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
꿰어온 세월이 가당찮은지
어머니는 오늘도 바늘귀에 실을 꿴다.
가까이 댔다가 멀리 댔다가
성찮은 이로 물어뜯은 실 끝에 매달린 희미한 초점
아이고 야야, 바늘 구녕을 와 요리도 작게 뚫버놨노.
진즉에 옷 수거함에 들어갔을 색 바랜 옛날 옷들을 꺼내어 놓고
나직하게 안부를 묻는다.
그 봄날이 언제던가
바람으로 가버린 꽃 날리던 날의 외출
아득함은 추억만으론 견딜 수 없어
기약 없는 바느질이 덧없어도
떠나실 때 동무가 될 헌 옷가지들은
어머니 손끝에서 행복하다.
외롭다는 것
이미 수년이 지나버린 커다란 달력의 숫자들이
종일 종알대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다음 순서를 꿰고 앉아서 거드름을 피운다.
세월을 아끼라는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창가에 이는 바람도 겁이 없어진 지 오래여서
여간한 눈길엔 요동도 하지 않는다
아침 다음엔 점심이 아니지
저녁이라고 우긴 들 그놈이 그 놈이니까
해나 져야 밤이라고 쳐 주는 거지
반듯한 거야 괘종시계 부랄이 나보다는 더 낫다니까.
종일 내 앞으로 몇 명이 지나갔을까
세다가 말았지
뒷집 저 여편네는 또 옷차림이 바뀌었네
도둑고양이 저 놈은 오래도 사 네
아무래도 저 영감은 올해를 넘기기 힘들겠어
무에 그리도 바쁜지
식사하세요가 전부인 한 지붕을 쓰고 사는 아들놈 내외가
반드르르하게 차려입고 승용차 문만 빼꼼히 열고는
급한 볼일 보고 온다고 손짓을 하고 달아난다.
내가 다 아는데
소란스러운 도심의 한낮에 당신의 고요가 흘러가고
낡은 의자에 다시 무료함이 앉았다.
돌아다 볼리 없는 무정한 세월이
노르웨이 고등어
적겠지?
뭐가?
답답하기는,
왜놈들 바다에다 막 내삐린다카데
저 놈, 저 놈 말이지
등날을 훅훅 볶는 파장 마당 휘장이 신경질이다
마카 그놈이 그놈이여.
기어이 등 얼룩덜룩한 노르웨이 자반을 사 들고
아침저녁 구워 먹고 졸여 먹으며
왜놈들을 홀 기려고.
등 뒤에 뭉게뭉게 걸린 추억들 끌어다 한 점 한점 꿰 매어 수 놓으면
푸르게 행복했던 추억들
놓쳐버린 사랑들 ...다시금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그 속에서 할머니는 꽁지 머리끝에 붉은 댕기를 흔들며
해 맑은 웃음 나비처럼 가벼이 폴폴 ~ 날겠지요...
그 세계에서는 떠나실때 동무가 될 옷가지들이 다시금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민들레 비비추 해바라기 나팔꽃 ...
구순이 넘으신 어른께서 뒷 모습이 짱짱하십니다. 그렇지요. 암요.며느리만 1:1이라면 따져 물어 보시기라도 하지만,
귀하고 귀한 내 아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래 그래 하고 맘 속으로 넘어 가시겠지요.
어느 때는 헛되고 헛되다 싶으시기도 하실 것이고, 어느 때는 이 승이어서 그래도 좋다 하시기도 하실 것이고,
뒤 돌아 보이는 살아 오신 날들도 생각이 나실 것이고, - 그 모친의 맘 헤아려 지는 열무김치님의 맘이 전해 오는 이야기 입니다.
딱 우리 친정 엄니시쟌아요 ㅜㅜㅜ
저보고 바늘귀가 안뵌다고 실꽤달라고 하셨었고요
제 딸이 제 흉이라도 보면 그게 금방 싫으셔서 넌 그런소리 하지말아라
니 엄마가 어려서 얼마나 착했는지 아냐고 ..그리 감싸 주셨었지요
연로하신 어머니시지만 지금처럼 예쁜 모습만 아드님께 보여주시다 돌아가셨음 참 좋겠어요
어머니의 그 고운 모습만 추억하며 사시면 참 좋겠지요?
이 더위에 어찌 버티고 계시는지..이 더위가 얼른 한풀꺽였음 좋겠어요..
열무김치님이야 어른들 모시고 지내시니까 어른들 문제여서 그렇지 않은 사정의 제가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건 적당하지 않고 주제넘기도 하지만
느낌으로 당장 다가오는 건 저 자신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더욱 외람되겠지요. 걸핏하면 월요일이 다가옵니다.
제가 보기에는 편린이란..아주 겸손한 표현이구요.
멋진 시를 세편 옹골지게 음미해봅니다.
좋습니다.
마음으로 바로 다가오는 시라서...
바늘귀에 실을 꿸때는 저도 앞으로 넣었다 뒤로 넣었다..ㅎㅎ 노안이라서요.
어머니의 힌머리가 세월의 무상함을 줍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는가요?
마치 어머니의 심경으로 글을 쓰시고...
그런 아들내외가 곁에 계시니 다행입니다.
노르웨이 자반, 저두 사다 먹습니다.
그런데 먹을때마다 늘 고민이긴해요^^
이녀석도 매 한가지이겠지만 어째요...
그렇다고 생선을 안먹을수도 없으니...
우리야 그렇다해도 다음세대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가 되긴합니다..
너무 더워서 블로그 글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밤에는 열대야고, 낮에는 가마솥입니다.
좀 시원해지면 뭘 좀 해야지 미루다가
이렇게 들러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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