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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단편

남풍은 두 번 불지 않는다.

by *열무김치 2014. 10. 19.

 

 

 

 

 

 

 

희뿌연 하늘에 그믐달이 멋 적게 하늘을 가르자 봉식은 재빨리 지게를 지고 봉당을 나섰다.

저녁내 들이킨 밀주가 안 그래도 거북한 속을 뒤집었지만 상관할 처지가 아니었다.

싸락눈이 점점이 눈썹을 간지럽히더니 이내 웅크릴 만큼 쏟아졌다.

"저녁에 강가 놈만 오지 않았어도."

미처 익지도 않은 밀주를 마누라 몰래 퍼 온 강가 놈과 야반에 걸쳐 모두 퍼 마신 게 속에서 부아를 질렀다.

낮은 강냉이 섶이 오다가다 보이는 좁은 밭길을 짐작으로 걸어 나갔다.

검은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있으나 마나 한 달빛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급하게 신고 나오느라 신발이 바뀌었는지 아까부터 뒤꿈치가 저렸지만 동이 트기 전에 장 서방에게 강냉이 말이나 져다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가빴다.

"어디였더라? 그래 , 키가 큰 강냉이 섶에 두었다고 했지"

싸락눈이 쏟아지긴 했지만 그나마 그믐달이 아주 병신 짓은 하지 않아서 강냉이 섶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낫으로 성글게 베어낸 강냉이 그루터기가 자꾸만 성가시게 발에 걸렸다.

"에이, 이놈의 팔자.."

두어 단 강냉이 섶을 옆으로 옮기자 까다가 만 옥수수 통 들이 보였다.

"이놈이 신소리는 치지 않았구먼."

봉식은 씨근덕거리며 바소 구리에 옥수수통 들을 긁어 담았다.

바소구리에 욕심껏 담았는지 지게 작대기를 짚고  일어서기가 수월찮았다.

"나도 이젠 다 살았어."

그럭 거리는 봉식의 한숨이 찬 새벽 공기를 갈랐다.

억지로 지게를 지고 일어나 열 두어 걸음 옮겼을까.

봉식은 길바닥에 사정없이 지게를 쑤셔 박았다.

손과 발이 오글거리고 온 몸이 후들거렸다.

안주머니에 넣어왔던 술병을 재빨리 꺼내 들고 단숨에 털어 넣었다.

싸락눈과 범벅이 된 강냉이를 쓸어 담자 눈발이 좀 가늘어졌다.

들이킨 밀주 탓일까.

확실히 아까보다는 짐이 가볍다고 느껴졌다.

발자국을 남길 만큼 싸락눈이 쌓였지만 대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마누라 사는 집 쪽으로 가기는 뒤통수가 시렸다.

애시당초 소 닭 보듯 했으니 상관할 게 없었지만 그래도 민낯으로 눈을 부라리기엔 적잖은 세월이라 서푼 어치도 안 되는 염치는 있었다.

지름길을 놔두고 손바닥 만 한 동네를 돌아 장 서방네 전방에 도착했을 때 동녘이 어슴프레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너 댓 번 대문을 발로 걷어차자 장 서방이 귀신이 우는 듯 한 소리를 내지르며 문을 열어 주었다.
"새벽부터 무슨 지랄이야. 이슬 맞고 다니는 밤손님도 아니고.."

"네놈 이 오랬잖아 새벽에."

"육 실 헐, 그런다고 새벽에 오냐?"

"객 적은 소리 집어치우고 빨리 돈이나 내놔."

"다 까지도 않고 통새미로 가져오면 날 보고 어쩌라고?"

"강가놈이 까 논 줄 알았지.그 놈이 어디 제정신이여?"

"그럼, 쇠경 제 닭 잡아먹는 네놈은 제정신이구?"

장 서방이 칠천 원을 건넸다.

"어째서 이것 밖에 안돼? 족히 닷 말은 되겠구만."

"야, 이놈아.강냉이통 도 말로 팔아 먹디?"

" 모진 놈, 내 꼴을 잘 알면서..그래, 잘 먹고 살아라"

"똥 낀 놈이 성 낸다고,아침부터 재수 없게 시리.."

 

봉식은 잰 걸음으로 동네 복판에 사는 포목 전방으로 내달렸다.

강 가놈을 시켜 산전 밭뙈기에서 거둔 강냉이를 훔쳐다 놓으라고 한 게 내처 마음에 걸렸지만 도리가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떨려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포목전방의 박가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 어 번 문을 두드리자 곧바로 나왔다.

"빨리.."

"이놈이 곡소리 날 때가 되어 가네."

신발도 채 벗지 못 한 채 엎어진 봉식의 팔뚝에 주사기가 꽂히자 이내 침묵이 흘렀다.

봉식은 써늘한 방바닥이 따스하다고 느꼈다.

봄이 아직 멀었는데 실바람이 불어오는 거리에 아늑하게 앉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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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여편네가 입심이 시원찮더니 이내 욕지거리를 뱉었다.

장리쌀도 여러 해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 그냥 넘어갈 기세가 아니었다.

이태를 부치다 떨어져 나간 먹 골 논빼미가 못내 아쉬웠던지라 마누라 등쌀에도 변변한 대거리도 못하던 봉식은 葉草를 꼬나물고 삽짝을 나섰다.

"내, 가서 엎데레 볼끼니  기둘려 봐"

"무슨 수로? 그 지랄을 해놓고. 빈대도 낮 짝이 있지. 그냥 굶어 죽읍시다."

악다구니를 쓰는 마누라 쇳소리를 뒤로하자 이내 한기가 몰려왔다.

들판으로 나서자 3월이 멀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이달이 가기 전에 구걸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성 부잣집에 들어서자 깡마른 개가 죽을 듯이 짖어댔다.

"저리가 이놈아. 이놈의 집구석은 개조차 사람을 업신여기지."

헛기침을 하고 큰소리로 불렀지만 안에선 기척도 없었다.

몇 해를 내리 걸쳤던 솜옷이 누렇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봉식이 형님 아니여? 거기 왜 장승처럼 서 있소?"

성 부잣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다섯살 아래 수삼이 였다.

"성 부자 영감은 있는거여?"

"어디 기어 나가는거 못 봤으니 방구석에 들어앉아 있겄지.무슨 일로?"

"무슨 일은..다 알면서."

수삼이 혀를 끌끌 찼다.

"형님이나 나 나 이놈의 신세를 언제 면하겠소. 봄 오는 게 무서우"

수삼이 미적거리며 들어가고 한참을 기다려 성부자 영감이 나왔다.

공연한 마당흙 만 짓이기던 봉식이 허리가 휘도록 절을 했다.

"뭔 일로?"

봉식을 쳐다 보지도 않고 허공을 고누 던 성 영감이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따지듯 물었다.

"저기..아시다시피 식구가 많아서 장래 쌀도 그렇고, 부쳐 먹던 땅 모두 거두어 들이신거 다시 부탁드리러 왔습지요."

갑자기 성 영감이 눈알을 부라리며 핏대를 올렸다.

"그게 내 탓이란 말인가?

자네가 빌어먹은게 얼마여.농사만 잘 했어도 벌써 다 갚았을걸세 .

야편질 하느라 다 말아 먹은 게 아니여? 얌치도 좋구먼"

봉식은 거적데기 같은 신발을 멀그레미 바라다 볼 뿐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난, 더 할 말이 없으이. 땅도 진즉에 다 나누어 줬고."

봉식은 멍하니 서서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그러시면 식구들 길거리 나 앉습지요.봐 주시는 김에.."

"맽겨 놨어? 내 알바 아니니 그만 가더라고."

성영감이 아랫도리를 탁탁 털어댔다.

눈이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

손과 발이 떨려오는걸 아까부터 참고 있었지만 대답을 듣기 전에 나가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제 워쩔꺼여?"

닥달하는 마누라의 윽박지름에 엽초나 뻐끔거리는 봉식을 맏딸 언년이가 넘겨다 보고 있었다.

"너무 그러지 마셔유.그런다고 없는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유, 그래. 애비나 딸년이나 누가 아니랄까봐.

마카 굶어 봐야 헛소리를 안하제. 아니 여, 굶어 죽어야제 살아서 뭣 해 "

봉식은 물끄러미 언년이 를 건너다 보았다.

약 발 떨어져 발광을 하는 자신을 보고도 모르는 척  참아준 여식이었다.

미친놈이라고 가슴을 쥐어뜯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온 몸이 조여들면 쥐약 먹은 개처럼 어느 구석에 처박히고 싶어 언년이도 잠시 보일 뿐이었다.

어떡하든 주사를 맞고서야 마누라도 언년이도 보였다.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사는 맞고 편히 죽어야 한다고 중얼 거렸다.

 

강가 놈이 야밤에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언년이 때문이었다.

귓속말로 너분대는 강가 놈의 낮 짝 을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봉식은 어느새 귀를 바짝 들여 대고 있었다.

"성 영감탱이가 언년이 를 마음에 두고 있는 모양인디  어뗘?"

"그 쳐 죽일 영감탱이가 그런단 말이여? 자네보고 그려?"

"아따 이사람,그집에서 일하는 수삼이 에게 들은 말이지. 언년이도 시집 갈때가 됐잖여."

"내, 이놈을..이 똥개만도 못한 놈을.."

강가는 멀찌기 떨어져 앉으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럼 뭐하나. 자네 언년이 시집보낼 밑천도 없잖여. 손이 있겠어?"

분명 성 영감에게 한 코 먹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강가 놈이 대놓고 입질을 할 리 없었다.

"이놈아 그러는 게 아니 여.네놈이 얼마를 받아 처먹었는지는 몰라두 네놈두 말 만한 딸이 있어.

이 개만도 못한 놈이.."

"기 껀 생각해서 알려 줬더니 옘병질 이네.에 라 이놈아"

강가가 봉식을 밀쳐내고 일어서는 바람에 봄바람 같이 바짝 마른 봉식이 맥없이 넘어졌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희한한 표정을 짓고 봉식이 방 한쪽 구석으로 나동그라지자 강가 놈이 헐쯤한 쪽문을 발로 걷어차고 나갔다.

"육갑을 혀. 가진 거라 곤 두 쪽 밖에 없는 놈이 무신 자존심은.

야, 이놈아 . 처먹고 사는 건 그렇다 치고, 니깐놈 예핀질은 워쩔꺼 여?  팔아 처먹을 곡식 나부랭이는 있기나 하구?"

강가 놈이 입 찬 소리를 하고 나가자 이내 한기가 몰려왔다.

문고리를 잡았지만 퉁 하니 느낌이 없었다.

천장이 멀리 보이고 호흡이 가빠오자 봉식은 이제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죽은 조상께 나를 좀 데려 가라고 빌고 있었다.

 

 

그해 봄, 다행이 논 몇 빼미를 얻은 봉식이 장리쌀 까지 얻어오자 동네엔 괴상한 소문이 돌았다.

언년이가 성 영감 후처가 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소문이었다.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던 봉식이 저렇게 팔자가 핀것도 다 언년이가 성 영감에게 붙어서 울궈 낸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도 그럴 것이 성 영감이 봉식을 대하는 태도가 여간 한 게 아니었다.

"저 영감이 귀신이 데려 갈 때가 됐나, 워 쩐 일이여.제 집구석 짐승도 안 돌보는 영감탱이가."

동네 사람들이 쑤근덕 대자 봉식 마누라가 눈이 뒤집혀 싸울 기세로 달겨들었다.

"어느 년 놈이 헛소리를 지껄이고 댕기는거여?. 어느 놈이여. 내, 요절을 내고 말거니 께"

동네 사람들 앞에 씩씩 거리며 팔을 걷어 부쳤지만  봉식 마누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먹골 복판의 밭뙈기와 논빼미가 자기에게 올 리 만무였다.

장리쌀 먹은 것만 해도 대여섯 가마는 족히 되는데다 봉식이 아편질로 갚을 길도 막막하던 터였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

 

언년이 를 잡아다 족쳤다.

"동네 여편네들의 주딩이질이 진짜여? 남새 스럽고 부아가 치밀어 못 살겄구만"

빗자루 몽둥이로 머리끄덩이를 잡아 등짝을 후려 갈겼지만 언년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년이 진짠가 부네.니 에비도 예핀질 에 미쳤고, 이젠 니도 한통속이여?  어디 붙을 데 가 없어서 웬수 같은 영감한테 붙어.

그 드런 영감한테 .죽어라 이년아. 콱 뒤져."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던 봉식 마누라가 성영감집에 들여 닥친 건 늦은 밤이었다.

수삼이 미쳐 날뛰는 봉식의 처를 말렸지만 지게작대기를 들고 나대는 바람에 머리를 두 어 방 얻어맞고는 줄행랑을 놓았다

곰방대를 물고 헛기침을 하던 성영감이 뜰로 나서자 봉식 처가 분연히 달 겨 들었다.

" 그 말이 진짜요?  그래서 그 논빼미를 줬소?"

"허, 이 여편네가 어디 와서 헛소리를 지껄이누.인생이 불쌍해서 기껏 봐 줬더니만 보따리를 달라고 해?"

"그런 소리 마시요. 내, 다 알고 왔으니 께 속일 생각일랑 마시요."

" 뭐 를 속였다고 그래. 내가 미쳤소? 난 그런 적 없어.무식한 여편네 같으니라구."

성 영감이 곰방대를 툇마루 끝에 탁탁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 어서 꺼대 나가.재수 없게 시리, 어디 여편네가 엄한데 와서 지랄이야."

"사람이 그러는게 아니요. 멀쩡한 애 앞길을 그렇게 막는 게 아니란 말이요. 하늘이 무섭지 않소."

악다구니를 쓰는 봉식처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담 밖을 넘었지만 어쩐 일인지 봉식은 콧배기도 보이지 않았다.

" 따지려거든 자네 서방한테 따지 게.이거야 원, 말이 통해야지"

봉식 처 는 도망을 갔다 미적대고 돌아온 수삼에게 이끌려 대문을 나왔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통곡을 했지만 분이 삭지 않았다.

 

아편 질 에 살림이 거덜 난 봉식이 피골이 상접 해 두 해를 버티다 세상을 뜨자 봉식의 처는 큰 병을 얻었다.

언년을 넘겨준 구실로 거두미가 쏠쏠한 땅뙈기를 얻어 부쳤지만 겨우내 아편 질 에 쓸 만한 가마니도 남아나지 않았다.

봉식처가 멱살 질로 봉식을 옭아매고 수차례 머리털을 잡아 뽑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소출 반타작을 성 영감에게 건네고 단 두 달이 못되어 곡출 거지반이 성 영감 곳간으로 넘어갔다.

이왕지사 제구실 못할 거 봉식이 잘 죽었다고 속으로 염을 했지만 그 귀신이 혼자가기 그랬던지 이내 속병이 걷어들린 것이었다.

언년이가 백방으로 뛰었지만 병세를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다.

봉식이 죽자 성영감이 산 자리를 하나 내어 주었는데 그것도 다 언년이 덕이라고 떠들었다.

"영악도 하지 .어린 게 오죽 했으면. 성 영감이 쳐 죽일 놈이지 . 그저 사내놈이란 그놈이 그놈이여.

그런 드런 놈은 벽에 똥칠할 때 까 정 산다니 께. 귀신이 뭘 먹고 사는지 모르제."

봉식의 처는 자기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

언년이 간간이 쌀을 가져와 끓여주는 쌀죽이 죽도록 싫었지만 언년이가 불쌍해서 몇 모금씩 받아 넘겼을 뿐 곡기를 끊은 거 나 마찬가지였다.

"도망 가. 여기서 붙들려 신세 망치지 말구."

언년이를 앉쳐 놓고 수없이 타일렀지만 언년이 는 그냥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놈의 영감 벼락을 맞던지 객사를 할끼다.논마지 께 나 가졌다고 지 딸년보다 어린것을..."

"걱정 마세요. 나 괜찮아요."

언년이 손을 잡은 봉식처의 손이 후들거렸다.

"얼른 여길 떠. 설마하니 여 보다 더한데가 있을라 구. 에미 부탁이다."

언년이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방바닥에 숙였지만 어쩐 일인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봉식의 처가 세상을 뜨고 그 해 여름을 나던 언년이가 만삭이 되자 성영감이 찌그덩한 초가를 한 채 내어 주었다.

언년 어미가 죽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상을 치르던 집이었다.

"저 영감이 실성을 했지.아들놈이 병신이니 제 놈이 대를 이을려고 했나부지?

그럼 제대로 된 집 칸 이나 주던가.노랭이 노랭이 , 하늘이 무심하지."

동네 사람들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입방정이 요란한 동네 여편네들은 집구석에서 얻은 憤 을 언년이 에게 풀고 있었다.

그 중엔 언년이 에게 호들갑스럽게 귀엣말을 거드는 여편네도 있었다.

" 떡두꺼비 같은 애를 쑥 낳으라구. 성영감 집구석에 등신 같은 아들 하나 말고는 손이 없잖아.

그놈이 장개를 가겠어? 똥 오줌도 제대로 못가리는 게. 누가 알아? 늦 팔자가 필지." 

마냥 듣기 싫지는 않았는지 언년이가 히죽거리며 웃는 날이 많아졌다.

 

언년이가 아들을 낳자 성영감은 언년이가 머물던 집을 처분하고 아예 본가로 들여 앉쳤다.

그러나 성 영감 처의 악다구니가 보통이 아니라 언년의 머리채가 수시로 낚이고 여차하면 찬물 바가지가 씌워졌다.

하는일 없이 밥이나 축내는 아들놈은 이유도 없이 히죽댔다.

더구나 성 영감 처가 심술 사납게 맡긴 집안일로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언년이 병들린 병아리꼴로 퀭한 눈빛을 하자 수삼은 안타까워 소 잡은데 개 어르 대 듯 주변을 맴돌았다.

어쩌다 성 영감이 놔두고 먹는 곶감이나 강정을 훔쳐다 건넸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성영감에게 일 얘기를 하면서 언년의 고생을 애 둘러 흘렸지만 어쩐 일인지 성영감은 별다른 표정을 하지 않았다. 

"죽일 놈, 시앗을 봤으면 부랄 값은 해야지.똥 강아지 같은 놈"

수삼은 언년을 볼때 마다 애틋한 가슴을 어쩌지 못해 가끔 마당질 하던 빗자루를 담 밖으로 팽개치며 소리를 질렀다.

"흉년이나 콱 들어라. 드런 놈의 세상"

보다못한 수삼이 야심한 밤에 언년이 를 몰래 찾아갔다.

" 아무래도 여길 뜨는 게 낫겄어.애 도 웬간이 컸으니께 제 숟가락은 챙길거여.

여기 뭣 하러 있어 .저 영감도 곧 갈 거 같은데. 그리고 재산은 저 병신 같은 아들놈 땜 시 당분간 꿈도 꾸지 말어."

언년이는 그래도 버티는데 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 등신 같았던 성영감 아들이 시원찮은 동네 과부를 맞아들이자 언년이 에게 불안감이 찾아왔다.

수삼이 말이 맞다 고 생각했다.

이곳을 뜨기로 작정하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걸 알았다.

수삼이를 찾아가 사정을 말하자 수삼은 언년이 에게 무언가를 건네 주었다.

"이거, 가거든 풀어보고 , 한양 가거든 소식이나 전하라고 . 나도 이 집구석을 뜰거니께."

 

망종 무렵, 수삼이 마련해 준 보따리를 들고 언년이 줄행랑을 쳤다.

모내기가 한창인때 샛 밥 을 이고 들판으로 나간 언년이 일꾼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사이 절 골로 튄 걸 아는 사람은 수삼이 뿐이었다.

절 골 로 들어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큰길이 나오는 터였다.

아들 학기가  한창 지저리 를 할 때라 삼삼이 눈에 밟혔다.

이왕지사 도망을 나온 마당에 잊어 버리기로 했지만 언년은 절 골로 오는 내내 수 도 없이 뒤를 돌아 다 보았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은근이 눈길을 보내던 수삼이 챙겨준 몇 가지의 패물이었다.

여러 번 물었지만 수삼은 웃기만 할 뿐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작정 객지에 나가는 언년으로서는 감지덕지였다. 

언년이 줄행랑을 치자 성영감이 나서서 골 을 뒤지고 수삼을 족쳤지만 이미 언년은 보이지 않았다.

언년의 아들이 객 객 울어대자 성 영감 본처가 언년의 아들을 들춰 업고 성 영감에게 소리를 질렀다.

"잘 껴 나갔지. 아이고, 속이 다 후련 하구만."

성 영감 처는 진짜로 속이 시원한 모양이었다.

수삼은 성 영감 처의 웃음소리가 여느 때와 다르다고 느꼈다.

저 두 년 놈은 곱게 죽지 못할 거라고 되뇌었다.

 

수삼이 건네준 패물로 한 달을 떠돌다 함바집에 자리를 잡은 건 언년에겐 아주 다행이었다.

외상 밥 을 먹는 노가다판의 인부들이 새벽부터 선잠을 깨우는 억센 곳이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아침 댓바람이 지나고 나면 가끔씩 두고 온 아들 학기가 생각나다가도  이내 왁자지껄한 사내놈들의 고함소리에 묻히곤 했다.

어쩌다 수작을 걸어오는 사내놈들이 귀찮기도 했지만 자신을 받아준 주인 눈치를 보느라 애 써 참았다.

함바집 생활이 서 너 달이 되어가자 언년은 제법 장사꾼 티가 났다.

객 적은 소리를 지껄이는 사내놈들 농담도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흘렸다.

가끔 언년의 탱탱한 엉덩짝을 훔치는 짖 궂은 사내를 웃음으로 받아 넘기는 언년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비록 떠돌이지만 말수가 적고  노가다 십장을 맡을 만큼 우직한 태석이었다.

태석은 언년을 진즉에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멀 찌 기 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다른 함바집에서 밥을 먹는 인부들을 언년의 집으로 끌어다 준 것 도 태석이었다.

눈치가 구단인 수다스러운 함바집 주인 여편네가 태석에게 눈짓을 한 것 도 그 때문이었다.

"어때? 두고 보니 괜찮은 여자지? 엮어줄까?"

태석은 실눈을 뜨고 콧소리를 해대는 주인집 여자의 목소리가 듣기 싫지 않았다.

"나  같은 놈에게 가당키나 하겠어요? 여기 저기 떠도는 신센데."

"무슨 소리야. 힘 좋지, 사내답게 생겼지, 또 모아 논 돈도 제법 된 다 메?"

태석은 주방 안쪽에서 설거지를 하는 언년의 토실한 엉덩이를 그윽하게 넘겨 다 보았다.

"확 낚아채라니깐. 언제 누가 잡아갈지 몰라."

태석은 조바심이 났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주인에게 눈도장을 찍긴 했지만 안심찮은 건 언년에게 수작을 거는 놈팽이들이 한 둘 이 아니어서 노가다 판에 나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태석이 언년을 제 사람으로 만든 건 언년이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되는 바람에 병원에서 꽤 오랫동안 입원을 하면서 부터였다.

태석이 곡식 간 쥐 드나들 듯, 일 끝나기 바쁘게 병원을 찾아가자 처음엔 쑥쓰러워 하던 연년이 나즉 한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더구나 언년으로서는 주머니를 몽땅 털어야 하는 큰 병원비를 태석이 덥썩 내어 주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나갔다.

이제 두 사람이 붙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소문이 나자 함바집을 드나들던 사내놈들이 입맛을 다셨다.

"생긴 건 미련 곰퉁인데 댄박에 후리는걸 보니 구르는 재주가 좋기는 하구만"

언년 주변에 어슬렁 거리던 사내들이 한숨을 쉬었다.

언년이 퇴원을 하고 얼마 있지 않아 태석은 함바집 주인을 찾아가 언년을 데려 가겠다고 했다.

"그건 안 되지. 이제 언년이 없으면 이 집 장사 못한다 구.

어차 피 벌어야 먹고 사는데 그냥 여기서 일하게 두고 김 씨는 하던대로 일 하면 되잖 어."

태석이 고집을 부리자 언년이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함바집 주인을 거들고 나섰다.

언년 또한 정 든 함바집을 두고 무작정 사내를 따라 나서기엔 마음이 캥 겼다.

강경한 언년을 꺽지 못한 태석은 살던 집에서 짐을 싸들고 나와 함바집 근처에 허름한 방 하나 를 얻었다.

근처에 살면서 언년을 끌어갈 심산이었다.

붙으면 정이 들게 마련인지 한두 번 태석방에 음식물을 넣어주던 언년이  태석의 옷가지를 빨아주고 청소를 해주기 시작하자 태석은 일 을 나가지 않고 언년이 곁에서 맴돌았다.

찬바람이 불면서 일감이 끊긴 태석이 함바집에 죽치고 앉자 언년은 태석의 꼴이 보기 싫어졌다.

"맨날 놀기만 하면 어떻게 해요?"

"걱정 붙들어 매더라고. 겨울 날 돈은 있으니까. 봄 되면 일이야 쎄고 쎘지."

언년이 눈을 흘기자 태석이 언년의 뒤를 안으며 얼굴에 입술을 부벼댔다.

태석의 거친 턱수염이 까끌거렸지만 언년은 싫지 않았다.

"에이, 벌건 대낮에 남사스럽게.. 따가워요."

언년의 앙탈에 태석은 언년의 허리를 더욱 세게 조였다.

"어이구, 꼴사나워. 여기가 제 집 안방인줄 아남. 빨랑 살림을 차리든가. 누구 염장 지르지 말구."

같이 붙어서 일하는 숙영네 가 눈 꼴 시다는 표정으로 구정물을 담 밖으로 휘하니 내어 쏟았다.

 

보증금 오십만원에 월 5만원의 사글세방을 얻어 살림을 차린 언년이 딸을 낳고 오년이 지나자 태석의 술 주사 가 날로 심해졌다.

태석이 일 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많아지자 연년이 어린 딸 을 억지로 떼어놓고 함바집을 다시 나갔지만 함바집 역시 내리막을 타면서 장사가 전 같지 않았다.

"내가 니 년 하나 못 멕여 살릴까봐 다시 그곳에 기어 나가냐?"

태석은 벌건 대낮부터 소주를 마셔 대더니 눈알이 벌겋게 충혈 된 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언년이 딸 은교를 낳고 젖이 잘 나오지 않아 일찌감치 분유를 먹인 탓인지 은교의 체구는 보통아이보다 훨씬 작았다.

게다가 잔병치레가 심해 연년을 새가슴으로 만들었다.

"은교아빠, 날일 만 보지말고 돈 적게 받더라도 다른 직장을 알아봐요."
언년이 애원하듯 부탁을 했지만 태석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시끄러 이년아.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하던 거 놔두고 무슨 직장이야. 누가 날보고 오라디?"

어린 은교를 두고 함바집에서 종일 일을 할 수 없어 언년은 속이 끓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은교를 들춰 업고 일을 나가자 이번엔 태석이 함바집까지 따라 나왔다.

" 어느 놈을 만나려고 애까지 업고 여길 나오냐?"

함바집 주인이 곤조를 부리는 태석을 바깥으로 쫓아내자 태석이 언년의 머리채를 끄들고 늘어졌다.

"이년이 오냐오냐 해 줬더니 대놓고 분탕질이네. 이년아, 누구 만나려고 여길 기어 나온거야.?"

언년은 잡힌 머리채를 빼려고 태석에게 매달렸다.

"차라리 날 죽여라."

함바집 주인장이 쫓아 나오고 숙영 네 가 복판에 끼어들면서 태석이 언년의 머리채를 놓았지만 언년의 머리엔 벌건 피가 쏟아졌다.

" 저놈이 미쳐도 드럽게 미쳤네.  어쩌자고 애 엄마한데 주먹질이야. 이럴려고 살림 차렸어?"

"내 여편네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왜 지랄이야?'

태석이 땅바닥에 널브러지며 욕지거리를 하자 밥을 먹던 사내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갔다.

"저놈 때문에 이 드런 장사도 못해 먹겠네. 내 눈이 삐였지.저런 놈을 붙여 줬으니.."

언년은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석이 광산 갱 사고로 죽자 그런대로 살림이 되어가던 언년의 탄광지 생활도 두해를 넘기지 못했다.

 

함바집에서 도망을 나온 뒤 연탄을 찍어내는 공장에 어렵사리 자리를 잡자 어떻게 알아냈는지 태석이 쫓아왔다.

그렇게 신신 당부를 했는데 분명 함바집 숙영 네 가 태석의 행패를 감당하지 못해 알려줬을 터 였다.

태석이 그나마 탄광 근로자로 일하게 된 것 도 연탄공장 사장이 언년을 은근하게 본 탓이었다.

연탄공장 사장은 어린 은교를 데리고 나온 언년을 과부로 생각했는지 처음부터 눈홀김이 예사롭지 않았다.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이게 아무나 하는일이 아니라 놔서."

그러나 언년의 빠릿빠릿한 행동에 풍만한 몸매를 본 사장은 댓바람에 생산직에 자리를 내어 주었다.

뿔나게 쫓아온 태석을 뿌리치지 못한 연년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건 춘삼월 봄눈 녹듯 허사였다.

잠시 주춤하던 태석의 술 주사는 단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겨우 체면을 차린 이웃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은교를 데리고 이웃집으로 도망을 가는것도 한 두번이었다.

태석이 손찌검을 하면서 부터 연년은 태석의 손길이 닿으면 마치 뱀이 기어 간다고 생각했다.

눈을 마주치기 싫어서 어떡하든 피하려고 했지만 은교 때문에 마냥 그럴 수도 없었다.

언년은 저 인간을 벗어나야 은교가 산다고 생각했다.

태석이 밤 근무를 들어 갔을 때 줄행랑을 치기로 마음을 먹자 언년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상하게 쾌감이 밀려왔다.

이번엔 아주 멀리, 다시는 찾아오지 못 할 곳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떠나기로 한 날 ,창을 스치는 가는 빗줄기가 슬금슬금 언년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패물을 챙겨 문밖을 나서자마자 이웃하고 있는 송이 엄마가 들이 닥쳤다.

"은교 엄마,소식 들었어요? 난리 났어요. 엄청 죽었대요. 은교 아빠도 간 모양이던데 맞아요?"

언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송이 엄마는 언년의 소매를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송이 아빠, 송이 아빠."

언년은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은교의 손을 잡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언년이 국민학교 교문 앞에 분식집을 차리자 함바집에서 익힌 음식 솜씨와 사내들과의 대거리 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태석의 보상금이 없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언년은 지금까지 한 일중에 제일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고 종일 쭈그려 앉아 있었지만 언년은 마음이 편했다.

가끔씩  고향에 두고 온 아들이 눈에 밟혔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럴때 마다 언년은 도리질을 하며 아직 학교에서 오지도 않은 은교를 불러댔다.

학교가 파하고 아이들이 밀려 나오면 가게 안이 분주해 졌다.

가방을 벗어던진 은교는 야무지게 떡볶이 그릇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돈을 받아 챙겼다.

"그만하고 들어가서 숙제해. 여긴 엄마만 있어도 돼"

"엄마 힘들잖아. 난 좋아"

언년은 이게 꿈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동네 영감들이 찾아와 시덥잖은 농 을 건넸지만 언년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쏘아 부쳤다.

"여기 애들이 있어요. 나잇값을 하라구요."

언년의 삿대질에 뒤가 캥 긴 노인들이 헛기침을 해대며 나갔다.

"보통내기가 아니 구 먼 "

 

봄 소풍을 간 은교가 해가 기울어도 들어오지 않자 언년은  같이 따라가지 못한걸 열두 번도 더 뉘우치고 있었다.

"점심 먹고 보물찾기 할 때 도 봤어요.

공책 나누어 주고 장기자랑 하느라 정신들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안 보인거 같아요."

은교 담임선생이 당황스럽게 이야기 할 때만 해도 어디서 노느라 정신을 팔고 있으려니 했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밀려오자 언년은 몸이 달아서 가게 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담임선생과 6학년 아이들이 소풍 갔던 곳과 동네를 뒤지고 동네 청년들이 횃불을 들고 야산과 냇가를 샅샅이 훑었지만 은교를 찾을 수 없었다.

언년은 미친 듯이 은교를 부르며 뛰어 다녔다.

담임선생을 붙들고 악다구니를 쓰던 언년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애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아무도 보지 못했단 말이여? 거, 귀신이 곡을 하겠네."

이튿날 정신을 차린 언년이 학교에 달려가 소란을 피우자 지서에서 순경이 내려왔다.

언년이 순경에게 매달려 늘어졌다.

"우리 은교 찾아 내.어제 멀쩡하게 소풍 갔는데 왜 안오는거야. 선생들은 뭐하고 있느라 애 한명도 못 봤어.

은교야, 은교야.."

언년이 다시 혼절을 하자 마을 청년들이 이웃마을 청년들을 불러 다시 은교를 찾아 나섰다.

생지옥 같은 하루가 다 지나 갔지만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넋을 잃고 널브러진 언년에게 밤이 이슥해서야 마을 이장이 찾아왔다..

" 저기, 은교 어머니. 저와 같이 가시지요."

언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 은교 찾았어요? 어디서 찾았어요? 애는 괜찮아요?"

울부짖는 언년을 바라보던 이장이 주춤거리자 언년이 이장 바 짓 가랑이를 붙들었다.

"왜 이래요? 우리 은교한테 무슨 일 있어요?"

"저기..저랑 좀 갑시다."

이장이 언년을 부축해 마을회관으로 왔을 땐 동네사람들 거지반 모여 있었다.

언년은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려 고 안간힘을 썼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은교 어머니, 죄송하게 됐습니다. 은교가 그만.."

이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리자 언년은 머리끝이 주뼛 서는 걸 느꼈다.

흰 광목으로 무언가를 덮어 놓은걸 보자마자 언년은 정신을 잃었다.

 

동네에선 화장을 하는 게 좋다고 했지만 언년은 그럴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악을 써 댄 까닭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을 뒷산에 손바닥만 한 자리를 빌 어 은교를 묻고 나자 언년은 이제 죽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 저기 애창이 묻힌 돌무더기를 가르키며 동네 아낙들이 언년을 달랬지만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뿐, 언년은 살아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두고 온 아들 학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열흘이 넘도록 가게 문을 닫고 죽은 듯이 누워있던 언년이 가게 문을 열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줌마 떡볶이 다시 파는 거예요?"

"아니야, 이제 아줌마 장사 안 해"

"에이, 그러지 말고 하세요. 그동안 먹고 싶어 혼났단 말이에요."

아이들 투정에 언년은 눈물이 났다.

"그래. 다시 힘내서 장사 해야지.그래야 은교 마음도 편치."

동네 사람들이 웃으며 위로 했지만 언년은 이미 마음을 접고 있었다.

 

집을 팔겠다고 내어 놓자 이내 사람들이 흥정을 붙여왔다.

몫도 괜찮고 장사 터 도 쏠쏠해 집을 내어 놓은 지 사흘이 못되어 집이 팔렸다.

"어디로 가려 구?. 그냥 여기서 눌러 살지 . 뒷산에 은교도 있고."

남얘기 좋아하는 아낙들이 추근덕 댔지만 언년은 눈꼽 만치도 마음이 없었다.

"가야지요. 내가 살던 곳으로."

"거기가 어딘데?"

"있어요. 그런 데가."

은교를 보내고 보름이 지나지 않아서 언년은 짐을 꾸렸다.

떠나기 전날 은교를 찾아간 언년이 밤이 이슥하도록 눈물을 쏟은 탓에 마을사람들이 언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참, 무슨 놈의 팔자가.."

언년이 마을이장에게 은교를 부탁 한다고 돈 봉투를 건네자 이장이 마을 바깥까지 배웅을 나왔다.

언년은 미련 없이 그곳을 빠져 나왔다.

 

수 해를 떠돌던 끝에 성영감이 살던 마을에서 시오리 떨어진 읍내에 방을 얻은 언년은 자신이 죽도록 미웠다.

그러지 않으리라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지만 마지막 희망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성영감이 죽었다는 소문을 멀 찌기서 들었고, 등신 같은 아들을 데리고 몇 해를 살던 성 영감 본처가 땅뙈기를 전부 팔아서 친정 쪽으로 갔다는 소문도 들었던 터라 연년의 속앓이는 날이 갈수록 응어리로 불거져 나왔다. 

손가락을 세어보지 않아도 두고 온 아들이 제법 청년 티가 날 터였다.

수삼을 찾으면 그간의 소식을 들으리라.

성 영감을 아는 사람에게 수삼의 소식을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언년이 허드렛일로 모은 돈을 밑천으로 다시 분식가게를 열자 제법 장사가 잘 되었다.

터줏대감들의 텃세가 녹녹치 않았지만 반반한 얼굴에 아직도 쓸 만 한 언년의 몸매에 눈길을 주는 동네 사내들 때문에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반년이 되지 않아 쓸 만 한 과부가 읍내에서 제법 잘 나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설겆이 하는 아주머니를 두 사람이나 두고 밤 장사까지 하게 되자 아버지 봉식이 살던 동네에서 온듯한 얼굴 어렴풋한 사람들이 간간이 들락거렸다.

이쯤 되면 뜻밖의 소식을 들으리라.

언년은 일 하는 중간 중간 식탁에 앉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관상을 보요? 뭘 그렇게 보는 거요?"

언년의 태도가 이상했는지 설거지 하는 봉춘네가 거들고 나섰다.

불쑥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수삼을 댄 박에 알아 본것도 그 탓 이었다.

수삼을 알아본 언년이 쿵쾅거리는 가슴을 훔치고 심호흡을 하고 섰는데 곁눈질로 언년을 본 수삼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가락국수를 한그릇 시킨 수삼이 숨이 넘어 갈듯이 국수그릇을 비우고 이쑤시개를 들고 돈 통이 있는 쪽으로 나왔다.

언년에게 돈을 건네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수삼은 손가락을 몇 번 접었다 폈다 하더니 이내 소리를 질렀다.
"아이구, 이게 누구여. 워떻게 된 거 여. 여기서 시방 뭐하는 거 여?"

수삼이 언년은 손목을 부여잡고 가게가 떠나 갈듯이 소리를 쳤다.

"그동안 안녕 하셨지요? 날 알아보시겠어요?"

"그럼. 못 알아보면 산 송장이제. 아이고, 죽지않고 있으이 만나 보는구만"

언년은 아무래도 가게 문을 닫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님들을 다 내보내고 창문 커튼까지 내린 언년이 수삼과 마주 앉았다.

"그동안 어디서 살았소? 모질기도 하시요. 이제 나타난걸 보면."

수삼은 술잔에 술을 따르며 한숨을 내 쉬었다.

언년은 또 가슴이 뜨끔했다.

"이제보니 많이 늙었네요 .아저씨도."

"그럼 , 그동안 세월이 얼마여."

수삼은 민소매로 드러나는 언년의 가슴을 은근이 바라 다 보았다.

수삼의 얼굴엔 그리움이 가득해 보였다.

" 학기는 어떻게 됐어요?"

"궁금하긴 하요? 그동안 어떻게 참았소?"

수삼이 퉁사발을 주자 언년은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내가 말 할 자격이 없다는거 잘 알아요. 하지만 고향을 뜨라고 한 건 아저씨잖아요."

"누가 이렇게 오래도록 안 찾아 올 줄 알았나. 학기가 몇 살인데. 나도 자네 찾아 보려고 꽤 쫓아 다녔다네."

언년은 다음 이야기를 듣는 게 겁이 날 지경이었다.

소줏잔에 가득 소주를 따라 한 번에 들이켰지만 속이 가라앉지 않았다.

"학기, 가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구만."

"왜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한참을 술잔만 바라보던 수삼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나한테 듣지 말고 내일 동네로 오더라고. 그게 낫것어."

"왜 그러는데요.사람 미치겠네."

언년이 울부짖자 수삼이 문을 나서며 던지듯 말했다.

" 잘 살고 있어. 그렇게 복장이 터질걸 여태 뭐하고 있다가 온 거여. 에미 꼴 하고는.."

수삼이 나가자 언년은 바닥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았다.

수삼의 마지막 말이 그동안 납덩이처럼 눌렀던 가슴을 다소나마 제꼈다.

 

언년이 수삼을 따라 아비 봉식이 살던 집 쪽으로 미적거리며 오긴 했지만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어제완 달리 가슴이 짓 눌려 숨 쉬기도 버거웠다.

수삼이 손을 잡아 주었지만 언년은 자꾸만 뒷걸음질을 했다.

"이럴 걸 뭣 하러 왔어."

언년이 다시 눈물을 흘리자 수삼이 손짓을 했다.

"왜 자꾸 우는 거여? 고향에 와서 재수 없게 울기는. 저기 보라 구."

언년이 고개를 들어 수삼이 가르킨 방향을 보자 한 청년이 걸어 오 는 게 보였다.

"학기예요?"

"그렇구만."

"그런데 왜 저래요?'

수삼이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는  언년을 끌고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그만 됐구만. 봤으이 속은 시원 하잖어."

언년이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쏟자 수삼이 팔을 잡아끌었다.

얼른 보아도 다리를 심하게 저는 키 작은 청년이 분명했다.

"남의 땅이라도 그냥저냥 부쳐서 밥은 안 굶으니 께  모른 척 하라구.이제와서 뭘 우에겠어."

"왜 저렇게?

" 성영감 큰아들, 그 등신 같은 게 에미 말 듣고 못된 짓거리를 한거지.언년이 니 가 나가고 얼마 안 있어 그랬으니  오래전이지."

언년이 다시 눈물을 쏟았다.

"성영감 죽고 영감 본처가 홀랑 다 팔아 갔으이 옛날 봉식이 따라지여.

그래도 예핀질은 하지 않으니 다행일세. 이젠 할 수도 없지만.

알고 보면 다 팔자 소관이여. 자네처럼"

 

언년의 흐린 눈물 속에 키 작은 청년이 동네 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언년은 죽어서도 성 영감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아비 봉식이 죽도록 미워졌다.

 

 

 

 

 

 

이 단편소설 열무김치님의 작품이예요?
와우 와우 Speechless!
오래전에 써 두었던 글을 블로그에 남겨두고 싶어서 천천히 옮기고 있습니다만 왠지 자꾸만 망설여 집니다.
감사 합니다.
이 긴 장문의........
열무김치님 홧팅!
하하..
불편하게 해드린것 같아서..
감사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여유있는 시간에
찬찬히 다시 읽어봐야 되겠습니다... ㅎ
감사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이곳은 이미 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도 보이네요.
즐거운 한 주 열어 가십시요.
한국판 '여자의 일생'이로군요.
이건 김유정을 소설이 아닐까를 반복하여 물어보면서 읽었습니다.
강원도 사투리가 적절히 구사되어 있어 이야기가 품고 있는 토속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합니다.
묵호 출신의 작가 심상대씨가 쓴 '묵호를 아는가'를 읽을 때 느낀 것처럼 절제된 향토미를 느껴봅니다.

꼼꼼히 읽은 사람이면 봉수처, 봉식처 또는 수삼, 수심과 같은 오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제목이 주제와 관계가 멀어보여서 좀 그렇다는 느낌이었구요...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는 좀더 애로틱 했으면 어쨌을까 스스로 자문도 해보았습니다. 하하~~
제가 이렇게 주제가 넘습니다.

스토리 구성도 절묘해서 숨쉬지 않고 읽어내렸던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선생님의 유려한 문장과 빼어난 스토리 전개는 전업작가들이 본받아야할 부분입니다.
새벽부터 비가 옵니다. 좋은 작품과 함께 한 즐거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 [비밀댓글]
고맙습니다.

이글을 쓴게 1987년이니 서른을 좀 넘긴 때였지요,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당시 김유정 소설은 대충 넘겼을 뿐 자세하게 읽어 본 적이 없어서 타 작품을 보면서 어이디어를 얻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작은 마을에서는 아편 때문에 말이 아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원표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아버지는 아편에 심하게 중독이 되어 있어서 집안이 무척 어려웠지요.
소작농이라 농사를 지으면 야밤에 몰래 곡식을 훔쳐다 팔아서 아편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당시 동네에 작은 약방이 하나 있었는데 약방 주인 역시 아편에 중독이 되어 그양반에게 동네 사람들이 주사를 맞는걸 보기도 했습니다.
원표 아버지를 봉식으로 주인공을 삼았고 언년은 실제 이름으로 원표네 누나였지요.
그 누나는 소설같은 인생을 살았지요.
그때 심적으로 겪었던 내용을 생각을 보태서 글로 써 보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때 교내 백일장에 (무우 세 개)라는 글을 써 냈는데 국어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니 이거 어디서 베껴 왔느냐고 호되게 나무라시더군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지를 않고 거짓말 까지 한다고 해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심하게 받았지요.
그동안 노트에 30 여 편 가까이 끄적거린 걸 보관 하다가 건축을 하면서 분실을 했었습니다.
다행이 창고 구석에서 노트 몇권을 찾아 냈구요.
이번에 블로그에 포스팅 한 이 글도 그때 썼던 글입니다.
몇번을 망설이다가 블로그에 남겨 놓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에 올리긴 했지만 제가 읽어 보아도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 생각으로 좀 다듬고 내용도 바꿀까 했지만 그당시 쓴 글 그대로 간직하는 게 의미 있겠다 싶어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남풍은 두 번 불지 않는다 라고 제목을 붙인것도 남풍이 따스한 바람 이라는 생각과 언년의 고단했던 삶에 따스한 바람이 한 번 뿐이었다는, 좀 더 과장하면 우리의 삶에 빛나는 날이 한 번으로 지나간다는 의미를 부여 한건데..언덕님 말씀을 듣고보니 언바란스한 느낌도 납니다.
안경을 써야 작은 글씨도 볼 수 있으니 컴으로 옮기면서 나중에 보면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보잘것 없는 글을 이렇게 자세하게 읽어 주시고 작품평에, 오타의 세밀함 까지 알려 주시는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감사 드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까 망설였는데 용기가 됐습니다.
그동안 썼던 글 을 앞으로도 블로그에 올려볼까 합니다.
중학교 때 선생님께 오해를 받았던 글도요.
언덕님을 만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 합니다.
앞으로도 가감 없는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모처럼 가을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이제 이 비가 그치면 이곳은 겨울로 들어설 것 같습니다.
세월이 무상 합니다. [비밀댓글]
저희집 형제들은 유달리 잠이 많았는데요...
특히 장형은 매일을 빠짐없이 늦잠을 잤습니다.
부지런한 아버님은 장형의 잠을 깨우며 창백한 얼굴로 일어난 큰아들에게
부시시한 모습이 '아편장이' 같다고 야단을 쳤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또 댓글을 읽으니 당시 아편중독이 심각했음을 알게됩니다.

잃어버린 습작노트를 찾으셨다니 축하해드리고 싶고 또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 역시 20권 정도의 시와 소설을 쓴 습작 노트를 갖고 있다가
서울 근무하느라 3년 정도 집을 비우는 사이에 분실해버렸습니다.
그중에는 3류 문예지나 대학 교지, 가톨릭 잡지에 실렸던 글의 원본도 있고
나중에 40대가 넘어 사상이 성숙해지면 완성하리라는 각오로 초안을 잡아둔 것들인데
생각하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이후에 독후감 노트 7권은 아내의 책보퉁이에서 찾았는데 제 블로그에 있는 것들의 대부분입니다.
나머지는 향후에도 찾을 길이 없을 듯합니다.

선생님이 쓰신 글들을 읽고 제가 판단하는 관점에서는 조금만 다듬어서 소설집으로 내어도 손색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올리실 글들을 기대해봅니다.
저는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터라 그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구해서 자주 읽는 편입니다.
흔히들 '삼다'라고 해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라고 하는데
그것도 한창 때의 이야기지 지금은 무턱대고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전상국 선생이 지은 <소설 창작 강의>가 그 대표적인 책인데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다시 찾은 습작들을 단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을 항상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밀댓글]
잘 완성된 단편소설이네요...
언년과 봉식의 개별적 가족사같지만
우리 부모세대들이 겪었을 보릿고개를
떠올리게 됩니다..잘 감상했어요!!!
감사 합니다.
어려운 시기였지요.
일부 후진국들이 그때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한 삶을 사는 걸 봅니다.
사회가 복잡해 지고 모두들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참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지요.

가을비가 꽤 내렸네요.
짙어가는 가을 좋은 시간 되십시요.
참으로 곡절이 많은 여인이군요.
생각해보면 저런 인생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팔자가 세다는 여인들이죠.
사실은 가관인 남자들 때문이지만......
가련하고도 애틋한 인생살이를 잘도 표현하셨습니다.
이른바 끼가 있는데, 그 끼를 묻어두고 살아오셨으니 웬만한 인내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하기야 이렇게 하시는 것도 다 '팔자'대로이긴 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노트에 끄적 거리던 글을 건축을 하면서 모두 분실 했다가 창고에서 우연하게 발견을 하고 블로그에 옮겨 보았습니다.
산골에서 보낸 어린날, 제 이웃엔 아편을 하는 어른들이 꽤 있었고, 어린 나이였지만 그 참상을 많이 보았던 터라 그를 주제로 이런 글을 쓴거 같습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렸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하세요.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 .
어쩜, 아주 오래 전에 쓴 글이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훌륭한 단편소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늦은 밤이라 중간까지 읽다가 말았으나 낮에 다시 한 번 더 읽어 볼 생각입니다.
다 읽어 보시고 평을 객관적인 평을 부탁 드립니다.
다른분이 아니고 클로버님이시니 해보는 말입니다. [비밀댓글]
열무김치님!
안녕 하세요,
제 블로그에 다녀 가셨기에 인사차 들렸습니다.
시간 여유를 갖고 다시 들려 좋은 글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 드려요.
자주 왕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에혀~ 부모 복 없으면 서방 복도 없다더니 언년이의 팔자도 참 거시기 하네요.
그래도 그 자식 있으니 이제라도 서로 의지해서 살면 낫겠습니다.
아들의 모습을 숨어서 보는 동구밖 정경이 그려집니다.

열무김치님 대단하셔요.
오랫동안 많이 써 본 솜씨라는 거 읽다보면 느껴집니다.
저도 소설을 꿈꾸었으나 떠오르던 문장이 펜을 잡으면 매끄럽게 풀려 나오지 않더라구요.ㅎ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해도 쉽지가 않은 일이기에 작가님들이 참 머리가 좋다고 감탄합니다.
단숨에 읽고 다시 와서 읽어 봅니다.
제목도 멋집니다.^^*
감사 합니다.
젊은날에 노트에 끄적거리던걸 지금에서야 블로그에 개인 일기처럼 올려 봅니다.
글 보다는 제게 저런 젊은날이 있었나? 하는게 더 신기합니다.
글 쓰는게 생각같진 않지요.
저역시 작가들이 머리가 참 좋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장편 소설을 쓰시는 분들은 더욱이요.
1987년도 쓰신 작품이군요~~!!

열무김치님은 단편소설을 쓰셨는데

전 그때 무얼 하고 있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이야기의 배경시대가 사람들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아편과 지주들의 횡포속에서 한 여인의 일생이 그렇게 무너져 갔네요..ㅠ

전 장편보다 단편을 좋아해서 다행이 잘 감상하였어요^^*

제 어린날 기억엔 아편중독으로 이웃분들이 살림에 쪼들리고 결국엔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는걸 보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지요.
제 친구 아버지가 밤에 남의 곡식까지 훔쳐다 팔아서 아편주사를 맞는걸 보고 충격을 받은적도 있었지요.
스스로 자기몸에 주사기를 꽂는 모습도 보아서 아마도 그 기억이 이 글을 쓰게도힌 동기 같습니다.
두번을 읽어 보았어요.
제가 글을 파악하는 쎈스가 둔해서 반복을 해 줘야 하거든요.ㅎㅎ
열무김치님은 젊어서부터 문학에 관심이 무척 많으셨군요.
언년이의 기구한 인생이 '여자의 일생'이라는 소설이 생각나게 합니다.
깊이 빠져서 읽고 감동하고 갑니다.
여자의 일생..
이미자씨의 노래중에 이 곳이 있었지요.
굳이 언년이가 아니어도 우리 어머니들은 사정만 달랐을 뿐 살아 온 과정이 대부분 기구했지요.
위에서도 썼지만 어린시절 아편에 대한 기억이 뚜렷이 있어 그게 바탕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좋은 주말 되시구요.
몸이 아팠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재발하는 바람에. . .
병원 다녀오고 약을 먹고 이제야 좀 살 것 같습니다.
늘 신경쓰는데 가끔 식도염이 재발하여 속상합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위는 조금만 신경을 써도 탈이 난다고 합니다.
전화온 걸 나중에 알았지만 몸이 좋지 않아 재발신을 하지 않았으니 이해하십시오.
[비밀댓글]
아이고...그러셨구나.
어쩐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전화는 그날 안산에 간길에 그냥 안부 전화를 드린거구요.

역류성 식도염이란 증세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생각엔 블로그도 접으시고 마음편하게 독서를 하시던지 산책 등을 하시면서 간단해 지시는게 제일 좋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답글 주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무튼 클로버님 건강이 우선이니 그생각만 하십시요.
클로버님의 건강을 빌겠습니다.
식도염도요. [비밀댓글]
어머, 안산에 오셨었습니까?
아쉬워서 어쩌죠?
전화를 받았다면 점심식사라도 대접했을텐데. .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 . 엄청 아쉽습니다.
언제 또 안오시는지요?

식도염, 정말 고통스럽습네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밀댓글]
작품을 쓰신 87년도에 제가 결혼한 해 였습니다. ㅎㅎ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예전에 즐겨보던 "TV문학관"이
생각났습니다.
우선, 정말 정말 훌륭한 단편소설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황순원님의 단편을 읽는 듯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황토색이 짙어 무엇보다도 좋았고 인물설정 또한 사실적 느낌으로 표현해 주셔서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50,60년대는 글과 비슷한 환경의 농촌이 대부분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시대를 보고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봉식과 언년이의 삶이 유전적으로 기구하게 이어진 것 같아 가슴 아팠습니다. 환경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구요.
애비인 봉식보다 언년이에게 동정이 가네요. 언년이의 기구한 삶이 독자에겐 눈물이 대신 마음을 말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귀절의 끝맺음도 여운과 상상을 안겨 좋았습니다. 특히 슬프고도 애절한 여운이.
언년이와 아들의 재회가 글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며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한 슬픈 상상이 독자 상상에서 엮어질테니까요.

스토리의 전개가 매끄러워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오래 전 글이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급칭찬을 해 드리고 싶은데 표현이 부족하네요.
열무김치님의 글을 통해 글 잘 쓰시는 지식인임을 알았지만 이번 글을 통해 정말 훌륭한 작가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글을 쓴다고 까부작대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가뿐한 마음으로 훌륭한 단편소설을 읽은 후. .


[비밀댓글]
87년에 결혼 하셨구나.
제가 군대 있을때 1978년에 벼락치기 결혼을 했으니..
사실 그때 나이가 21세여서 결혼을 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는 행동이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친구들은 저보다 10년은 늦게 결혼한 경우가 많은데 전 그때 아이가 둘 이나 있었고 이미 초등학교에 들어간 상태라 친구들이 볼때는 보통 속도위반이 아니었지요.
이제 아이들 교육도 끝났고 기본적인 일은 마친 상태인데, 늦게 결혼한 친구들은 아직도 아이들 교육문제로 신경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도 위반이 좋은 경우도 있기는 하네요.

힘드실텐데 제글에 평가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만 해 주시니 좋기는한데 지금까지 누구에게 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경우가 없어서 쑥쓰럽기는 하네요.

글을 한 번 내 보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럴 마음도 , 계획도 없었던지라 망설이고 있습니다.
사실 누구앞에 내어 놓을만한 특별한 글이 없어서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더 많아요.
그동안 100여편의 글을 썼지만 막상 보니 그게 그거라 자신이 없네요.
그냥 블로그에 끄적거리는게 정답 같습니다.

좋은 말씀으로 용기를 주셔서 다시 감사 드려요.
괜찮아 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좋은 주말 맞으시구요. [비밀댓글]
꼭 내 보십시오. 강력추천 합니다.
설탕발림이 아니라 열무김치님 글들은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단편소설 같은 경우는 정말 놀라운 수준입니다.
글, 꼭 내시길 권합니다.
[비밀댓글]
언년이의 삶이 참 기구한 삶이군요.
차라리 에미 말을 듣고 일찍 나갔더라면 다른 삶을 살수도
있었지 싶네요.
아편중독이나 술중독은 제 자식과 처도 팔아먹는다는 말이
딱 맞네요.
그래서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네요.
주변을 봐도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한 사람들이 언년이 처럼
또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편안한 날 되세요.
어린날 이웃에서 아편중독으로 가정이 망가지는 광경을 보았지요.
그 경험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위의 주인공들은 실제의 극적 상황만 다를 뿐 실제 인물이나 같습니다.
오랫만에 다시 이 글을 읽어요
오래 묵은 소설한권을 들고
한참에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뒷끝이 ..여운 남네요..
후편도 있을까요 ..?
후편에는 정다운 모자 못다한 사랑
따스한 이야기가 이어 졌으면 기대하게 됩니다.

 

 

*1987년 6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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