 이 시린 풍경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살아내려 합니다
글은 퇴근하고 찬찬히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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