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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빚 받으러 다니기

by *열무김치 2009. 2. 1.

빚 받으러 다니기
조회(171)
| 2007/07/03 (화)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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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질근한 소나기를 뒤로하고 허름한 천막안으로 들어섰다.
"또 왔습니다. 장사는 잘 되나요?"
물어보는 내가 천치지.
이런 곳에서 장사가 잘 되면 돈 못버는 사람 없게?
팔리지도 않는 호떡을 이리저리 뒤집던 아주머니는 나를보자 얼굴색부터 바꾼다.
경기가 왜 이모양 이나요, 어쩜 이렇게 안 사 먹지요  어쩌구....
 부아가 슬그머니 오르는걸  애써 참으며 비오는 밖에다 원망을 해댔다.
"이 빌어먹을 날은 뻑하면 비가 오네..에이 지긋지긋 해."
바깥을 멀거니 바라보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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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주머니의 가게에 대준 물건값이 간단한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잘 입금되던것이 어느날부터 늘어 지더니 급기야는 야반도주를 해 버린것이다.
아직도 사람 잘 믿는 나는 가장 큰 금액을 물려 버렸다.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이리저리 찾아 헤맸지만  도무지 찾을길이 없었다.
하긴 금방 찾을거면 야반도주가 아니지.
 
 
그해 겨울.
그 아주머니를 만난건 뜻밖에도 아주머니가 운영하던 가게 바로 옆이었다.
기가 막혔지만 엄동설한에 호떡이라도 구어서 갚을테니 좀 기다려 달라고 하소연하는 그 얼굴에
사람 잘믿는 나는 또 속아 주기로 했다.
그러면 뭐하나.
찾아 갈때마다 돈통에는 동전 몇개만 달랑 있을 뿐이었다.
더 부아가 치민것은 배째라며 방바닥에 번드시 누어있는 그녀의 남편이라는 작자였다.
노동이라도 해서 갚는 시늉이라도 해야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허리가 아파서 못하겠단다.
사실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이면 적당한 선에서 그만둘 요량 이었다.
하지만 그녀 남편의 꼴을보고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마음뿐 도무지 그녀의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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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
다시 그 아주머니의 가게를 들렀을때 가게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아주머니는 헝클어진 머리로 아이들과함께 울고 있었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어느날 어디로 가더니 소식도 없단다.
할수없이 멀거니 밖만 보다가 문을 나섰다.
손에는 애꿎은 호떡 봉지만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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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없던 더위탓일까.
도무지 호떡이랑 어묵을 잘 안사먹는단다.
 나에게 할말없어 그러고 있는걸  난 등신처럼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눈물을 훔치고 난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호떡을 봉지에 넣었다.
어차피 팔지도 못하는건데 가지고가서 드세요...
돈 가지고 가라는 아주머니의 맥빠진 소리를 뒤로하고 화물차에 올랐다.
에이고 이 등신아..
니가 영업사원 맞냐?
그 구멍난 자리를 뭘로 메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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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10) | 관련글(0)
http://blog.empas.com/dudgus2511/22068081
필상의 꿈  07.07.04 10:05  삭제 | 답글 신고 
요즈음 세태를 잘 반영시키셨네요...
마음씨가 영업사원 하시기는 적당치가 않군요...
그래도 그모습이 우리네 진정 진 마음이 아닐까요...
 
 
입다물어  07.07.04 10:24  삭제 | 답글 신고 
어제 뉴스에 한국인들의 중국관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걸보면서 참 추한 한국인들의 모습에 부끄러움이 앞섰습니다.
이글을 보니 다소나마 위안이 되네요.
열무님의 그 마음씨, 아마 아주머니는 알아주지 않을까 싶네요.
비가 많이 내립니다.
좋은 하루되시고 건강하시길..
 
 
열무김치  07.07.06 21:45  열무김치" name=ScreenName7361927> 수정 | 삭제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도처로 나가는걸보면 한편으론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에 걸맞게 의식수준도 뒤따라 주어야 하는데 급작스럽게 모든게 팽창하다보니 부분적으로 부작용도 뒤따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어디에가든 시끄러운곳에는 반드시 한국인이 있다는 우스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군요.
 
향기솔솔  07.07.04 13:29  삭제 | 답글 신고 
요즘 되는장사 어디 있습니까...
장사하는 사람들 다들 못해먹겠다니...원~
울 옆지기도 맥빠저 다니는걸보니...
산다는게 뭔~지...

쏟아지던 비가 잠시 주춤...
장마기에 마음 무너지지 마시고 화이~팅!!
 
 
열무김치  07.07.06 21:51  열무김치" name=ScreenName7361940> 수정 | 삭제
어서 오세요.
분명히 주가는 오르고 생활은 나아진다는데 매출은 반대로 가는군요.
저희들도 그거 분석하느라고 머리를 싸 맵니다.

하지만 분석 하느라고 애쓸 필요도 없을것 같습니다.
멀리보지말고 우리 집이나 이웃집을 보면 되니까요.
힘을 내긴 내 봐야지요.
맥빠진다고 그냥 있으면 달라질게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터널은 그리 간단하게 끝날거 같지 않습니다.
님의 용기에 감사 드려요.^.^
 
asd현아..  07.07.27 04:38  삭제 | 답글 신고 
남의일같지가않네요 .....요즘 정말 어디를 가나 장사안된다는 말밖에 안들려오니 ..하긴 .저희가게도 예년에 절반수준으로 뚝떨어졌네요 ㅎㅎ 그래도 장사를 그만둘수는없으니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가지고 또하루를 보낸답니다 ..열무김치님 ...마음여린사람은 더욱 살아남기가 힘든세상이 되어가는것같아요 ...그래도 님의 따스한마음이 이힘든세상에 한줄기 빛이되는건 아닐련지요 ...
 
 
열무김치  07.07.27 19:15  열무김치" name=ScreenName7427868> 수정 | 삭제
그래도 지금의 내 모습이 현재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변에는 하던일을 걷어 치우고 다른일을 벌렸던 사람이 의외의 실패로 가정이 파산 되는걸 보고 참으로 마음이 복잡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일 보다는 안좋은일이 더 많음은 가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이겨 내야지요.
도전 하다보면 끝이 있겠지요.
감사 합니다.
 
靑淸水  07.08.18 16:07  삭제 | 답글 신고 
돈 받으러 다니는 거 참 못할 짓이지요.
제 거래처 놈들은 꼬운 거 다 참고 내물건 기껏 주고나서도 수금나가면 여전히 상전행세였지요.
 
 
열무김치  07.08.19 17:21  열무김치" name=ScreenName7492972> 수정 | 삭제
많이 해 보신것 같습니다.

답글을 보고 한참을 웃었네요.
핵심을 콕 찌른것 같아서...
아직도 해결나지 않았답니다.
제가 포기 하기로 했지요.
그래도 전 다리뻗고 잘수 있으니 그걸로 대신 하기로 했습니다.
 
靑淸水  07.08.20 11:17  삭제 신고 
전 요즘도 진료비 미수금 받으러 다니는데 . . .

가보면 정말 주인장님 말슴처럼 도와주고 싶은 맘가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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