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그대 마음이 호수 같다더니
사랑이 지니 개천이라 하더이다
그대 마음에 풍덩 빠지고 싶다더니
돌아 설 땐 밴댕이 소갈이라구요
청춘을 누가 나무라고 하던가요
푸르던 잎에 기한이 이르면
홍조로 피고 또 그렇게 지고
여한없이 떠나는데도 이별은 없더이다.
머리 희끗한 가을날
되는 일 없을때만 부르던 사람
소줏잔에 부어 마시던 그 사랑을 만나면
계면쩍은 얼굴 곧추 세우고
꼭 말 해 볼게요
그대 눈은 정말 호수였다오
그랬었나요?
그러나
晩秋에 기대어
붉은 낙엽에게 묻습니다.
이미 사랑은 떠나 버렸는데
끝내 화장을 지우지 않는 까닭이 뭔가요?
그걸 드러내니까 아름다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신 시입니다.
"그랬었나요?"
그 반문은 묻는 쪽이나 대답해야 하는 쪽에서는 가장 적절한 한 마디가 될 것 같습니다.
끝내 화장을 지우지 않은 그 세월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박주영은 앙리를, 기성용은 제라드를, 손홍민은 호나우두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들에게 전범인 셈이지요.
김소월이 존경을 받는 것은 전범이 아주 취약했던 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저는 만해 한용운의 시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위의 시는 내용 구석구석에 매우 애틋한 부분이 넘쳐서 읽는 제가 마음이 계속 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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