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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저녁연기

by *열무김치 2009. 2. 1.
저녁연기
  조회(144)
| 2007/02/10 (토) 01:41
  추천(2) | 스크랩(0)
 
늦은 귀가길에 마음이 분주하여 조금은 속도를내어 차를 몰았다.
언덕을 너무 과하게 올라온 탓일까?
갑자기 차가 멈추어 버렸다.
이것저것 살펴 보았지만  더이상 시동이 되지 않았다.
이거 큰일났군.
원주까진 거리도 멀고, 어디에 연락을 한담.
*******************************************************
전화연락을 한지가 꽤 되었건만 어떻게 된건지 감감 무소식.
해는 서산에 걸리고 으슬으슬 한기까지 엄습해 왔다.
할수없이 차안으로 들어가 있을수밖에.
물끄러미 밖을 보다가 언덕아래 작은집을 보게 되었다.
외딴집 지붕 꼭대기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차에서내려 언덕 아래로 내려섰다.
그 연기는 저녁밥을 짓는 연기였다.
지붕위 굴뚝으로 뭉글뭉글 피어 오르는 군불 지피는 저녁연기....
옛날 어머니 치마자락에 매달려 시커먼 부지깽이로 아궁지에서 타고있는 장작불을 휘젓던
생각이 불현듯 떠 올랐다.
무쇠솥에 앉힌 보리가 푸푸 허연 수증기와 거품을 내어 뿜으면 어머니는 잘 타고있던 장작불을
죄다 안쪽으로 밀어 넣으시곤 하셨다.
난 뜨뜻한 장작불을 왜 밀어 넣느냐고 투정을 부렸다.
그래야 밥이 뜸이 든다는걸 이해를 못했으니까.
타고난 숯덩이와 재를 모두 긁어모아 화로에 담으시면 동생과 나는 우르르 화롯가로 달려 들었다.
오랜만에 고등어라도 굽는 날에는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툭,툭 익어가는 고등어 머리를 시커먼 손으로 조금씩 떼어먹는 그맛이 정말로 좋았었다.
뚝배기에 된장을 끓이고나면 화로는 다시 방안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않던 몇톨의 밤이 어머니 행주치마 주머니에서 곧잘 나오곤 했는데
우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를 피웠다.
어머니는 꼭  밤 머리 부분을 입으로 베어 버리시고 화로에 묻으셨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누렇게 익은 밤과 그  껍데기까지 거의 다 먹어 버렸던 그 밤맛을 이제 더이상 볼수는 없을것 같다.
언덕 아래로 저녁연기는 자꾸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저녁을 먹겠지.
뜨뜻한 아랫목에 피곤한 육신을 눕히겠지.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것처럼 나는 멍하니 그 언덕아래 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봐요 아저씨, 아저씨가 전화하신 분이예요? "
클랙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거북이  07.02.10 21:52  삭제 | 답글 신고 
사람이 성숙해서 겪은 일들은 나이가 듦에 따라 잊혀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은 오래 가는 듯 합니다.

제가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고 저보다 손위 분들의
회상을 들어 볼 때 그렇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열무님도 어린 시절의 정감 어린 추억은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이 되었다가
그 시절의 환경과 비슷한 여건을 만나면 자동으로 재생이 되나 봅니다.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일들을 얘기해 주시는 것처럼 말이죠.
 
 
 

열무김치  07.02.12 22:30  열무김치" name=ScreenName6257982> 수정 | 삭제
네, 지난날은 언제나 아름답군요.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지니고 살아가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늘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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