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릭~
핸드폰이 울린다.
문을 좀 열어 달란다.
밖에 초인종이 있는데?
현관을 나갔더니 한 학생이 마당에서 손짓을 한다 .
전화를 내리고 큰소리로 말하자 계속 전화에 대고 뭐라고 떠든다.
"아저씨 3층이니까 그냥 전화로 말할께요. 큰소리 칠려니 목이 아파서.."
서로 얼굴을 빤히 보면서 어쩌구 저쩌구..
한시간 가까이를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던 아가씨가 이러더란다.
중요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다시 하자고..
얼마전 장모님 생신 문제로 아내와 처제,동서들과 의논이 있었다.
생신날 음식 문제와 모임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었는데 전화번호를 찾다가 우연찮게 통화건수를 보게 되었고 또 놀랐다.
가끔 모임을 한다.
야외라도 나갈라치면 수십통의 통화가 오간다.
이리로 와라..아니다..이골목인데 어디로..바로 돌아서 와라..
아닌데..다시 말해.
뭐..이런식이다.
.............
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보이는 사람 거의가 손에 핸드폰이 들려있고 어딘가에다 쉴새없이 말을 건넨다.
그리고 주위 보다는 핸드폰을 보며 무언가를 계속한다.
일찍 돌아가신 조상님이 살아와서 이 장면을 본다면 기겁을 할 일이다.
핸드폰이 없으면 좌불안석이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의 전화번호도 캄캄하다.
두 세번만 연락을 안받아도 안달이 난다.
참고 기다리는 믿음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눈과 귀로 들려오는 현실의 기계앞에 완전히 포로가 된듯 하다.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건 아닐까.
어딘가에 탈 없이 있으리란 기대와 믿음이 우리를 편하게 만들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었는데.
쉬지말고 앞으로 가야 한다고, 머물면 도퇴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면서도 우리는 불안할때가 더 많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논리앞에 이미 많은걸 잃었다.
좀 멈출 수는 없을까?
이런 민족성이, 아니, 이런 열성이 그래도 먹고 살만한 지금을 만들었다고 우리는 자위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기계의 문명앞에 이렇게 계속 묶여가도 좋은걸까?
요즘 살기가 팍팍하다고 얼굴 찡그리는 날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통신비는 강건너 불구경 같다.
통신 회사는 좋겠다.
이렇게 온 국민이 매달리며 돈을 벌어 준다는데야...
자루나 큰거 준비하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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