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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

가을 이야기 1

by *열무김치 2022. 10. 1.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하늘이 시키는 대로 줄기에 오르는 수분이 줄어들고 잎이 변하는 고통이 단풍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들의 시선에 아름답고 처연하게 보이는 것은 나이 듦에 비례하여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대지로 내리는 잎이 아니었다면  듣지 못했을 수많은  이야기들이 내편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름빛이 사라진 오대산  진고개를 넘다가 멍하니 앉아 알록달록 몸단장을 하는 나무잎들을 바라보면서  아무리 후하게 쳐주어도 모자랄 수밖에 없는 시간의 이동을 발견한다.

만져지지도 않는 공허의 시간이 나무와 꽃잎, 그리고 우리들의 얼굴에  원치않는 그림을 그린다.

무채색 그 그림을 지우려 무던히도 애를 쓰다가 북서풍이 불고 다시 봄을 맞아야 하는 계절의 쳇바퀴에  별 수 없이 다시 올라탄다.

 

다음 블로그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건 8월 중순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강원도 오지에 들어가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상당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원, 이사를 가는 것도 염치가 있지 왜 이렇게 자주 바뀔까.

 

모으고 또 모은  자신만의 애장품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느끼는 허탈감은 개인 마다 온도차가 크리라 생각한다.

블로그가 그렇다.

블로그가 물리적인 재산이 되고 금붙이 처럼 급할 때 요긴하게  금전으로 바꿀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개인의 오랜 일기들이 저장되어 있는 마음의 곡간이다 보니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경험을 한다.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시간을 요구한다.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이사를 왔으니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다행인 것은 다음 불로그의  상당수 이웃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고 티스토리로 오셨다는 것이다. 

블로그가 이전 되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은 블로그 이웃분들이 정성스럽게 달아준 댓글이 사장되는 것이었다.

어떡하겠나. 

원망스럽지만 카카오가 부담이 많이 되어서 그런다는 걸  따질 수도 없다.

조금 힘이 들더라도 살려보자고 생각했다.

퇴근 후 며칠간에 걸쳐 밤이 늦도록 작업에 매 달렸다.

까망가방 하양 필통님께서 힘이 되어 주셨다.

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글을 읽다가 자신의  지난 댓글을 발견하면  그것도 잠시의 기쁨 이리라는 혼자만의 속단이었지만  막상 복원하고 보니  옮기는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티스토리라는 새로운 장에서 많은 분들과 정담을 나누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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