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매지리
사람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게 어디 있을까.
더위를 원망 하더니 좋은시절 다 갔다고 뺑덕어멈 편을 든다.
종잇장 처럼 얇은 이 변덕을 계절 탓으로 슬그머니 돌리고 모르는척 돌아 앉아 곁눈질로 웃는다.
좋은 시절이야~!
잠깐이면 지나갈 가을이다.
추석 핑계삼아 없는 살림 저울에 올려보고 거둘것 많찮아도 가을 햇살에 근량을 달아본다.
아쉽네.
젠장, 올해도 그래.
아들래미 전세금도 걱정이고 모임돈도 두달이나 밀렸네.
아니, 무슨 청첩장은 한주도 안 빠트리고 오니?
가을볕 담장밑에 앉은 박씨의 주절거림이 이심전심이다.
겨울 날 걱정은 찬바람 불거든 생각해 보기로 하고 가을볕 아까우니 나설 일이다.
삭막한 겨울에 꺼내 볼 이야기는 솔찮이 있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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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와서 고추좀 닦아줘요. 볕 좋을때 다듬어 놔야지."
"그냥 빻아다가 먹어.햇볕에 말렸으니 깨끗한거지. 닦기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또 하기가 싫구만. 빨랑 올라와요.혼자 하려면 시간이 너무걸려."
아니, 저 많은 고추를 하나하나 일일이 수건으로 닦으라는거야?
깨끗하기만 하구만. 유난스럽기는 투덜투덜...
쭈구리고 앉아 고추를 닦자니 얼마 못가서 좀이 쑤셔온다.
내 표정을 살피던 아내가 먹을 걸 해 온다며 내려갔다.
이거..좀 쉬운 방법이 없나?
한참을 궁리해 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네.
얼만전에 유명한 영양고추가 모 TV에 나왔는데 물로 세척을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재빨리 큰 함지에 물을 받아 마른고추를 물에 담그어서 휘휘 저어 씻었다.
재빨리 얼개미로 건져서 발에 널었다.
아니, 지금 뭐하는거예요?
옥상으로 올라온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렇게 하니 아주 쉬운데..봐, 금방 하잖아."
"마른고추를 물에 넣으면 어떻게 해요? 아니, 이양반이 애도 아니고.."
난 즉방으로 쫓겨나 방안으로 들어왔다.
한참 있다가 궁금해서 슬며시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아내가 고추를 물로 씻어서 사방에 널고 있었다.
"물에 넣으면 안된다면서?"
실눈을 뜨고 나를 흘켜보던 아내가 고추를 물에 문지르며
"생각해 보니 이렇게 물에 씻어서 볕에다가 말리면 될것 같네
닦는것 보다 깨끗할거 같고.."
"거 봐. 사람은 머리를 써야 된다니깐."
아내가 빙그레 웃었다
"소 뒷발에 약아빠진 쥐가 밟히는 수가 있지?"
"그게 뭐?"
" 당신이 한게 그런가라구."
따가운 햇살에 맑은물에 헹구어 낸 붉은 초가을이 반짝인다.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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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하다1년에 한번씩 깔끔하게 하는데도 1년 뒤 가보면 언제 그랬냐는듯 마치 한번도 하지 않은것처럼 풀이 무성하다.
올해는 더 알뜰하게 풀을 깎다.
아버지 산소 아래는 복숭아 밭이다.
봄에는 그윽하니 복사꽃이 피어나서 그 운치가 대단하다.
가을에 벌초를 가면 향긋한 복숭아를 실컷 먹을 수 있어 이또한 큰 즐거움이다.
인심좋은 복숭아밭 주인은 안면이 익은 우리에게 먹을 수 있는데 까지 먹으라며 커다란 복숭아를 잔뜩 내어준다.
단물이 줄줄 흐르는 어른 주먹보다 큰 복숭아 두 어개만 먹고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요놈이 나무에서 제대로 익은 황도다.
시장에 출하하는것은 조금 일찍 수확을 해야 저장이나 판로에 지장이 없단다.
하지만 나무에서 제대로 익은 이 복숭아는 너무 익어서 포장이 어렵다고.
대신 요즘말로 정말 맛이 끝내준다.
둘이 먹다 한사람이 죽어도 모른다는 말은 이때 써먹어야 한다.단물이 줄줄 흐르는 복숭아의 맛은 가히 천상의 과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저 무식하게 생긴 나무에 이런 과일이 달리다니.
이런 걸 먹을때는 아내고 남편이고 없다.
눈을 실실 감아가며 입을 있는대로 크게벌려 최대한으로 복숭아의 진미를 만끽하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맛에 눈이 저절로 감기다.
세상사는 재미가 복숭아 단물 삼킬때처럼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꼬.
얻어 먹고만 오려니 미안해서 두상자를 샀다.
시중가보다 싸게 산것도 고마운데 두고 먹으라며 약간 흠집이 있는 복숭아를 커다란 상자에 가득 덤으로 주신다.
"이게 말이여, 보기는 이래도 맛은 더 낫다니깐.
새가 쪼아먹고 벌레가 먹은게 상품성이 없어서 그렇지 맛은 왓다여.
새나 벌레들이 단맛은 먼저 알아 보더라고."
흠집이 있건 말건 맛만 좋으면 최고지.
공짜로 거하게 얻으니 아내의 입이 남산만하게 벌어진다.
에헤라 디여~경사났네.
분홍빛 달콤한 가을이 입안 가득하게 들어오다.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공감어린 작품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사람 마음처럼 간사한 동물도 없을 것입니다~~ㅎㅎㅎ
구월의 호수가 넘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완벽한 가을 풍경일까요
아름다운 영상에 마음 내려 놓으면서
고추 깨긋하게 말리는 방법 저도 배워 갑니다~~ㅎㅎㅎ
그렇게 하면 쉬운 것을~~ㅎㅎㅎ
선생님!
한주가 금방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바삐 움직이는 삶만큼이나 쉴새 없이 흐르는 구월의
첫 주말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고추도 이쁘고 복숭아도 입에 침이 고일만큼 맛나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장마가 길었는데도 복숭아가 저리도 잘 익었군요
좋은 사진들이 눈을 맑게 해주는 아침입니다
사는이야기가 잔잔하게 다가와요.
저는 오늘 소화가 안됩니다..
친정 엄마가 오셔서 검사를 받았는데 몸이 안좋으셔서 수술 날자를 잡았거든요.
저녁을 먹은것이 내려갈 생각을 안합니다..
늙어가는 엄마가 안스러워 맘이 계속 불편한 중입니다..
걱정 되시겠어요.
소화가 안되신다니 저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은 , 또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신 분들은 늘 걱정입니다.
저또한 시내 병원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많이 다녔지요.
억지로 되진 않겠지만 연로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당연히 아프시다 라고 생각을 하세요.
저도 부모님 모시고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니 그런쪽으로 생각이 저절로 바뀌더군요.
수술 날짜까지 잡았으니 당연히 걱정도 되시고 마음이 편치 않으실겁니다.
요즘 의학이 좋으니 다 잘 될겁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고 친정 어머님 수술도 잘 되시길 빌겠습니다.
산소 아래가 복숭아 밭이라....^^
나무에 달린체 제대로 익은 열매의 맛이란
시장에서 아무리 잘 익은 걸 골라도 어림도 없지요.
시골 인심까지 덤으로 챙겨 오시니
1석 5조쯤 될려나? ㅎㅎㅎ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인사가 늦어서 항상 죄송 하답니다.^^)
글이 넘 맛깔스러워서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어찌나 글과 사진을 잘 올려 주셨는지 감탄 했어요.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니깐..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주말을 맞습니다.
멋진 주말 되세요.
뜻밖의 성공을 하셨습니다.
핫핫핫!
소 뒷발에 약은 쥐가 . . . 낄낄낄.
근데 복숭아도 이쁘고 가을 하늘도 정말 절묘하군요.
이곳은 벌서 밤날씨가 늦가을 꼴입니다.
금요일 비까지 쏟아졌으니 . . . 이젠 심각한 가을입니다.
좋던 시절 끝났습니다.
- 청청수 -
어제 벌초했지요.친척 모여서 무사고 완수하고 오늘 혼자 할 1기 남았네요.
벌초가 친척 모임이 되지요.
열무님은 벌초가 복숭아 잔치하는 날이네요.
넉넉한 시골인심 덕을 많이 보시네요.
전 경상남북도에 산소가 있어 벌초를 끝내려면 2~3일은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열심히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건지는 저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화장문화가 대세이니 벌초를 한다는 말도 수십년 뒤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것 같습니다.
명절이니 벌초니 이런일들에 관해 아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먹고살기 힘 든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이런 날들을 계기로 친척들과 가족들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확인해 보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는데
귀찮은 일을 아예 하지 않으려 하니..
뿌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간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걸 느낍니다.
하긴 자기가족 외에는 삼촌이나 사촌도 잘 모르는 경우가 하다합니다.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전에 이 모든게 급격하게 변해가는 시대 탓 같습니다.
해마다 벌초떄 맛난 복숭아를 얻어 먹습니다.
이곳은 유명한 복숭아 단지인데 지난 겨울에 얼어죽은 복숭아나무가 워낙 많아서 올해 작황은 별로입니다.
고추를 몰에 씻어서 말리는 것도 재미 있고....
벌초 가셨다 복숭아 사신것도 재미있고 부럽고...
역시 열무김치님은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쓰셔요.
마른고추를 물에 씼으면 물이 드러가지 않는지요.
특허감인데!!!
황도가 요즘 맛이 있는데 너무 비싸요.
가까이에 복숭아 밭이 있으니
봄에는 복숭아꽃이 아름다워서 좋으시고
가을에는 복숭아를 싸게 사시고 덤까지 얻으시니 행복이십니다.
제일 부러운것은 역시 위에 사진들입니다.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물에 금방 담그었다 건지는 것이니 문제될건 없구요, 햇볕에 잘 말리면 되더군요.
수건으로 닦으면 물에 씻는것보다는 깔끔하지 않겠지요.
순전히 고추닦기 싫어서 해 본 일입니다.
어제까지 벌초를 모두 끝을 냈습니다.
장거리를 다니려니 힘에 부치지만 저 까지는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세대는 다음세대에게 맡겨야지요.
이런 문제들은 억지로 되는게 아닌것 같습니다.
올해 복숭아 작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워낙 비가 많이 온데다 작년겨울에 동사한 나무가 많았어요.
제게 복숭아를 주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곳 복숭아 단지도 모두 노인들 뿐이라서 이대로 가면 앞으로 국산 복숭아 맛도 보기 힘들꺼라구요.
당장 자기집 아들도 대를 이어주려고 애를 쓰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는답니다.
바쁘게 다니다보니 한주일이 훌쩍 갔습니다.
기온도 서서히 내려가고 많이 서늘해 졌네요.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저는 강원도 열무김치님 산에 모신줄 알았습니다.
요즘은 벌초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교통체증도 대단하드라구요.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것 같습니다.
옮겨 오려고 했지만 쉽지 않네요.
에전엔 산중턱까지 밭을 일구어 해먹는 바람에 다니기가 쉬웠는데 이제는 모두 숲으로 변해서 산속까지 가는데도 힘이 들지요.
에전엔 보통 높은 산에 산소를 썼습니다.
어떤곳은 깊은 산 8부능선에도 산소가 있는 경우를 봅니다.
아마도 높은곳에 산소를 써야 후손들에게 산의 정기를 받는다는 믿음이 작용했던것 같습니다.
이번주일은 비 예보가 많네요.'가을비 한번에 속옷 한벌이라는데 감기 걸리지 않게 주의 하세요.
그래도 되는군요. 가을 볕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저 고추 다 말르기 전에 먹구름 그냥 지나가야 할텐데 하고 비는 마음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산야가 있는 마을 살림살이 고되긴 하시겠지만 물씬 정감이 가을들판처럼 넉넉하여
열무김치님 심성이 점점 예수님 닮아가시나 봅니다. 박수쳐 드리고 싶습니다.
버~얼써 다 말려서 모두 빻았답니다.
좀 힘들긴 해도 볕에 말린고추가루가 참 곱네요.
우리세대야 이런일들을 습관처럼 했습니다만 아마 우리대에서 대부분 이런 잡다한 일들은 막을 내릴 듯 싶습니다.
가을볕에 호박고지를 만들고 무 말랭이를 만드는 일등은 지금세대들은 별 관심도 없거니와 잘 먹지도 않습니다.
좋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호수와 하늘의 색깔이 같습니다
고추도 햇볕이 잘 마르겠습니다
별도 벌초를 하였지요. 벌초하는 것도 귀찮아요
조상들 알면 혼나겠지요 ㅎㅎ
더구나 경상남북도를 오르내리려니 더 그렇습니다.
혼나도 할 수 없지요.
그래도 저희대에는 열심히 벌초를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수 없어요.
이제 웬만하면 화장을 하고 멀고 귀찮다는 이유로 벌초 대행업체에게 맡기는게 대세입니다.
어차피 흙으로 가는거 뭐하러 후손들 귀찮게 하는냐는거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말 들으면 서글퍼 집니다.
그나마 벌초나 명절때 가족들간의 만남이 단절된 사회의 끄나풀 역할을 했는데...
명절이 끝나면 이혼수가 급격하게 는다는 뉴스를 보자니 세상 참 이기적으로 가는구나 싶네요.
한국 남자들 정신 차려야 합니다 ㅎㅎㅎ
반영이 가을이란 계절과 참 잘 어울지는거 같아요
잠자리의 휴식하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여지구요~
들녁에 고추잠자리가 날르는 풍경과 고추말리는
옥상의 풍경에 잠시 마음을 기대고 싶어집니다..
황도복숭아의 달콤하니 한입 먹고 싶습니당..ㅋ
가을향기에 풍덩 빠졌다가 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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