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집안에만 계시는 어머니를 보면 가끔 한숨이 나온다.
아직 총기도 밝으시고 의견도 멀쩡하신 당신이 여름 긴긴 하루를 방안에서만 보내시는게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하여 시간만 허락되면 승용차에 모시고 밖으로 나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가시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조금만 다녀 오시면 피로함을 호소 하신다.
낼 모래면 100세시니 무리가 아니다.
아내는 그 연세에 화장실 출입만 잘 해도 대복이니 너무 욕심을 내지 말란다.
그러나 어쩌다 보는 사람이 아니고 매일 지켜 보아야 하는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
긴 긴 하루를 무료하게 앉아 있는다는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에 다니는 동생이 아침 저녁으로 모셔가고 모셔오는 어르신들 모임장소가 있는데 그렇게 하는게 어떠냐고 나에게 권유를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고령이시다.
무릎이 버거운데 아침 저녁으로 버스를 탄다는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모두들 요양원으로 보내드리는게 어떠냐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내 역시 같은 생각이다.
모르지 ..속은 또 어떨지.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어머니가 놀러 가시는 집이 있다.
어머니보다 십오년 아래인 아랫집 할머니 집이다.
그 할머니는 오랜 지병으로 소변줄과 대변줄을 차고 생활 하신다.
아들 내외는 상업을 하는 듯 한데 같이 지내지 않고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요양보호사들이 자주 드나든다.
어머니는 옥수수를 삶거나 전을 부치면 따로 두었다가 그걸 들고 가신다.
두분이서 나누어 드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실 요량이다.
어머니가 그 할머니댁에 마실을 가시면 웃는 소리로 동네 골목이 밝아진다.
그 할머니 목소리보다는 어머니 목소리가 훨씬 더 크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머니가 가면 그렇게 반기고 좋아 하신단다.
그도 그럴것이 말상대 없이 종일 방안을 지키고 있다는게 얼마나 무료 하겠는가.
그나마 TV 마저 없다면 반 지옥인 셈이다.
마실을 가신날은 하루해도 금방 가고 저녁에 돌아 오시면 잠도 달게 주무신다.
"이제 오지 말랜다. 내가 뭘 달랬나,어쨌나."
"왜요? 왜 오지 말래요?"
"낸들 아나.. 안가면 되지 ..거기나 나나 이젠 죽어야지."
"누가 오지 말라고 하는데요?"
"누가 그래 할멈이 그러지.망령이 났지."
마실을 나가셨던 어머니께서 매우 섭섭하셨는지 언짢은 표정이 역력 하셨다.
............
"왜 그런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던 아내가 밖으로 나갔다.
저녁 늦게서야 돌아온 아내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왜?"
"그집 아들이 오지 말랬대요.
안그래도 노인들 때문에 지겨운데 왜 자꾸 보태기를 하냐고.."
비록 무료한 노년이지만 나이먹는 일은 신이 부여한 신성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들은 왜 그 이면을 보지 못할까.
우리들은 계절이 흐르고 세월이 감을 노래로 시 로 탄식하고 읊조린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얘기하는데도 나 자신은 그 공집합에서 열외 시키려 한다.
나이 든다는 자체는 세상의 이해 관계나 옳고 그름을 때로 허무하고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수 십 년을 바라 본 어줍잖은 시선이다.
나에겐 정녕 오지 않을 것 같은 노년은 바람처럼 자신의 발 앞에 세월을 데려다 놓는다.
(빛나는 청춘은 너무도 짧게 지나갔다. 그때는 왜 그것을 보지 못했을까.)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어록이다.
하지만 도둑처럼 다가온 노년도 우리모두 알지 못한다.
늙음이 그저 귀찮고 젊은 사람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일이라면 자신의 얼굴에 세월이 쌓이는 걸 또다른 누군가의 시선에는 측은함과 귀찮음으로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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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모습이 안스럽네요..
저의 시엄니께서도 그의 왠종일 티비랑 벗하고 있답니다
예전부터 주변사람들 하고 소통 하는것을 꺼려하고 있지요
오르지 둘째아들인 저의 옆지기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쩌다 티비프로를 보면서 옆지기랑 웃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 마져도 심술을 부리곤 하는것을 보면 참 답답하기도 하고
왜 저러실까 싶어요..?
아마도 아들한테 너무 집착을 하여서 그러시려니 하지만
가끔은 울화가 치밀곤 해요..ㅎ
저도 아들이 결혼을 하여 손녀를 보았는데 아직도 시엄니 행사를
하시려는 모습을 보니 답답하기 그지 없답니다..
그럴땐 카메라와 자연을 벗하곤 하지요..
5 여년전부터 저가 아끼는 소지품을 하도 감추고 내다 버려서
막내시동생이 시설에 보내자고 하였는데 시엄니 성격에 그런곳에
가시면 아마도 그 성격에 견디기 힘들어 하실꺼 같기도 하고 또
저가 맴이 편하질 않을꺼 같아서 저의 방문을 잠그고
외출을 하고 지낸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지내지요..
머지않아 저의 모습을 보는거 같기도 하구요..
멍한 옆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스럽고 쓸쓸한거 같아서
편하게 해드릴려고 노력은 하지만 당신께서는 마음에 차지
않으신듯요...ㅎ
님의 글들을 보면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은거 같아서
위안이 된답니다..
이 모든것들이 우리네의 몫이려니 하여야 겠지요..ㅎ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엄마가 요새 자가용이 없어서 운전을 못하니 딸들에게
차를 사달라고 하십니다 나먹고 살기도 버거운데 ...
그런 엄마를 보면서 다른 엄마 처럼 평범한 노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엄마가 너무 넘친다는 생각을 한거지요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행운이고 축복인데....
나 역시 조금있으면 나이를 먹는데 내 노년의 모습은 상상도
못하고 현재의 내 엄마의 요구를 묵살하곤 합니다
엄마는 우울증도 온다고 하소연하시고 .....
오랜만에 공감하는 글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합니다 [비밀댓글]
노모께서 백세에 가까운 연세에도
아직 정정 하심은 그만큼 선생님께서
효성 지극하신 덕분이시지요
그렇습니다, 연세 드시면 말 벗이 있어야 하는데
먹고 살기에 급급한 시대이다 보니
다정히 말 벗 되어 줄 수 있는 시간이 나질 않지요
특히 낮에는 직장 나가는 바람이기도 하거니와 저녁에 퇴근해도
밥 먹고 잠자기 바쁜 시절이다 보니~~~
한 동안 정을 부치셨던 아랫집 할머니와도
그 할머니 아드님 때문에 안타깝게 되셨군요
애틋함이 가득한 글을 읽으면서
요즘 시골에 계시는 노인분들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가장 큰 무서움이 외로움이라고 말씀 하시는 노인분들~~~
어머님께서 오래오래 건안 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어머님이 허리도 곧으시고 두상도 예쁘셔서
젊으셨을때 아주 미인이셨겠어요.
요즘 세상에 열무김치님 내외분 같으신 분들은 없을겁니다.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저희도 언젠가는 시설로 가야겠지요.
어쩔수없는 요즘 세상이니까요.
많이 부럽습니다.
잔듸 위에 단풍아름답습니다.
열무김치님의 반듯하고 성실한 인품이 돋 보였음에 감동을 더해 주었습니다.
앞서 걷는 분들은 바로 지금의 우리들 모습인 것을....
노인되면 마땅히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 참 슬픈 현상입니다.
그래도 그 댁에는 효심깊은 가족구성이라 참 축복중의 축복이고 은혜중의 은혜입니다.
주님의 보살핌으로 어머님께서
늘 밝은 마음으로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별세하신 후 일기에는 "저 개가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정말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 청청수 -
어른이라는 숫자가 부끄럽게 어찌 그런 막말을 하셨을까 심히 안타깝습니다.
담을 넘는 어르신들의 웃음 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도 없거늘.
연세가 들수록 거동도 힘들고 말벗이 줄어 외로움을 더 타는 걸 볼 때면 가슴 아픕니다.
제 엄마는 아직 열무김치님 어머님 연세는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느껴지고 보입니다. 하여 슬프고 아픕니다.
어머님이 건강히 즐겁게 일상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그집 아들은 어머님을 잘 돌보지도 않으면서
말벗을 해주시는 유일한 어머님의 친구마저 못오게 막으니
허허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소리없이 늙어가는데 말입니다
늙는 것 순식간인데 마치 자신들은 평생 늙지 않을 것처럼...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이 보고 배울까 두려워 눈치를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답답합니다
어머님도 선배님도 모두 행복한분들 이십니다...저 연세에 저리 꼿꼿하시니..부럽네요.^^
서로 말벗이 되어 무료함도 달래고
의지가 되어주시니 고마워해도 부족할 텐데
오시지 말라는 막말은 너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젠가 그 할머니의 자제분들도 나이 들어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진 속 어머님을 뵈니 단아하시고 연세보다 고우십니다.
열무김치님의 지극한 효성도 요즘 보기 드문 효입니다.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많이 힘이 되셨을터인데....왜 그러셨을지...
효는 마음을 다해야 함인데 말이죠...
속절없는 세월앞에 누구도 예외없음을
언젠가는 깨닫겠지요...
백수 잔치를 하신 대고모댁 아주머니-호텔에서 세시간이나 곧게 앉아 계셨습니다.
백세를 한해 앞두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어머니께서 참 섭섭하셨겠습니다.
우리의 모습도 그럴거란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뒤겠지요.
열심을 다해 효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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